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대사(趙州大死) ―만인고칙 4 / 조오현
진작 찾아야 할 부처는 보이지 않고
허공에서 떨어지는 저 살인도(殺人刀) 저 활인검(活人劍)
한 사람 살아가는데 만 사람이 죽어 있구나
조오현의 「조주대사(趙州大死)―만인고칙 4」에서
조주대사는 선종의 조주 선사가 말한 대사(大死), 곧 분별심과
자아 집착을 크게 죽이고 본래의 무심한 경지로 돌아가는 수행의 상징으로 읽힙니다.
시적 맥락에서는 낙뢰와 낙반 같은 거친 세계의 소리를 피하지 않고
“다 갖고 살아라”는 태도를 통해, 깨달음이 관념이 아니라
현실의 모든 소리와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지로 제시돼요.
조주 선사의 유명한 응답은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뜰 앞의 잣나무”라고 답한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조주가 교리적 설명을 길게 풀었다기보다,
질문자를 관념의 틀에서 끌어내어 지금 눈앞의 사물을 보게 했다는 데 있어요.
이런 방식은 선종에서 흔히 보이는 방식으로,
말의 의미에만 매달리는 태도와 대비됩니다.
조오현의 시 제목에 놓인 조주대사는 단순히 역사적 인물의 호칭으로만 읽기 어렵습니다.
선문답의 조주가
“말을 통해 진리를 보여 주는 언어표현”이라면,
조오현의 시는 그 말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조주 선사를 소개하는 시라기보다,
조주의 정신을 빌려 현실의 충돌과 소리를 견디며 사는 태도를 그린 시로 볼 수 있어요.
시 ‘만인고칙 4’의 주요 이미지와 깨달음 낙뢰와 낙반의 소리
시의 첫머리에 나타나는 낙뢰소리와 낙반소리는 평온한 명상의 풍경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늘에서 치는 번개와 땅에서 떨어지는 돌이라는 이미지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충격, 불안, 갈등, 삶의 갑작스러운 사건들을 환기해요.
특히
“땅에는 낙반소리”라는 표현은 깨달음이 머릿속 생각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발밑의 위험과 무게까지 감당하는 자리에서 드러남을 암시합니다.
이 소리들은 아름다운 은유라기보다 불편한 현실의 음성입니다.
하지만 시는 이 소리를 제거하거나 외면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소리까지 포함해
“살아라”고 밀어붙이기 때문에, 조주대사의 ‘대사’는 고요한 죽음이 아니라
격렬한 삶의 한복판에서 작동하는 태도가 됩니다.
거적떼기로 덮인 시방세계
시방세계는 동서남북과 중앙, 즉 온 세상을 가리키는 말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 장 거적떼기가 덮여 있다는 이미지는
세상이 완전히 숨겨졌다는 뜻보다는,
거칠고 누더기 같은 막이 온 세계를 덮고 있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이상적이고 깨끗한 세계가 아니라,
먼지와 소음과 충돌이 뒤섞인 세계를 드러내는 표현이에요.
이 장면에서 깨달음은 세계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
거적떼기 아래의 세계, 즉
우리가 실제로 딛고 사는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다 갖고 살아라”는 명령은 회피하지 말고, 들리는 소리와
닥치는 사건을 자신의 삶으로 가져가라는 요구로 읽혀요.
조오현 시인의 선시적 세계와 조주대사의 연결
조오현은 평생을 구도자이자 시조시인으로 살아온 인물로 소개되며,
그의 시 세계에서도 선적 긴장은 중요한 축을 이룹니다.
「조주대사(趙州大死)—만인고칙 4」는 이러한 구도적 자세가
짧은 시행 속에 압축된 작품입니다.
조주 선사의 선문답이 질문을 깨뜨리는 방식이라면,
조오현의 시는 그 깨진 자리에서 남은 삶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를 묻습니다.
특히 이 시는 조주 선사의
“뜰 앞의 잣나무”식 직관을 현대적 생활의 감각으로 옮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주가 멀리 떨어진 진리를 가까운 나무로 되돌렸듯이,
조오현은 천둥과 낙반처럼 거친 현실의 소리를 깨달음의 재료로 되돌립니다.
결국 조주대사의 ‘대사’는 죽어서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자아와 분별을 크게 내려놓고 현실의 전부를 받아들이는 삶의 전환점으로 읽힙니다.
조오현 시인의 시 세계를 통해 선종의 깊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오현 시인의 다른 대표적인 시 작품들도 함께 찾아드릴까요?
김현수
2018.06.08
kor.theasian.asia
[설악 조오현 스님의 선시조⑥]
밤마다 비가 오는 윤사월도 지쳤는데 열반하신 조오현 큰스님의 열반송입니다.
평생을 구도자로서, 시조시인으로서, 무엇보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따뜻한 이웃으로 생을 살아온 오현... 있구나 ―
「조주대사(趙州大死)―만인고칙 4」
전문 ⑤ 하늘에는 낙뢰소리 땅에는 낙반소리
한 장 거적떼기로 덮어놓은 시방세계 그 소리 다 갖고 살아라...
법보신문
2015.05.04
www.beopbo.com
18. 제2칙 조주의 지도무난(5)들통
조주의 '나도 모른다'는 대답 말을 초월한 말 이전의 소식
달마대사의 '모른다'와 상통 그물에 걸리면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렇게 일러 주었는데도...
말을 통해 진리를 보여 주는 언어표현과 말의 허구적인 의미에만 매달리는 언어표현.
전자의 언어표현은 조주 선사의 말이고, 후자는 수행승의 말이다....
김현수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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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8 제37칙 정전백수(庭前栢樹)"뜰 앞의 잣나무!"
趙州,因僧問,“如何是祖師西來意?”
州云,“庭前柏樹子!” 因僧問(인승문): 승은 승려를 뜻하며, 문은 묻다라는 뜻입니다.
즉, 한 승려가 조주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如何是祖師西來意(여하시조사서래의):
조사서래의는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을 뜻합니다.
즉,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지 묻는 것입니다.
庭前柏樹子(정전백수자): 정전은 마당을 뜻하며, 백수자는 잣나무를 뜻합니다.
즉, 마당 앞의 잣나무라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이 내용은 조주가 한 승려의 질문에 답하면서,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지를 마당 앞의 잣나무로 비유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강신주씨는 그의 책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있는가?"에서
현재에 집중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일이나 조만간에 해야 할 일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게 될 겁니다.
미래가 걱정되니, 현재도 그리고
현 재에 펼쳐지는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이 눈에 들어올리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후회나 염려의 마음이 강하면 우리의 마음은 현재 에 열릴 수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현재라는 시제를 잃어버 리게 된다는 겁니다.
이 점에서 불교가 지향하는 깨달음은 너무 나 단순하다고 할 수 있지요.
'잃어버린 현재를 찾아서!' 기억나시 나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역설했던 이야기 말입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잡아라!"
[출처 : 네이버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