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탐 행스가 출연한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있다. 자신이 살던 나라가 갑자기 없어져 오갈데 없이 비행기 터미널에서 지낸 이야기다. 살다보면 나라가 갑자기 없어지기도 해서, 내가 한 이 년간 살았던 자이르가 지금은 없어졌다. 옆 나라 콩고에 흡수 된 것 같다. 나는 타고난 역마살을 충실히 이행하느라, 내가 감당 할 만큼의 치안 상태라면 낯설음을 택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길들여진 안락함이 왜 지루한지 아마도 청춘의 덫이 아니였을까.
프랑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자이르에 내렸는데 가뜩이나 초라한 공항이 휴일로 인하여 더욱 초최하다. 휴일의 이유는 대통령 모부트의 생일날 이여서란다.
수도 킨샤사의 중심부의 일부 거리는 프랑스 파리의 상가를 옮겨다 놓은 듯 했는데 과연 프랑스 사람들을 위해 만든 1프로 상위 계급을 위한 샤핑거리였다. 간혹 거리에서 날치기가 외국인의 귀고리를 그냥 낚아채 귓볼이 찢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귀고리 착용을 금지하고 말라리아 약을 매일 복용한 기억이 있다. 정확한 액수는 잊었지만, 요즘으로 하면 몇 만원의 월급을 주고 청소하고 대문 열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였다. 45년 전이라 익숙치 않은 검은 피부 사람들과의 교류였는데, 그 때 느낀것은 그들도 우리와 아주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다만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으므로 서민들은 맨발로 다녔고, 주식으로는 고구마와 비슷한 얌을 쪄서 으깨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소금으로만 조린 꽁치 같은 생선과 함께 맨 손으로 먹었다. 이걸 그들의 컬쳐로 보아야지 안쓰러워 한다면, 늘상 음식을 구걸하는 애처러운 표정만 짓는다는 것을 보장한다.
그 때 처음 먹어본 망고는 모든 것이 열악한 아프리카에 신이 특별히 하사한 선물로 이 세상에서 제일 맛난 먹거리라 생각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살던 왠만한 저택에는 거대하고 튼실한 망고 나무가 있어서 일,이 백개씩 수확하기도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다홍빛 꽃이 만발한 아름드리 나무는, 높은 태양과 검은 피부와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과 거대한 합일을 이룬다. 자이르는 외교적으로 친북이여, 대한민국의 여권을 소지하고있는 한, 늘 조심스럽다. 두 해를 지내며 내가 가장 그리워 한 것은, 겨울 초입의 싸늘한 날씨로 팔에 소름이 돋아 앙고라 스웨터를 걸치면 포근하고 따듯했던 그 느낌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우기와 건기 뿐인 나라에서 절절히 결심한 것은, 나는 죽는 날까지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살리라 였다.
오늘 온 몸에 세포가 화들짝 깨어나는 영하의 기온에 감사해서, 뭉텅뭉텅 남겨진 거의 반 세기 전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이글이글 하나 서두르지 않고 거침없이 굵은 원색의 아프리카는 내 기억 회로에 아직도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첫댓글 착코 님이 아프리카 자이르 에서 2년동안 살으셨다니
조금은 놀라웠구 거기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 합니당
나도 사우디 1년 , 쿠웨이트 1년 , 말레이지아 4 개월을 건설 회사 건축 기사로서 근무 했었습니당
그 당시는 나의 전성기 이었구 고생은 많이 했지만 돈도 많이 벌었지용
충성 우하하하하하
그러셨군요 저의 친척 한 분이 대사관에서 일하시는 바람에 운 좋게 나갔다 왔어요 요즘말로 낙하산?
자이르니까 가능 했겠지요.ㅎ
착코님
보통분이 아니시군요.
여행을 수도없이 많이 하셨을 것 같고
아프리카에서 보낸 시간들이
보물같은 추억이 되셨겠네요.
피부색은 다르지만
다 똑같은 인격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아이들 동화책에 망고가 나오면
참 궁금해 했어요
지금은 수입 과일이 많지만
그때는 열매를 직접 본적이 없어서요.
그런데 몇백개씩 열리는 나무라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착코님
귀한글 잘 보고 갑니다.
제가 인생 살면서 그 때 얻은, 사람은 다 똑 같다 라는 교훈이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
제라님 저도 아프리카 이후로 망고 나무를 본적이 없는데, 그 중에도 아주 커다란 망고 나무 였어요 한 2, 3백 개는 딴거 같아요. 껍질을 벗겨서 냉동고에 넣어 샤베트처럼 먹었지요
40 년 전의 이야기를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하시네요.
말미의 선이 굵고 아주 찐한 색의
아프리카,누군가의 그림 속
이미지가 확 떠오릅니다.
지언님 젊은 뇌를 가졌을 때라 기억이 남아 있나 봅니다 ㅎ 현지 시장에서 팔던 디자인과 색상이 대담하고 강렬한 천이 기억 납니다. 아프리카 여인들이 입는 옷을 만드는 천으로 모두 면 이었어요
그땐 외국여행이 쉽지 않던 시절인데 아프리카에서도 생소한 국가인 자이르란 곳에서 살아볼 기회를 가지셨군요.
아프리카도 언젠가 한번 가볼 기회가 주어지면 달려가 보고 싶습니다.
마음자리님 요즘은 어디고 여행하기 좋게 되어 있답니다. 온 세계, 오지까지도 셀폰을 쓸 테니까요. 여행 추천을 드린다면 가기도 쉽고, 인도를 강추 합니다 ㅎ
아프리카라니 흔치않은 경험이네요
나 - 앞으로는 사계절속에서 살리라, ㅎ 수긍할수있는 대목입니다
단풍들것네님. 사계절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춥고 덥고 그리고 사랑스러운 봄 가을.
선이 굵고 찐한, 원색의 아프리카.
착코 님은 진짜 멋진 삶을 사시는 분 같습니다.
뭉텅뭉텅 남겨진 기억이 저리도 선명할
수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아직도 잔설이 보이는 아파트
마당과는 대비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엊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없답니다 이베리아님. ㅎㅎ
댓글들까지 읽어보니
젊은날의 추억이군요.
젊은날엔 그렇게 진한 추억
한 토막 남겼어야 하는데~
석촌님 글을 읽으니 젊은 날의 추억 맞군요.
날씨가 매섭습니다. 따듯한 하루 되십시요. 감사합니다
역시 착코님이었습니다.
40 여년 전이었다면,
선진국을 찾아, 갔다 온 이야기가
마치 개선장군이나 된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미개국에서의
경험을 하셨네요.
평생 잊혀지지 않는 경험을 하신,
착코님 답습니다.ㅎ
콩꽃님, 처음 임지로 아프리카를 간다는 친척의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설레여서 그 날부터 매달렸습니다 거기에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지 말입니다. ㅎ
인생에 색다른경험은 평생갑니다. 아프리카는 가기어렵지요. 저는 십여년전 스페인.포루투칼.모로코갈때 모로코서 2박한게 다입니다. 내일 집사람과 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을 8박10일갑니다 코로나이후 처음갑니다.
스페인, 포루투칼은 매우 매우 아름답지요.
아랍 카타르 오만 멋지십니다. 다녀 오신 후기 꼭 올려주십시요 언덕너머님.
자이레가 없어졌군요.
킨샤샤 공항 인질극이 벌어진 곳 같기도 하고
모부투 대통령 하니 독재자로 유명한 ?
하여간 낯설지 않은 국가 이름을
님을 통해 들어보니 신선한 느낌입니다.
색다른 경험담 잘 읽었습니다.
건필 하세요.
낯설지 읺다니 저도 반갑습니다 한스님.
전에는 자이르가 아니라 자이레라고 부른 것도 맞습니다.ㅎㅎ
아프리카의 추억 ᆢ귀중한 추억을 간직했군요
지금 지나서 돌아보니 귀한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푸른비3님
특별한 경험이 많은 분들은 글 소재가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 가득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불쑥 기억이 튀어 나오네요. 매우 감사합니다 손수건님. 편안한 쉼이 있는 밤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