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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오른쪽은 맹현봉, 왼쪽 멀리 희미한 산은 가리왕산, 주억봉에서 조망
주위 풍경을 바라보며 길을 따라 그저 위쪽을 향해 몸을 움직일 때 나는 커다란 즐거움을 느
낀다. 또한 혼자서 걷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것도 마냥 이렇게 걷는 것이 좋다. 내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길을 가면서 떠드는 것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을 본능적으로 찾아갈 때 모든 생각을 잊을 수 있다. 돌 틈에 돋아난 작은 풀덤불이 시들어
있었다. 바위 위에는 바람이 하늘거렸다. 조금 전까지 귀찮게 굴던 파리도 어디론가 사라지
고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풍경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 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원제 : Die weiße Einsamkeit)』에서
▶ 산행일시 : 2017년 8월 26일(토), 맑음, 바람 선선함
▶ 참석인원 : 25명(버들, 자연, 모닥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산정무한, 수담,
인치성, 상고대, 사계, 두루, 구당, 향상, 맑은, 신가이버, 해피~, 오모육모,
불문, 대포, 무불, 도~자, 자유, 메아리)
▶ 산행거리 : GPS 거리 17.65km(대골 하산 팀은 17.88km)
▶ 산행시간 : 8시간 42분(대골 하산 팀은 10시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수담 님 승용차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2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10 ~ 09 : 18 -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방동3교, 산행준비, 산행시작
09 : 42 - 지능선 진입
10 : 26 - 878.7m봉
10 : 46 - 능선 합류, △947.3m봉
11 : 05 - 987.4m봉
11 : 44 ~ 12 : 20 - 점심, 1,065.5m봉
12 : 40 - △1,139.0m봉
13 : 37 - △1,252.8m봉
14 : 04 - 매봉령, ┣자 갈림길, 오른쪽이 자연휴양림을 오가는 길
15 : 30 - 임도
14 : 45 - 구룡덕봉(九龍德峰, △1,389.0m)
16 : 00 - 1,365m봉, ┣자 갈림길, 오른쪽이 자연휴양림을 오가는 길
15 : 33 - 주억봉(主億峰, △1,442.1m)
17 : 17 - 2주차장
17 : 42 - 1주차장
17 : 56 - 방태산 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
18 : 00 - 방동3교, 산행종료(대골 하산 팀은 19 : 18)
20 : 15 ~ 21 : 50 - 홍천, 목욕, 저녁
23 : 44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산행지도
2. 구룡덕봉에서, 뒷줄 왼쪽부터 상고대, 산정무한, 맑은, 모닥불, 대간거사, 무불, 불문,
도~자, 두루, 한계령, 사계, 자연, 해피~, 수담, 스틸영, 자유, 앞줄 왼쪽부터 인치성,
오모육모, 버들, 구당, 향상
3. 멀리 왼쪽은 설악산 서북주릉 귀때기청봉, 오른쪽은 대청봉, 그 가운데 앞은 점봉산
4. 이단폭포
▶ 구룡덕봉(九龍德峰, △1,389.0m)
모처럼 버스와 승용차가 묵직하다. 산행인원을 일찍이 마감했으나 만차다. 방태산의 유명세
라기보다는 산행공지와 함께 올린 산행지도를 보면 전반과 후반에 맛보게 될 미지의 오지가
그리워서일 것이다. 각각 20명과 5명이 탔다. 버스는 보조좌석까지 펴면 24인승이지만 4개
좌석은 배낭이 차지한다.
날씨가 일변했다. 아침에는 후덥지근한 기운이 가셨고 선선하다. 차창을 열자 몰려드는 바람
에 춥다고 야단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오늘도 초반의 흐름이 답답하다. 설악 부근에서
야 풀린다. 터널 지날 때마다 날씨가 달라진다. 터널 하나 지나면 천지에 안개가 자욱하다가
다시 터널을 지나면 잡티 하나 없이 맑기를 반복한다.
내린천휴게소에서 31번 국도로 빠져나와 현리를 지나고 방태천 지천을 거슬러 방태산자연
휴양림 방향으로 간다. 우리 버스는 휴양림 관리사무소 가기 전 방동3교를 지나자마자 멈춘
다. 양풍의 민박 집 울밑에 봉선화와 백일홍이 여름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다. 산자락 도는 공
사 중인 임도로 들었다가 석축 넘고 지계곡 건너고 덤불 숲 헤쳐 산속으로 들어간다.
잡목 용감히 뚫으며 앞서가던 신가이버 님이 올무에 걸렸다. 발에 걸린 철사 줄을 벗기며 왜
하필 나만 걸리느냐고 투덜댄다. 올무도 짐승은 알아본다. 신가이버 님에게는 오늘 머지않아
겪게 될 된 고역의 전조였다. 그 고역을 미리 얘기하련다. 첫 표고점 봉우리인 878.7m봉을
오르는 도중에 등산화 밑창이 너덜너덜하더니 아주 떨어져 나갔다. 등산화가 오래되었다.
밑창을 끈으로 묶고 살금살금 걸었다. 그러나 끈이 오래가지 못하고 자주 끊어졌다. 매봉령
까지는 그런대로 왔다. 산행을 계속하는 것은 무리. 어쩔 수 없이 가장 단거리인 휴양림 쪽으
로 탈출해야 했다. 얼마 가지 않아 양쪽 등산화 밑바닥도 다 닳아서 떨어지고 양말만 신은 채
로 걸어야 했다. 너덜이거나 자갈길을 말이다. 도상 6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양말로 버틴 셈
이다. 포장된 도로는 휴양림 근처뿐으로 1km나 될까. 얼마나 속상했을까? 화끈거렸다는 발
바닥보다는 더 가지 못한 산길이 무척이나 안타까웠으리라.
이끼 낀 너덜을 미끄러워 비틀거리며 지나고 가파른 생사면을 비스듬히 오른다. 풀숲 역시
젖어 있어 미끄럽다. 20분 넘게 기어 지능선에 올라서고 나서 허리 편다. 앞뒤 일행 간 안전
거리 유지하며 잡목 숲 헤친다. 우람한 적송 숲을 지날 때는 우러러 그 기운을 받아 힘든 줄
모르고 우쭐해 한다. 878.7m봉 아래에서 이른 첫 휴식한다.
덕산 명주인 탁주가 없어 목젖이 여간 심심하지 않다. 덕산 쪽에 물난리가 나서 탁주배달이
막혔다고 한다. 이런 비극에 대한 고지가 없어 탁주 준비에 소홀했다. △947.3m봉. 북쪽에서
오는 능선과 합류한다. 산불감시 망루가 쓸모없게 망가졌다. 삼각점은 너른 풀숲이라 도저히
찾지 못했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987.4m봉은 암릉 암봉이다. 암봉에 올라 적가리골 건너 주
억봉 너른 품을 감상한다.
5. 이른 아침에 서울을 빠져 나가면서 바라본 천마산
6. 곡달산
7. 산행 들머리인 방동3교 근처 계류
8. 백일홍
9. 물봉선
10. 설악산 귀때기청봉, 그 앞 왼쪽은 망대암산
11. 방태산 주억봉
12. △1,252.8m봉 오르기 전 휴식
13. 이질풀, 이질 ․ 설사 때 지사제로 쓰인다
987.4m봉에서 두 번째 휴식한다. 자유 님이 가져온 홍어회를 무쳤다. 홍어회는 산중에서 별
미인 줄 알겠다. 코끝이 찡할 만큼 삭혔더라면 더욱 좋았을 뻔했다. 그래야 젓가락 수를 줄일
수 있을 테고. 등로는 암릉을 비켜 왼쪽 사면으로 났다. 등로는 풀숲에 가렸다. 발로 더듬어
길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정강이가 나무그루터기나 돌부리에 수시로 부딪쳐 아주 아작난다.
뚝 떨어졌다가 땀나게 올라 1,065.5m봉이다. 오늘 대 인원을 수용할 공터를 찾다보면 쫄쫄
굶기 알맞다. 하여 약간 비탈졌으나 펑퍼짐한 사면에 군데군데 모여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
다. 여태 쉴 때마다 주전부리했지만 점심은 별개다. 커피 끓여 입가심까지 하고 일어난다. 대
간거사 님이 산중에서 봉지커피를 맛있게 끓이는 비법(?)을 공개한다. 70도 ~ 80도 끓는 물
에는 비린내가 난다. 팔팔 끓는 물에 수개의 봉지커피를 동시에 넣고 끓이는데(동시투하가
중요하다), 거품이 일어 넘칠만하면 코펠을 번쩍 들어 올려 거품을 가라앉히고, 다시 끓이기
를 세 번 해야 한다고.
△1,252.8m봉 오르는 길. 멧돼지들이 넙데데한 너른 사면을 온통 파헤쳐 고랭지 밭을 만들
어 놓았다. 따분한 산행이다. 조망이 트이는 경점도 없고, 은근히 기대했던 버섯(노루궁뎅이
나 느타리나 표고 등)도 없고, 산행 후를 도모할 더덕도 없고, 짜릿한 손맛 볼 바위 슬랩도 없
다. 그저 하늘 가린 어둑한 숲속을 걸을 뿐이다.
경주하듯 줄달음하여 1,214.5m봉을 넘은 것 같지 않게 넘고 갑자기 잘난 등로와 만난다. 이
정표에 ┣자 갈림길 매봉령이다. 구룡덕봉 1.5km, 주억봉 3.3km이다. 구룡덕봉까지는 줄곧
오르막이다. 이륙하려고 활주로로 이동하듯 서서히 나아가다 냅다 오르기 시작한다. 이때는
한여름이다. 마주치는 일단의 등산객들과 수인사 나누기조차 숨차다.
임도와 만난다. 월둔 혹은 명지거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다. 안내판에 등산객들은 부디 임도로
갈 것을 당부하는데 임도는 능선이거나 능선과 바로 이웃하며 가니 군더더기 말이다. 양쪽
길섶에는 이질(痢疾)풀꽃이 만발하였다. 꽃길을 간다. 통나무계단 오름길. 비로소 사위가 트
인다. 곧 구룡덕봉 정상이다. 햇볕이 가득하지만 따가운지 모르겠다.
세 곳 전망대에 차례로 들려 첩첩 산 살핀다. 김형수 씨의 『韓國400山行記』의 방태산 개관
이다. “백두대간상의 갈전곡봉(葛田谷峰)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지맥에서 웅장하게 솟구친
거산이다. 동서(東西) 1,400m급 초원의 능선을 걸으면서 동해의 창파(滄波)와 설악의 위용
(偉容) 등 태백준령을 바라보는 경관이 일품이고…….” 과연 그렇다. 덧붙이자면 개인산, 침
석봉 너머 오대산, 계방산과 맹현봉 너머 응봉산, 가리왕산과 수리봉 너머 발교산, 가리산이
절품이다.
14. 마타리
15. 멀리 가운데는 설악산 귀때기청봉, 왼쪽은 가리봉
16. 주억봉
17. 앞 오른쪽은 침석봉
18. 멀리 가운데는 홍천 가리산
19. 맹현봉
20. 가운데가 발교산(?), 그 오른쪽 뒤 희미한 산은 용문산
21. 앞은 개인산, 그 왼쪽 뒤는 소대산, 그 뒤는 오대산 연릉
22. 가운데는 배달은석, 그 오른쪽 뒤는 푯대봉(깃대봉), 왼쪽 멀리로 가리산이 보인다
▶ 주억봉(主億峰, △1,442.1m)
구룡덕봉에서 방태산 주봉인 주억봉까지는 이정표 거리로 1.8km다. 길 좋다. 한차례 길게 내
렸다가 그렇듯 오른다. 오르는 도중 1,365m봉에 휴양림 오가는 길인 ┣자 갈림길이 나 있다.
자연 님은 아까부터 발에 쥐가 나서(오르막길에는 쥐가 점점 위쪽으로 번진다고 한다) 여기
서 하산하였다. 도~자 님이 아름다운 동행을 하였다. 도~자 님이라고 방태산 정상 오를 욕
심이 없겠는가!
메아리 대장님은 어느새 주억봉을 올랐다가 내려온다. 1,365m봉 갈림길에서 하산할 요량이
다. 방태산 체면을 살리려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땀 뺀다. 주억봉 정상. 구룡덕봉에서 본 장
관을 좀 더 줌인하여 확대하였다. 사방 경치 자세히 살피느라 오랫동안 휴식한다. 하산시간
이 너무 이를 것을 염려하여 주억봉을 넘어 1,385m봉에서 북릉을 타고 내려 대골로 가기로
한다.
그러면 적가리골 물구경, 이단폭포, 마당바위 구경은 물건너 간다. 대골 쪽은 그다지 볼거리
가 없다. 자고로 인생의 3대 구경거리로 물구경, 불구경, 싸움구경이라고 했다. 나와 버들 님
은 물구경하러 적가리골 가겠다고 대열에서 빠졌다. 결과적으로 근래 드문 현명한 선택이었
다. 나와 버들 님은 대골의 대란을 피하였다. 서로 방동3교 17시 30분 도착을 다짐한다.
물구경을 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이니 그 시간을 벌충하고자 잰걸음한다. 반더룽산
악회 후미 일행을 연거푸 추월한다. 그들은 미산리 하니동계곡에서 푯대봉을 넘어 적거리골
휴양림으로 진행한다. 1,385m봉에서 휴양림 내림 길이 치악산 사다리병창을 내리는 길과 흡
사하다. 가파른 내리막과 너덜이 그러하다. 사다리병창은 데크계단을 연이어 설치한데 반해
이곳은 날등로라 더 힘들다.
지당골 조금 못 미쳐 계단이 나오지만 그 높이가 너무 높아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지당골
입구 계류를 널다리로 건너고 매봉령에서 오는 길과 만나고 2주차장을 지나서부터 계류에
들러 물구경한다. 엄청난 큰물로 흐른다. 너무 큰물이라서 사진발이 먹히지 않을 정도다. 알
탕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우당탕 흐르는 귀 먹먹한 굉음과 확 덮쳐오는 찬 기운에 저 멀리
움츠러든다.
급히 내닫는 물살을 보노라니 내 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구룡교 지나고 이단폭포 보러 계
류로 내려간다. 장관이고 대관이다. 포토 존에 섰으나 날리는 물보라에 흠씬 젖는다. 춥다.
마당바위는 먼발치에서 본다. 방동3교 가는 길. 계류 와폭 내려다보는 걸음걸음이 가경이다.
예정한 17시 30분이 넘고 18시가 훌쩍 넘었다. 그들(19명)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휴대전
화는 불통이다. 물에 갇혔을까? 암벽에 갇혔을까? 여러가지 추측하며 웃고 또 웃었다. 19시
가 넘자 주변 민박집에는 불을 켜고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119에 신고해야 될까, 우리
만이라도 헤드램프를 가지고 구조하러 가야 되는 것은 아닐까?
19시 18분. 기진맥진한 몰골로 그들이 나타난다. 만세! 도열하여 하이파이브로 맞이한다. 모
두 무사하였다. 홍천 가는 길은 그들의 무용을 들어 또 즐겁다.
23. 멀리는 설악산 서북주릉
24. 중간의 가로로 뻗은 능선을 오전에 우리가 지나왔다
25. 주억봉 정상에서
26. 설악산 대청봉
27. 지당골
28. 적가리골
29. 적가리골
30. 이단폭포
31. 이단폭포 하단
첫댓글 또 복습합니다 !!!
오지 대제 !! 악수 형님.
제자를 만드시와요 ~~
대골도 규모가 커서 장쾌하고 볼만했습니다. 계곡으로 내리는 능선과 골도 오지 맛나는 길이었습니다. 악수형님 좋은 사진 덕분에 적가리골 물구경까지 잘 했네요.
이제 오지팀 A조B조로 나뉘는군요 멋진 조망이 압권임다
방태산 참 멋있군요
즐거운 산행이였습니다.
대골길은 내내 긴장으로 오싹했는데.. 지당골, 적가리골의 시원한 영상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적가리골 별거아니네요.저걸 위해서 오지팀에서 이탈이라니,
겁부터 내시는 걸까? ㅋ,ㅋ
근래 드문 현명한 선택!ㅎㅎ 감축드립니다.
그러고보니 대골도 대씨네요. 그래서 우릴 그리로 인도하셨나 ㅋㅋ
힘은 들었지만 쫀득한 하산길이었어요.
ㅋㅋㅋ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구룡덕봉에서의 조망, 근래 보기 드문 경치였습니다...계곡물도 시원했구요^^
간만에 대골 큰물 구경했지만 알탕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겨뒀습니다. 좋은 그림으로 추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래 드문 편한산행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대~~골~~ 생 했네요. 산구경 물구경 좋은 사람들 ^^ 오지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