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 약해 불펜으로 버티는 팀인데 약한 선발에서 또 공백이 생겼습니다. 김민우가 잘 던진 것, 김태균 교체에 대한 궁금증, 이종환의 아쉬운 플레이 등 얘깃거리가 많은 게임이지만, 그 어떤 이슈도 안영명의 몸상태보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야수의 공백은 다른 선수가 메울 수 있지만 투수의 공백은 승률과 바꿔야 합니다. 특히 선발의 공백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유먼과 안영명이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한화는 5선발이 아니라 [1선발 체제]가 되어 버립니다. 김태균이나 정근우, 김경언이 빠졌을 때 보다 더욱 큰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시점이네요. 안영명의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기를 바랍니다.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에 내려가고, 3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볼넷 8개를 내주면 그 팀은 경기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 게임을 이기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야구죠. 1:4가 되는 순간 어제 게임은 패한 겁니다. 곧바로 4회에 김태균부터 찬스를 만들어 따라갔고 김민우가 호투하면서 중반에는 경합 흐름으로 이어졌지만 초반 기세를 뒤집기는 어려웠습니다.
한화의 승리패턴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상위타선과 중심타선이 점수를 만들고 불펜이 지킵니다. 선발과 하위타선이 승리에 기여한 게임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것이 팀의 강점이면서 약점이죠. 어제의 패배는 팀의 약점과 취약패턴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면 됩니다. 중심타선만 안타를 만든 가운데 6-7-8-9-1-2 라인에서는 출루가 거의 없었습니다. 주력 선수 몇몇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게임이니 확률상 실점은 많고 득점은 적어지죠.
한화는 역전승이 많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역전승이 적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화가 삼성보다 훌륭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서? 아니면 정말 한화가 유난히 뒷심이 강해서?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투수진이 허약해 초반에 다른 팀보다 점수를 많이 내주니까 확률상 역전승이 많은겁니다. 역전을 안하고 그냥 처음부터 이기는 게 진짜 강팀이죠. 물론, 초반에 내준 점수를 뒤집지 못하고 그냥 끝까지 지던 시절과 비교하면 굉장한 업그레이드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아직 전력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런 팀의 전형적인 패배가 바로 어제 같은 게임입니다. 흐름을 먼저 내주고, 따라갈 듯 따라갈 듯 하다가 결국 끝까지 끌려가서 지는 게임 말입니다. 작년보다 많이 이기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게임을 줄여야 팀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역전승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더 많이 이기는 게 훨씬 더 신나고 재밌는 일이니까요.
송창식은 지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이슈입니다. 올 시즌 투수진에는 두가지 키포인트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늘 게임을 잡아내는 포인트, 그리고 또 하나는 시즌을 운영하는 포인트입니다. 당일 게임 승리를 따내는 포인트는 박정진과 권혁이 중반 이후 중요한 지점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반면, 시즌을 운영하는 포인트는 송창식이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빈 자리를 막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투수는 박-권이지만 페넌트레이스를 치루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투수는 송창식이죠. 이 톱니바퀴가 4~5월에 잘 맞물렸는데 6월 이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리스크를 누가 어떻게 줄일 것이냐가 가장 급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ERA 8.00에 육박하던 김민우가 그것을 6.15까지 끌어 내렸습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더 오래 두고 보아야 한다]는 의미, 그리고 [좋아진 부분은 확실히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직은 잘 던진 경기보다 못 던진 경기가 더 많습니다. 유먼과 안영명의 자리를 바로 잘 메울것이라고 기대하면 위험합니다. 다만, 좋아진 부분이 무엇인지 체크하고 그 부분에 좀 더 집중해서 남은 게임에는 활용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죠. 시즌 초 김민우와 지금 김민우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속구 구속이 4~5Km 정도 늘었다는 겁니다. 우완정통파의 138짜리 직구는 제구와 관계없이 타자와의 승부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142~143언저리에서 노는 직구라면 제구가 뒷받침 될 경우 싸움이 가능합니다. 단, 존으로 오다가 바깥으로 휘어가는 변화구가 있다면 말입니다. 어제의 김민우는 그것을 해냈는데, 다음 경기, 또 다음 경기에서도 그럴 것이냐가 중요하겠죠. 만일 투수의 구속 혹은 구위가 하드웨어와 정비례한다면 김민우는 조상우 만큼이나 강력한 속구를 던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점차로 지는데 박정진이 등판한다] 확률상 썩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닙니다. 화요일 경기에서 그 선택은 좋았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좋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필승조를 쓰고 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력 불펜 내보내고 지는 경험은 누구나 합니다. 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투수를 등판시켜 "오늘 꼭 역전하자"는 메시지를 선수단에게 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결과가 패배라면 결국 좋지 않은 영향을 팀에 준 것입니다. 오늘 장맛비가 예상되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데 만약에 경기가 치뤄진다면, 그리고 배영수가 긴 이닝을 던져주지 못한다면 게임 운용이 꼬일 수도 있습니다. 선발이 빨리 내려간 경기여서 막아야 할 이닝이 많았던 것이 문제인데, 박정진 대신 김기현과 송은범이 1~2 타자씩을 더 막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시합을 하다보면 실책이 나옵니다. 공을 잡으려는데 자세가 안 좋아서 놓칠 수도 있고, 타구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와서 더 많은 베이스를 내줄 수도 있습니다. 1루수에게 공을 던진다는 것이 순간 밸런스가 흩어져 이상한 곳으로 날아갈 수도 있고요. 그런 것은 모든 시합에서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하는 [불의의 돌발변수]입니다. 그런데 가끔 실책보다 더 나쁜 플레이가 나옵니다. 심판의 판정이 내려지지 않았는데 혼자 판단해서 동작을 미루거나, 공 혹은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거나,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동작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경우 말입니다. 이런것은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지만 한 시합을 고스란히 상대에게 넘겨줍니다. 어제 그런 모습이 반복되서 나왔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아웃 2개를 헌납하면 안타 3~4개를 치더라도 팀에 오히려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김태균을 왜 교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수가 전경기-전이닝을 모두 뛸 수는 없으니 누구든 교체될 수 있으나 어제는 시점이 좀 이상했죠. 2점차로 뒤지고는 있지만 역전을 기대하며 박정진을 올렸을텐데 그 상황에서 다음 이닝 두번째 타자를 권용관으로 교체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입니다. 몸상태 문제라면 당연한 조치겠고, 기타 다른 이유라면 아쉬운 조치입니다. 분위기와 경기력은 결국 승리할 때 생기는 것인데, 승리를 노리기 어려운 확률로 라인업이 바뀌었으니까요. 과거부터 쭉 그랬는데, 경기 중반 김태균을 교체할 경우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던 적이 별로 없습니다. 단 1점이 필요해서 대주자를 쓴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래서 김태균은 가급적 타순에 놔두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경언-송광민-최진행 같은 타자들이 모두 빠져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고 말입니다.
KT가 팀을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옥스프링-저마노가 로테이션을 돌 것이고 조무근-김재윤-장시환도 이기는 경기에만 집중해서 쓴다면 괜찮은 라인입니다. 이대형-박경수-장성우로 이어지는 센터라인도 초년병 시절 NC보다 괜찮고 부상 선수가 나와도 제법 그 자리를 메울만한 선수층도 생겼네요. 앞으로 리그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습니다. 모기업 성향상 어려울 수 있으나, 대형 FA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팀 전력을 좀 더 키우면 좋겠습니다.
오늘 비소식이 있는데, 우리는 또 취소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실 우천취소가 쌓이는 게 투수력 약한 팀에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조삼모사'가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니 자꾸 게임을 뒤로 미루는 것을 기대하게 되네요. 올 시즌 성적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투수력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내년, 그리고 후년, 또 그 이후의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것 같습니다.
첫댓글 정확하고 시원한 설명입니다. 청량하다고나 할까.. ^^ 고맙습니다.
뭔가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속이 시원한 설명이네요.
어제 한화 선수들 초반부터 내내 어리삘 하더군요.
올해 그런 경기 처음 봤네요.
김태균 뺀 것은 아직도 모르겠구요.
김태균을 바꾼 건 그 전 이닝 공격 상황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봅니다..4,5번이 연달아 삼진을 먹었고 특히 이종환 선수는 낫아웃 상태로 본인이 섣불리 파울이라 판단한 나머지 충분히 1루에서 살 수 있었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뛰지 않았죠..게다가 다음 수비 김태균 선수의 조금은 안일한 견제포구 동작 등이 겹치면서 감독님이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주장인 김태균 선수를 교체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제는 날씨 만큼 후덥지끈한 경기 였다고 봅니다..
그 무엇보다 안영명 선수 큰 부상 아니기를 바라며...
부상선수들이 빨리 복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먼 빠지고 안영명 선수가 괜찮아야 할텐데 걱정이너요 우천으로 미뤄지는거 보다 배영수가 잘해주길 기대해야죠~
그냥 144게임중 하나의 게임으로
어제 경기는 마무리 되구
다시는 안그랬음 함
안영명이 갑자기 내려가고 그뒤에 투수들이 볼넷남발등 오랜 수비탓으로 우리 야수들이 지쳐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한화 투수진은 언제나 안정적인 피칭을 하려나? 모든 문제가 선발진에서 비롯되니... 아쉬운 마음에 한마디 합니다. 후반에는 힘을 낼 것이라 믿으면서...
송창식이 많이 지친듯해서 걱정.
경기 끝나고보니.. 김태균은 교체가 부상만 아니었음 좋겠네요ㅎ
1번선발님은 야구기자를 하셨어야 됐는데..(물론 지금도 기자이시지만...ㅎ) 좋은 내용 잘읽고 two thumbs up~ 드립니다!
어제 경기보면서 제가 느겼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네요..좋은 관전평 감사합니다..
현상황 한화는 난국인거 같습니다. 타자.포수.투수....
그나마 수비는 좀 괜찮아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