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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띠해인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다가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는 충복(忠僕)의 상징으로 통한다. 주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설화는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현대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그래서일까. 취미 차원에서 애견을 키우는 CEO들이 적지 않다. 일부 인사의 경우 전문가 못지 않은 해박한 지식도 갖추고 있다.
송하경 모나미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송 사장이 키우고 있는 애견은 로트바일러, 도베르만, 셰퍼트, 복서 등 40여 마리에 달한다. 그는“독일종 경비견을 특히 좋아한다”면서 “이들의 경우 품성이 용맹스럽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실제 송 사장은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나미빌딩 옥상에 10여 마리의 경비견을 사육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 물류센터 견사에도 30여 마리가 있다. 집무실에는 각종 도그쇼에서 수상한 트로피가 가득하다.
박해춘 LG카드 사장도 소문난 ‘애견 마니아’ 중 한 명이다.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할 정도다. 서울보증보험 사장 시절 토종개인 진돗개와 풍산개 10여 마리를 사옥 주차장에서 기른 일화는 아직까지 직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아픈 추억도 있다. 지난해 초 LG카드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더 이상 개를 키울 수 없게 된 것. 결국 박 사장은 기르던 진돗개와 풍산개를 모두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도요타 오기소 이치로 사장도 개를 좋아한다. 지난 2003년 1월 한국토요타 대표이사로 취임한 오기소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취임 1년 만에 렉서스의 판매율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숨은 주인공이 바로 오기소 사장이다.
사업에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그지만 애견인 ‘메이’와 ‘테라’, ‘재원’ 앞에서는 한없이 자상하다. 주말 시간 전부를 애견에게 할애할 정도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사장님 부부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자식 역할을 한다”고 귀띔했다.
오기소 사장이 애견을 키우게 된 계기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요타 남아프리카에서 마케팅 담당 이사로 근무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현재 키우고 있는 3마리 강아지는 국적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일본·한국 등으로 모두 다르다.
이 밖에도 재계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박운서 전 데이콤 부회장, 김석원 쌍용양회 회장,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 등이 애견가로 꼽힌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우 한때 진돗개를 포함해 200마리가 넘는 개를 한남동 자택에서 길렀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세간에는 이 회장이 독일 도그쇼에서 입상한 셰퍼트를 정기적으로 사온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상공부 차관 시절 ‘타이거 박’으로 불렸던 박운서 전 데이콤 부회장도 현재는 필리핀 원주민을 위해 봉사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상공부 차관을 거쳐 데이콤 부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진돗개 한 쌍을 애틋하게 대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역 시절 박 부회장은 포기를 몰랐다. 한 번 일을 잡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면서 “그런 그의 근성이 진돗개와 많이 닮은 것 같다”고 회고했다.
벤처인 중에도 유독 개를 좋아하는 CEO들이 많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버추얼텍 서지현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벤처 1세대인 서 사장은 지난 1999년 왑(WAP) 방식을 활용한 무선 인트라넷 솔루션 ‘조이데스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로 인해 지난 2003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아시아를 이끌 차세대 리더’ 18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그이지만 취미는 소박하다. 애견 3마리를 기르는 게 유일한 취미라는 것. 특히 서 사장의 창업동지인 애견 둥둥이는 한때 서 사장과 출·퇴근을 같이했을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서 사장이 많이 슬퍼했다는 후문이다.
버추얼텍 관계자는 “둥둥이를 포함한 애견 3마리가 한꺼번에 세상을 떠나면서 많이 우울해 했다”면서 “최근 둥둥이와 같은 마르티스 종인 강아지를 새로 분양 받으면서 활기를 많이 되찾았다”고 귀띔했다.
애견과 경영
애완동물은 스트레스 ‘청량음료’
애완동물과 경영. 언뜻 보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높은 사기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물학자 토머스 칸타자로는 최근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개가 인간의 심리 안정과 건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실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70%가 ‘개를 기르니 가정에 행복과 즐거움이 더욱 늘었다’고 답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개를 기르지 않던 시절보다 많아졌다’고 답한 사례도 52%나 달했다. 애완동물 소유자는 비소유자보다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등 정서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진세 고려제일 신경정신과 원장은 “기업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일수록 업무와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중되게 마련”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충성도 높은 개는 CEO에게 안정감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종일 충현동물 종합병원장도 “개는 주인에게 안정감과 편안한 기분을 갖게 하며, 생활에 즐거운 변화를 주는 동물”이라면서 “외국의 CEO들 중 상당수가 애완동물로 개를 키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첫댓글 버추얼텍 서지현 사장님 우리 이모랑 연세대 동기이신데 예전에 한번 실제로 뵌적 있음.서글서글하시고 인상 좋으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