흉내내기
김광한
불란서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는 그림 파는 집들도 많고 화가들 역시 참 많아요.파리는 높은 곳이 없는 평지인데 몽마르트가 좀 높다고 해서 고원이라고도 하지요.이곳에서의 화가들은 주로 초상화를 그리거나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모사(模寫)해서 화상(畵商)들에게 넘기는 직업인으로서의 화가들이 대부분이지요.남의 유명한 그림을 평생 그리다가 보니 자신의 작품은 하나도 없어요.원본을 그린 화가가 있고 이것을 모사한 화가가 있고 원본을 사진으로 복사해서 달력이나 카드로 옮기는 작가가 있지요.그래서 그림을 그린 화가에게는 그림에 담긴 자신의 영혼이 살아있지만 모사화가에게는 이러 것이 있을리 없지요.직업인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런가 하면 유명한 가수의 노래를 흉내내 부르는 모창(模唱)가수가 있어요.모창가수에게는 몇가지 지켜야할 것이 있어요.유명가수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아야한다는 것과 지나치게 성형수술을 해서 똑같이 원 가수와 혼동되게 하면 곤란하다는 것, 따라서 자신의 개성이있는 노래는 취입할 엄두도 못내지요.취입을 했다고 해서 성공하지도 못하고, 그냥 직업인으로서의 가수이지요.
흉내를 잘내는 동물이 원숭이라고 해요.그러나 아무리 흉내를 잘 내도 원숭이가 사람이 될수는 없는 일이지요. 원숭이에게는 사람이 갖는 영혼, 생각, 고민 같은 것이 있을 수가 없지요.
요즘 보면 정치면에 등장하는 난생 첨보는 사람이 얼굴을 털범벅을 해서 나와 마치 자신이 무슨 협객이나 지사나 된듯이 한국의 정치 현실을 비꼬고 있어요.이 사람이 털을 기른 것은 영악하게 살아온 과거의 자신보다 털을 기름으로서 어수룩하고 친근하면서 서민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가증스럽고 앙큼한 생각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에요.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거구의 테너가수인데 이 사람의 턱수염은 적시적소에 붙었어요. 큰 얼굴이 매끈하고 빤질빤질 하다면 그거 어디 쓰겠어요.링컨의 턱수염, 체 게바라, 카스트로 등등 수염이 갖는 이미지가 한층 플러스가 된 사람이 있는 가하면 과거에 악독한 짓을 한 자가 늙어서 선량한 이웃 할어버지 흉내를 내려고 앞면에 털을 이식한 것처럼 붙인 전에 대통령했던 훙악한 자,모두가 정직하지 못한 위장용 턱수염들,그 턱수염들 깎아서 정작 붙일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는 없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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