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O와 PMS, 그리고 부산의 미래 발전 전략
엊그제 해운대구 문화복지회관에서 열린 부산발전방안에 관한 토론회는,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다. KTM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해빙이 점차 녹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북극항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부산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이자
허브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리적
조건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함께 지역의 산업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며,
여기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MRO와 PMS이다.
MRO는 Maintenance, Repair, Overhaul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유지, 보수, 분해정비라 번역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계 수리를 넘어서, 선박이나 항공기, 공장 등 복잡한 기계장비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핵심
시스템이다. 특히, 북극항로와 같은 해상물류의 확대를 예상할 때, 부산이 물류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박을 정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MRO 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선박은 거대한 엔진과 복잡한 설비를 갖춘
‘이동하는 공장’이라 할 수 있으며, 그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철저한 유지보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와 맞물려 PMS(Planned Maintenance System), 즉 계획정비제도도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필자는
52년 전 해군 소위로 복무하던 시절, 미 해군으로부터 도입된 PMS 시스템의 정착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이 시스템은 기계 고장을 미연에 방지하고, 전투력과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PMS는 특정 장비
에 대해 일, 주, 월, 분기, 반기 등 정기적인 정비 일정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하는
제도이다. 특히 PMS는 단순히 규정에 따르기보다, 현장 담당자가 기기의 사용상태와 환경을 고려하여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념은 민간 기업에도 적용된다. 필자가 미국 메인해양대학에서 열린 포럼에서 들은 사례에 따르면,
일부 미국 기업들은 예산 절감을 이유로 PMS를 원칙대로 실행하지 않는 추세도 보였다. 이는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계획정비 없이는 기계의 고장이 이어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훨씬 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산이 미래의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여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단순히 항만 확장이나 물동량 증가
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MRO 산업과 PMS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강화하여, 선박 유지·보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 안목과 산업 생태계 전반의 내실을 다지는 일이
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의 정착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전체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연계될 수 있으며, 수도권에 집중
된 경제력의 분산을 유도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민간 기업의 참여, 그리고
전문 인력의 양성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결국, 미래의 항로를 여는 것은 단순한 지리적 기회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준비된
도시의 힘이다. 부산이 그러한 준비를 갖춘 도시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