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꿈꾸며 제주에 온 사람들… 샐러리맨에서 중장비 기사로
제빵사로 일하다 이주해 개업 "수입은 전보다 줄었지만 행복"
직업 없이 무작정 왔다간 낭패, 몇개월간 지내본 후 결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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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
정다운 지음|박두산 사진
남해의봄날|264쪽|1만6000원
딱히 불행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수도권 아파트에 살며 맞벌이하는 평범한 삶이었다. 퇴근 후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집에 오면 오후 8시, 저녁을 차려 먹으면 어느새 밤 10시였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꿈꾸는 삶이 무엇인지 특별히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사는 게 바라는 삶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오랜 고민 끝에 부부는 제주도에서 살기로 했다. '제주에서 뭐 하고 살지?'는 3년 차 제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가 자신들처럼 제주에 정착한 열 명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제주 정착기'를 담았다.
아름다운 오름과 푸른 바다에 매혹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2014년 한 해 동안 9만2000명이 제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밥 먹여 주지는 않는다. 무작정 생업 없이 이주했다가 낭패 보기 일쑤다. 제주에 정착하려는 사람은 대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창업을 생각하지만 제주에는 이미 카페 2000개, 게스트하우스 650곳이 넘는다. 여행객을 맞이하며 여행하듯 살겠다는 로망은 금세 깨진다. 먹고살 방도를 먼저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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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빵집 '르 에스까르고'의 외관(왼쪽)과 내부(중간 아래), 미용실 로로하우스(중간 위)와 서점 라이킷(오른쪽). 성공적인 제주도 이주를 위해서는 나만의 비즈니스가 있어야 한다. /남해의봄날 제공
제주시 노형동에 빵집 '르 에스까르고'를 연 고용준(33)씨는 3년 전 6000만원을 들여 개업했다. 서울 강남에서 제빵사로 일하다가 제주행을 결심했다. 처음엔 하루 매출이 평균 7만원이었다. 당일 만든 빵을 고집하고 재료는 가능한 한 제주산을 쓴다. 지금은 '제주 3대 빵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구좌읍 종달리 미용실 '로로 하우스'를 창업한 박정훈(36)씨는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다. 스무 살 때부터 15년간 미용사로 일하다가 제주로 왔다. "예약이 없으면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해요. 수입은 서울에 있을 때와 비슷한데 일하는 시간은 확 줄었어요." 제주시 칠성로에 있는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대표 안주희(34)씨는 언론사 편집기자를 하다가 정착했다. 수입은 많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기운이 난다"고 했다.
이들은 본디 자신이 하던 일과 관련해 제주로 이주한 경우. 전혀 다른 직업을 택해 정착한 사람들도 있다. '제주도로 간 도시남자들'은 제주 이주 3년 차 중학교 교사인 저자가 직업을 바꿔 제주에 정착한 12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홍갑중(44)씨는 2012년 이주해 지금은 돌담 쌓는 일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IT회사에서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돌담 쌓는 건설회사에서 일당 10만원을 받고 일한다. 한 달 수입은 200만원 수준. 그래도 오후 5시면 일이 끝나니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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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간 도시남자들
김선혜 지음|즐거운상상 | 244쪽|1만4000원
유진원(40)씨는 지난해 제주도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8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에서 살고 싶어 2년여 준비 끝에 경찰공무원이 됐다. 이 밖에도 대기업 계열사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중장비 운전 기사로 제주에 정착한 이주노(39)씨, 기업 해외영업팀에 있다가 관광버스를 운전하는 최현철(43)씨 등 제주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이들의 스토리를 담았다.
이들은 대개 제주도 이주 후 "돈만으로 채울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이들의 선택이 행복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하던 일과 관련한 직업을 찾더라도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더 어려움을 각오해야 한다. "우선 제주도에 내려와서 몇 개월 정도는 살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아요. 제주에서의 생활을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내려와도 늦지 않아요."(식당 '올댓제주' 김경근 셰프)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