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심리학을 통해 분석한 자존감 과잉의 시대 속 논어의 군자의 덕목을 통한 해결방안
2015101284 철학과 이상현
최근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을 발매하고 ‘컴백’한 것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한류 돌풍을 일으킨 아이돌로서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2019 TIME지 선정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방탄소년단은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 된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자기애(自己愛)’를 중심적인 가치로 내걸면서 (앨범명이 'Love Yourself'인 것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10대들의 자존감을 높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들의 대표곡인 Idol의 가사를 한번 살펴보자
『뭘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대셔
I do what I do, 그니까 넌 너나 잘하셔
You can’t stop me lovin’ myself 』
-Idol 후렴구 中-
또한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유엔 연설해서 한 말들을 살펴보자
“저는 김남준이며, 방탄소년단의 RM이기도 합니다. 아이돌이자 한국의 작은 마을 출신의 아티스트입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방탄소년단 뿐만 아니라 최근의 아이돌 음악, 힙합 음악은 이성에 대한 사랑, 이별,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주제로 하기보다. 자기애, 자존감을 주제로 하면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데뷔한 ITZY의 ‘달라달라’의 가사를 살펴보자
『남 신경 쓰고 살긴 아까워
하고 싶은 일 하기도 바빠
My life 내 맘대로 살 거야 말리지 마
난 특별하니까 YEAH
남들의 시선 중요치 않아
내 style이 좋아 그게 나니까
언니들이 말해 내가 너무 당돌하대
I'm sorry sorry 바꿀 생각 없어요 Nope!
Don’t care what people say 나는 내가 알아
I’m talkin' to myself 기죽지 마 절대로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 난 달라 달라 달라
DDA-DDA-LA-DDA-LA
네 기준에 날 맞추려 하지 마
난 지금 내가 좋아 나는 나야
DDA-DDA-LA-DDA-LA-DDA-LA
I love myself!』
이렇듯 외적인 관습과 관념에서부터 자유로운 개개인을 노래하고 우리들을 ‘존재자’로서 존중하는 ‘자존감 고양 문화’는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비단 한국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최근 10년 전부터 이렇게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왔으며 현재는 만연하고 있다. 한 예시로 레이디 가가는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당신이 누구건 어디서 왔건 당신은 슈퍼스타예요. 그렇게 타고난 거랍니다!”라고 했다. 팬들은 곧 환호했고, 레이디 가가는 밝은 손전등을 객석에 골고루 비추며 이들의 환호에 답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오늘 돌아가서 나를 더 사랑하기보다 ‘여러분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세요!”
미국의 심리학자네이선 디월(Nathan DeWall)연구 팀이 지난 30년간의 노래 가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나는(I) 혹은 나에게/나를(Me) 같은 단어가 들어간 유행가가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게 됨으로서 보편적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존감 고양 분위기에 발맞춰서 사회학자, 심리학자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아직 부족한 연구결과임에도 성급한 결론을 내리곤 했다. 일례로 심리치료학자 너대이널 브랜든(Nathaniel Branden)은 “불안증과 우울증을 비롯해 친밀함에 대한 두려움, 배우자를 자주 갈아치우는 습관이나 아동 성희롱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심리적 문제에는 낮은 자존감이라는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하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닐 스멜서(Neil Smelser)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구성원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이후 막연한 믿음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하여 미국 정부는 미국심리과학협회에 위탁하여 자존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방탄소년단이나 레이디 가가의 공연에 영감을 줄 만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존감과 관련된 수천 건의 자료들 중에는 자존감과 학업 성적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추적한 자료도 있었다. 여기서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은 실제로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엄밀하게 분석해본 결과 자존감을 통해서 이후 성적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성적을 통해서 자존감의 수준은 예측 가능했다. 자존감이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기 보다는 성적이 우수할 경우 자존감도 그에 따라서 높아진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예시로는 전국적으로 보면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질 때도 자존감은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를 들 수 있다. 불성실하고 게으름에도 기분은 좋아지는 것이다. 이타성과 관련해서도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자존감은 동년배의 최상위층에 위치해 있으며, 굉장히 잔인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살인 청부업자나 연쇄 강간범)도 황당할 정도로 자존감이 높다.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수많은 과학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전염병적 징후는 없다고 판명되었다. 이렇게 ‘자존감 열풍’이 딱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그 역효과에 주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보인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포사이드 교수는 가르치는 학생들을 통하여 실험을 하였는데 과제가 어려워지면 자존감 강한 학생들은 때때로 거기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멋진지를 알아봐주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자기 관리는 더욱 소홀해진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히 만족한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관점으로 인생을 시작한다. 또한 높은 자존감이 사람들을 특별히 효율적이거나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도록 도와주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도 존재한다. 자존감 강한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인기가 많고 매력적이며 사회적으로 재능이 많다고 여기지만, 객관적인 연구 결과 다른 이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자존감은 보통 학업이나 직장에서의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고 담배나 술, 마약 혹은 이른 성관계 등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낮은 자존감과 마약 중독 혹은 10대 임신 같은 현상은 서로 연관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우울증 환자가 프로작(항우울제)을 복용하는 것을 보고, 프로작이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누구라도 16세에 임신한 마약 중독자라면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자존감이 한껏 고양된 현대의 청소년들은 의무적인 공교육 체제 정착 이후 유래 없을 정도로 저조한 학력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기초학력미달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중이다. 대조적으로 자퇴와 중퇴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는 중이다. 게다가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는 역대 최대치를 매번 갱신하고 있다. 고양된 자존감은 성실한 하루를 보내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원동력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하는 것 없이 놀고먹는 하루하루를 합리화하고 본인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옹호하면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야단과 잔소리를 막아주는 방패로 쓰이는 것 같다.
자존감은 자신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아니다. 자기가 소중하다는 것은 굳이 안 가르쳐도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목숨처럼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주관적인 자기 환상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인지편향과 우월환상을 통해 자신은 옳고 소중하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자기에 대한 사랑이니 자존이니 하는 것은 적당히 해도 된다.
여기서 공자가 말한 군자의 덕목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논어 4장 이인(里仁) 16절에서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에 밝다.”면서 군자와 소인을 구별한다. 여기서 군자가 가지는 의(義)라는 덕목은 동물적인 욕망을 벗어난 인간적인 가치라고 볼 수 있으며 소인이 가지는 이(利)는 이기적인 욕망과 동물적인 욕구에 충실한 인간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자기보존 욕구는 동물적인 생존욕구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자존’한다. 군자는 이러한 자기만족적인 자존에서 벗어나서 ‘자기절제’를 추구하는 사람, 즉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면서 현재의 자신을 비판적으로 성찰함으로 반성하는 자세를 지닌 자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자기통제는 도덕적 인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이기적이며 욕망 충족적인 사람을 도덕적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도덕은 그러한 동물적인 욕망과 충동에서 벗어나서 인간으로서의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동물적인 경향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것처럼 진정한 인간다움(仁)은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조절하는 ‘자기절제’를 통해서 도달할 수 있다.
첫댓글 유학적 전통에서도 반박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다산 정약용은 본래 선한 존재로 만들어진 인간이 악행을 저지르게 되는 이유를 환경적 요인과 주체적 요인으로 나누었습니다. 환경적 요인이란 事勢라고 하여, 사필귀정보다는 쉽고 편안한 것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을 말하고, 주체적 요인은 자기의 성향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이라고 구분했답니다. 자기의 성향을 거스를 수 있는 능력에다 한 두 번 악행을 저지르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어 자기의 본래 성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게 되면 악행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존감이 맹자식의 인간에 대한 신뢰라고 한다면 그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