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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딸을 낳았다.
드디어 원치도 않는 할아버지가 됐다.
지금 다니고 있는 마트 사장님은 나보다 한 살이 적은데 나보다 먼저 결혼하고 그 딸들이 손주를 낳아 진작에 할아버지가 됐다.
50대 중반의 내가 마트에 처음 출근했을 때 사장님은 어린 손주를 보고 "할아버지(나를 지칭한 말)에게 인사해야지!" 하는 말을 듣고 기겁을 했었는데 60대 초반의 나이에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아이의 태명은 '호떡'이.
호랑이 해에 떡하니 태어나라고 딸이 그렇게 지었다.
집사람과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제왕절개로 낳았다.
우리집은 장사하는 집인데 한동안 손님이 없어 걱정했는데 호떡이가 태어나자 손님이 갑자기 늘었다.
집사람은 새로 태어난 호떡이 덕분이라고 좋아했다.
이장님 댁 고양이가 3달 전쯤 새끼를 낳았다.
6마리를 낳았는데 밖에서 키우다가 2마리를 잃자 4마리를 끌고 이장님 댁 안으로 들어왔다.
작년에 6마리 낳아 다 잃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살아남은 놈들이 많아 성공적이다.
이장님 댁 맞은 편 건어물상 고양이 노랭이도 새끼를 낳았는데 5마리를 낳아 3마리가 죽고 2마리만 살아 남았다.
일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밤마다 집사람과 난 이장님 댁 고양이들과 건어물상 고양이들에게 밥을 준다.
동네 길냥이 밥 주는 코스 중 하나다.
밤 12시가 넘은 시각, 10마리 정도 되는 고양이들이 밥을 먹기 위해 이장님댁과 건어물상 사이의 곡목길에서 집사람을 기다린다.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예쁜 것들......
요즘은 내가 사는 낙은 틈만 나면 이장님 댁에 가 어미와 새끼 고양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광복절이었던 월요일 오후, 서도리집에 들려 애들 밥주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고양이들을 보기 위해 이장님 댁에 갔다.
집사람은 시원한 차안에서 기다리고.
갔더니 이장님댁 어미 고양이 흰 놈이 골목길에서 자고 있다.
날 보면 도망가지는 않는데 미안한 마음도 들고 조심스럽게 뒤에서 찍기 위해 피해서 돌아갔다.
건어물상 옆을 지나가는데 어디에선가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는다.
바로 발 앞 나무덤불에서 소리가 나는데 쳐다봐도 안보인다.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는 내가 걸으면 그치고 멈추면 울기를 반복한다.
아기고양이 울음소리가 나는 나무덤불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나무덤불 사이에 음식물 쓰레기가 있고 그 옆에 내 손바닥 반 만한 아기고양이가 나무덤불 사이에 끼어 있다.
나무덤불과 고양이의 색이 같은 노랑 색이어서 구분이 안됐다.
파리는 날아다니고......
아기 고양이를 손으로 잡아 들어올렸다.
내 손이 닿자마자 아이 고양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을 멈췄다.
눈을 뜬 것이 난 지 10일 정도 된 것 같다.
집사람은 고양이 전문가.
아기 고양이를 수도 없이 키워봤다.
아이를 들고 집사람이 기다리는 차쪽으로 갔다.
어떻게 해야할지 집사람에게 물어보기 위해서다.
차문을 열고 아기 고양이를 건내자 순간 집사람 놀라더니 아기 고양이를 받고 차에서 내린다.
아기 고양이를 발견한 주위를 살피기 위해서다.
그런데 다른 아기 고양이도 없고 어미도 없다.
더 이상 머무를 이유는 없다.
아기를 안고 바로 집으로 왔다.
장사 잘되라고 이름을 '호떡'이라고 지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아기 고양이를 씻기는 일.
애를 씻기고 분유를 찾는다.
그런데 없다.
우유병을 찾는다.
우유병 역시 없다.
집사람은 이번에 아기 고양이 5마리, 요한이 요셉이 별이 은총이 블랑이를 같이 키우고 나서 다시는 아기고양이 뒷바라지 않는다고 우유병을 버렸다.
그래서 없다.
아이를 말리고 수건에 돌돌 말아 분유와 우유병을 사기 위해 급하게 전주로 나갔다.
첫 번째 팻 마캣을 갔는데 분유가 없단다.
어쩔 수 없이 이동해 500M 정도 떨어진 다른 가게로 간다.
다행히 있어 분유와 젖병을 같이 샀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TV에서 우리를 봤다고 반가워하신다.
그리고 수건에 싸인 호떡이를 보고 안고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보면서 예쁘다고 칭찬.
진짜 고양이를 예뻐하는 눈치.
그 순간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손님들이 호떡이를 보더니 이렇게 작은 새끼 고양이는 처음 본다고 손님들이 또한 신기해 하며 난리.
집에서 낳은 경우 아니면 이렇게 작은 고양이를 일반인들은 볼 일이 없다.
다들 구경하고 핸드폰으로 사진찍고..
집으로 돌아와 분유를 먹인다.
그런데 집사람이 또 한 번 놀란다.
한 번에 젖꼭지를 혀로 감더니 쭉쭉 빤다.
처음 아기 고양이 젖을 먹일 때 집사람도 힘들어하고 아기 고양이도 힘들어 한다.
한 번에 쉽게 먹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애들은 젖꼭지를 안정적으로 물고 빤다.
그런데 호떡이는 그걸 한 번에 해낸 것이다.
많은 아기 고양이에게 젖병을 물려본 집사람은 호떡이가 지금까지 키운 고양이 중 가장 영리한 것 같다고 칭찬 .
그렇게 호떡이는 태어나 처음 사람이 주는 분유를 먹었다.
20개 들이 소주박스가 있어서 우선 그 안에다가 집사람 옷을 넣고 호떡이를 넣었다.
잔다.
잘잔다......
오줌은 몇 번 샀다.
그런데 똥은 아직 안샀다.
살아있는 모든 동물은 먹으면 싼다.
못싸며 죽는다.
예전에 그렇게 보낸 아기 고양이 천둥이가 있어서 집사람은 속이 탔다.
애가 똥을 안싼다고 걱정한 집사람은 호떡이를 수시로 내놓고 움직이게 하고 일하면서 따라다니게 해 걷게했다.
그래도 안싸자 집사람은 동물병원에 가 관장을 해야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호떡이는 금요일 아침, 우리집에 온 지 5일만에 마침내 똥을 샀다.
그것도 호떡이 엉덩이에 참기름을 바르고 엉덩이를 자극해 어렵게 샀다.
똥을 못싸 배 아프다고 심하게 울고 난리를 치며 샀는데 시궁창같은 시꺼만 것이 길게 나왔다.
무슨 이유지가는 모르지만 어미와 헤어지고 살려고 어미 젖이 아닌 이것 저것 이상한 걸 많이 주워 먹은 것 같다.
어찌됐든 살았다.
다행이다.
호떡이가 온 다음날 새벽과 아침에 내가 사는 지역에 많은 비가 왔다.
100MM 넘게 왔다.
아마 못만나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호떡이는 그 비를 다 맞고 난 지 10여일만에 고양이 별로 돌아갔을 것이다.
호떡이는 건강하고 힘이 넘친다.
손 안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
끝 없이 움직인다.
숫놈.
호떡이 때문에 한동안 사는 게 시들했던 나와 집사람 삶에 다시 활력이 돌고 있다.
첫댓글 사람 호떡이도 냥이 호떡이도 건강하게 잘자라기를 바랄께요!!!
사람 아기 호떡이도 아기냥 호떡이도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었네요. 고양이 아빠님 댁에 행복하고 좋은 일이 많을 것입니다^^
너무 감동적인글이라...울컥..
이제 겨우 간식이나 주는 애들사진 안올릴게요..
반성하게됩니다..
왜요..
써니님 순정한 마음도 잘 읽히는데요
오랫만에 소식 듣네요
손주 보심을 축하합니다 **
살짝 코 물고 눈 감았는데도
엄마 만난듯 안심되고
편안해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살 운명으로
딱 그 순간 마주친 묘연
아기냥도 집사님댁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사진이 참 아름답습니다~~~
두번째사진을보니 제코끝에서 아가냥 내음이 나는것 같네요
집사님의 활력소 호떡이와 항상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