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기독교인들에게 묻습니다.
- 우종학, 서울대 교수
1. 대통령 후보의 무속 논란이 한창입니다. 윤석열과 김건희를 부부로 엮어준것도 무속의 힘이요, 윤석열을 검사의로 안내해 준 것도 무속의 힘이며, 대통령 후보로 나서게 한 것도 무속의 힘이고,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운동 본부에서 직책을 갖고 실질적 지휘를 하던 것도 무속인의 힘이요, 윤핵관 중의 윤핵관은 김건희이나 그 위에는 무속의 힘이 있다는 논란 말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무속의 지령에 따라 복수극을 벌일 듯 합니다. 무속의 힘으로 청와대 영빈관도 옮긴다고 합니다. 더 어떤 신령한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참으로 대단한 무속의 힘입니다.
2. 홍준표를 비롯해 여러 후보들이 굿을 했다는 걸 다 알고 있다는 김건희의 발언은 무속의 세계를 훤희 들여다 보고 있나보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도사들과 대화를 즐기며 왠만한 무당 보다 자신이 더 용하다는 자기인식도 드러납니다.
윤석열이 손바닥에 왕자를 새긴 것도 교회에 가서 머리를 조아린 것도 신이 내리진 않았지만 자신이 영적인 사람이라는 김건희의 지시나 공통체적 무속신앙에 따른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윤석열 후보의 속옷 안에 어떤 부적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3. 무속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인들도 굿을 하고 용하다는 무속인을 찾습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해 확실성을 얻으려는 중생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습니다. 무속의 힘이 국민의 힘을 장악하고 선거운동을 좌지우지하고 윤석열 김건희 부부가 신령한 기운에 휩싸여 영적 지시를 받아 험난한 대통령의 길을 가고 나라를 구한다고 하면 그를 따르고 지지할 사람이 많겠습니다.
천공, 건진.. 등등 무슨 법사들이라고 하는 무속인들이 콩고물에 관심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국고에 빨대를 꽂고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으려 해도 무속신앙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혹은 무속의 힘이 그래도 인생에서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분들에게는 지지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4. 하지만 무속의 힘을 인정할 수 없는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과학자들입니다. 지구의 나이가 6천년이라고 믿는다는 어느 장관 후보는 결국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속신앙에 가까운 근본주의 오류 때문에 후보를 사퇴했습니다. 우주의 기운이 도와준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이 많은 과학자들에게 오버랩된 것은 우연이 아니겠습니다.
부적의 힘, 사주의 힘, 팔자의 힘을 믿는 무속 신앙을 개인의 자유 안에서 얼마든지 누릴 수 있겠으나, 국정 운영을 무속의 힘이 좌우한다면 대통령이 무속신앙에 깊게 빠진 사람이라면 최소한 과학자들은 지지할 수 없습니다.
5. 무속의 힘을 지지할 수 없는 또 다른 부류는 기독교인들입니다. 김건희가 스스로를 영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 '영적'이라는 표현은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영적'이라는 표현과 다릅니다. 기독교의 영적이라는 말은 무슨 신령한 기운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전인적'이라는 뜻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언은 미래를 점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오히려 성서는 점을 치고 굿을 하는 박수 무당을 금하라고 말합니다.
6. 그러니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기독교인들에게 묻겠습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유가 오히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무속신앙 때문입니까? 기독교를 기복신앙으로 믿기 때문에 윤석열-김건희의 무속신앙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까?
무당 대신에 용한 목사를 찾아가서 어디에 땅을 사면 좋을지 이번에는 시험에 합격할지 점치고, 새벽에 물떠놓고 비는 대신에 새벽에 교회가서 다 잘되게 해달라고 복을 빌고, 신이 내린 무당 대신에 신의 안수를 받은 사람이라며 목사를 섬기고, 목사는 가진 것을 모두 팔아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대신에 교회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기업처럼 경영하며 부를 축적하고, 무당이 굿을 하듯 조찬기도회에 가서 독재자를 축복하고 복채 대신에 헌금을 받기 때문입니까?
무속신앙이 말 그대로 기독교 신앙과 너무나 비슷해서 정말 그래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것입니까? 특히 대놓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목사들은 자신들이 무당이나 다름없기에 동질감을 느껴서 무속의 힘이 나라를 휩싸도록 바라고 기도하는 것입니까? 아니,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어차피 장사하는 마당에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것입니까?
7. 그것이 아니면 교회 몇번 와서 손모으고 고개숙였다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인가요? 여자 하와가 먼저 선악과를 따먹고 남자 아담을 죄에 빠트렸다며 여성은 목사안수도 못 받게 하는 목사님들은 신령한 무속의 힘으로 무장한 여자인 김건희가 남자인 윤석열에게 어떤 유혹을 할지는 상상이 안되는 건가요?
그도 아니면 이재명이 당선되면 나라가 망할 듯 해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인가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공산화 된다던 그 망발을 벌써 잊으신 걸까요? 아니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등으로 국가의 재정을 바닥낼까 두려운 것인가요? 정말 그런건가요?
8. 어제 예배의 설교자는 그리스도인들이 대선에서 관심을 가질 일은 누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성서의 일관된 가르침인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가르침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은 모두 누구의 부동산 정책이 나에게 유리한가, 누구의 세금 정책이 나에게 유리한가, 누구가 더 법과 질서를 잘 세워서 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가, 누구의 경제정책이 내가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직장을 얻고 잘 살고 잘 먹기에 좋은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도 계급적 투표에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9.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진정으로 성서의 가르침을 믿고 예수의 도를 따르려고 애쓰는 자들이라면 다른 기준을 가져야 하지 않습니까? 나의 유익을 포기할 수는 없더라도 내 동산과 부동산과 기득권은 포기할 수 없더라도 그래도 조금이나마 누가 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약을 내는가 살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더욱 지도자들이라면 목사들이라면 인물에 대한 선호도를 넘어서 양비론을 넘어서 사회적 목소리를 낼 힘이 없는 약자들을 생각하며 누가 그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나을 것인가를 살피고 지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제학자들이나 관료들은 반대할 수 있어도 뷰유한 계층은 반대할 수 있더라도 그래도 성서의 가르침을 따르는 목사들은 법과 질서를 운운하고 주당 60시간 노동을 말하는 사회적 약자에는 눈꼽만큼 관심이 없어 보이는 후보와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기 보다 그래도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후보와 당을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10. 무속의 힘, 과연 그리스도인들이 지지할 수 있습니까? 목사들이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당장 교회 간판을 떼시기 바랍니다. 당장 교회의 이름을 바꾸기 바랍니다. 최소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이기적인 개인으로서 지지한다는 최소한의 양심을 갖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