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웅
길가에서 주워온 야생화
작다고, 이름도 없다고
소외당하던 그놈 하나
버리려던 바지 자락 찢어
천 조각으로 화분을 감싸고
물 한 종지 떠다 주고
햇살 드는 창가에
덜렁, 앉혔다
밤새 찬비 맞아
몸이 축 처졌던 녀석
이튿날 아침
고개를 든다
참, 꽃도 눈치가 있다
사람 혼자 사는 집에 들어오니
살 맛이 나는 모양이다
나도 살맛이 난다
말수 줄던 벽시계도
틱, 틱 소리를 되찾고
한동안 무심했던 거울 속
내 표정도
조금씩 밝아진다
누구든
한 줌의 흙만 있어도
뿌리내릴 곳은 있다
살다 보면
사람도 꽃이 될 때가 있다
화분 하나 앞에 앉아
오늘은 그냥
나도 좀 꽃처럼
가만히 있어보기로 한다.
1100편의 출품작에서
6번째로 입상한
정연희 시인님 축하합니다
첫댓글 제 사진과 작품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