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 모두가 내 생애 그런 일은 없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사실 기대라고 할 것까지도 없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닥치는 일이니까 더욱 충격이 클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이 지적했지만 그런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반응은 ‘왜?’입니다. 조금 보태어 말한다면 ‘왜 내가?’입니다. 달리 표현한다면 ‘왜 하필 내가?’이지요. 세상에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나냐? 하는 겁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당해야 한다는 겁니까? 누구나가 그렇게 질문한다면 당할 사람이 있나요? 그냥 내가 당첨(?)된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당하는 사건이나 사고에는 때로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라고 물어보아야 답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냥 받아들이는 길 외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한동안 그 질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용하지요.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남은 시간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변 정리에 들어갈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남은 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그 동안 살아온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지요. 어쩌면 자기 자신을 노무 혹사시키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그리고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신경 쓰며 살아왔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이제 남은 시간만이라도 나 자신에게 투자해보자는 결심을 합니다. 물론 가족이 있는 사람과 혼자인 사람과는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을 의지하며 살고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남은 가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느라 또 그 방법이나 대책을 마련하느라 남은 시간마저 자신에게 할애하지 못합니다. 그야 본인의 마음이고 선택입니다. 남은 가족들은 그만큼 아프게 마음에 담고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가족이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남은 시간을 활용함에 있어서는 한결 편하리라 생각합니다. 오로지 자기에게 투자하면 되겠지요. 아마도 바쁘게 살아오느라 여유를 찾지도 않았던 삶의 자세를 끝장낼 것입니다. 이제야말로 나 자신을 즐기자 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보고 싶었던 것들, 먹고 싶었던 것들, 가고 싶었던 곳들 등등 소위 ‘버킷 리스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마음은 있어도 감히 실행에 옮기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삶의 현실에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나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뭐에다 쓸 것입니까? 몇 년 적금 들고 있는 것, 저축해 놓은 것 등 그냥 두고 갈 겁니까? 가족이라도 남아있다면 남겨줄 생각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혼자 살고 있다면, 가족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가면 그만인데 가능한 한 다 쓰고 가자는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눌려 일하던 직장에서 상사에게 당당히 맞서며 회사를 떠납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아냅니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끌어 모읍니다. 앨범에 쌓아두기만 하고 머릿속에만 두고 있었던 꿈들 중에서 가장 멋진 곳을 택합니다. 그리고 훌쩍 떠납니다. 소위 유명인들과 부자들이나 가는 휴양지이기도 하고 관광지입니다. 급히 찾아왔으니 방이 금방 나타날 리가 없습니다. 아니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글쎄, 어쩌면 차림새를 보고 조금 차별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남은 방이 있기는 합니까? 소위 특실, 스위트룸만 남아있답니다. 그러죠. 그 방으로 하겠습니다. 하룻밤 삯이 수백만 원 이상입니다. 그러자 직원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대부분 사람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분명 유명인사일 거야. 그런 호텔에 머무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이 아닐 거야. 저런 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뭔가 대단한 사람일 거야. 차림새를 보니 대단한 사업가인 모양이야, 등등. ‘버드’는 의상실에 가서 비싸고 화려한 차림으로 새롭게 변신합니다. 지나가는 대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 고급 음식으로 상을 차리게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하나하나 음미하며 즐깁니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분명 대단한 사람임에 틀림없어. 고위층 로비를 하기 위해 따라온 사업가의 눈에 띱니다.
눈에 띠게 차리고 먹고 투숙하고, 당당하게 다니니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모읍니다. 특히 유명인이나 부자 또는 권력자를 로비하여 자기 사업의 영역을 넓히려는 사람에게는 가까이 해야 할 상대입니다. 여태와는 전혀 다른 삶을 만들자 전혀 다른 계층의 사람들을 가까이 하는 기회가 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바꾸고 나니 뜻하지 않게 삶의 형태도 바뀝니다. 새로운 인생이 열립니다. ‘하나님, 왜?’ 했던 원망이 ‘감사합니다,’로 바뀝니다. 그리고 ‘가능성의 책’은 ‘현실의 책’으로 바뀌어 나타납니다.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Last Holiday)를 보았습니다. 2006년 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