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속의 집’에 이은 민규암 소장의 두 번째 펜션. 거제도의 바다를 향해 솟아난 언덕 같은 집, ‘열대의 꿈’. 포토그래퍼|박성훈 에디터|정소정 |
![]() |
사진 거제도의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스레 펼쳐진 방사형의 건물이 인상적인 ‘열대의 꿈’. 배로 직접 공수해 심은 야자수가 열대 지방의 한가로운 휴식에 대한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열대의 꿈을 좇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이 불던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프러포즈가 지금에서야 결실을 맺었으니 말이다. 거제도의 검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시원하게 펼쳐진 방사형의 건축물, 하늘에 닿을 듯 직선으로 뻗은 야자수 네 그루가 주소를 대신하는 ‘열대의 꿈’은 오랜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
![]() |
사진 세 개의 매스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어떤 장소에서도 푸른 바다를 담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민규암 소장은 매스의 윗부분을 경사 처리해 매스와 매스가 서로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토마건축사 사무소 민규암 소장이 지은 열대의 꿈은 패셔너블한 건축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생각속의 집’에 이은 그의 두 번째 펜션 작품이다. 건축 일을 하는 선후배 사이인 건축주와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시작된 열대의 꿈은 서로를 인정하는 두 남자의 믿음에서 출발했다.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다이버로 12년 전부터 거제도를 찾은 건축주 김경욱 사장은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에 일찌감치 매료됐다. 더불어 언젠가는 이곳에 터를 잡고 살겠다는 바람도 생겨났다. 땅은 오래전에 구입해 뒀고,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의 편리한 접근성까지 고려해 통영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일명 ‘거제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작은 것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준비한 끝에 마침내 그의 꿈이 현실로 펼쳐질 순간이 온 것이다. |
![]() |
사진 브라운 컬러의 중후하고 클래식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코코넛 룸. 전면 창을 통해 보이는 언덕처럼 만든 매스의 윗부분이 마치 초원에 있는 듯 느껴진다. 거제도는 겨울에도 기온이 3℃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온화한 땅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거제도는 수많은 섬과 수려한 자연경관, 바닷속마저 아름다워 다이빙 포인트로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 그는 1년 내내 편안한 휴식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작은 리조트를 열고 싶었다. 바다를 향해 오픈되어 있으면서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되는, 아담하지만 스타일리시한 리조트 말이다. 긴 말 하지 않고도 그의 머릿속을 훤히 꿰뚫어 볼 건축가로 민규암 소장만한 이는 없었다. 그의 명성에 걸맞은 비싼 설계비도 ‘정’을 무기 삼아 거의 봉사 수준으로 해결했으니, 김경욱 사장에게 그는 산타클로스와도 같은 존재일 터. |
![]() |
사진 오렌지 컬러를 컨셉트로 한 복층 구조의 파파야 룸의 1층. 전면으로 펼쳐지는 바다를 24시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열대의 꿈은 야외 공연장을 중심으로 사무실과 레스토랑이 자리한 본관동을 비롯해 객실동 등 세 개의 매스가 바다를 향해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노출 콘크리트와 콘크리트 블록의 사용, 가벽 설계, 유니크한 공간 구성 등 민규암 소장만의 표식이 선명하게 각인된 열대의 꿈은 이전 작품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듯 보이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경사를 줘 사선으로 처리한 매스의 윗부분. 민규암 소장이 처음 시도한 경사면은 2층 이상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건축 규제를 피해 가면서 각 매스의 시야를 확보하는 영민한 선택이었다. 경사면에는 잔디를 심어 해변에 언덕이 있는 듯한 내추럴한 이미지도 부여했다. 펜션이라는 특성상 생각속의 집과 비교가 되는 열대의 꿈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생각속의 집이 평면적으로 오밀조밀한 형태라면 열대의 꿈은 매스와 매스 사이를 떨어뜨려 공간을 확보한 열린 구조다. 이렇게 서로 떨어져 독립적인 공간이 된 매스는 외벽과 이어지는 콘크리트 가벽에 설치한 철제문을 통해 야외 공연장이 있는 건물의 중심부로 연결된다. ‘열려 있되 독립적인 공간’이라는 건축주의 요구는 이렇게 훌륭한 답을 얻어냈다. |
![]() |
좌 가변형 복층 구조인 아보카도 Ⅰ에서 건물 중앙으로 바로 연결되는 계단. 독립적인 동선 설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건물을 짓는 프로세스는 무의적이어야 한다’는 건축 철학을 지닌 민규암 소장은 이번 작업 역시 머릿속에 있는 대로 지었노라 말한다. 어찌 보면 성의 없어 보이는 이 말의 속내를 김경욱 사장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건물이 지어질 곳의 지형과 자연경관, 그곳에 머물 사람들의 동선을 최우선으로 한 것임을 말이다. |
![]() |
사진 매스와 매스 사이를 벌려 공간을 확보한 열린 구조가 특징인 열대의 꿈. 콘크리트 가벽에 설치된 철제 문과 건물 외부의 계단을 통해 다시 건물의 중심인 야외 공연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 설계가 돋보인다. 파파야 룸으로 통하는 문에서 바라본 모습. 열대의 꿈은 전 객실에서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5채, 7개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다. 파파야, 망고스틴, 코코넛 등 달콤한 열대과일의 이름이 붙어 있는 객실은 손솔잎 교수가 내부 인테리어를 맡았다. 블루, 핑크, 올리브 등 저마다의 컬러와 클래식, 로맨틱 등 각기 다른 컨셉트로 꾸며진 객실은 어느 곳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데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는 핑크 컨셉트의 아보카도 Ⅱ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룸이 연결되는 블루 컬러의 망고스틴은 그중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8월 말까지는 전 객실의 예약이 완료될 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는 열대의 꿈을 찾고 싶다면 3개월 전부터 예약을 서두를 것을 권한다. |
![]() |
사진 저마다 다른 컬러와 로맨틱, 클래식 등 각기 다른 컨셉트로 꾸며진 룸에서 창으로 전면 배치된 욕조가 가장 인상적이다. 올리브 컬러로 장식한 아보카도 역시 건물 중앙으로 연결되는 외벽 쪽 창을 향해 욕조를 설치했다. 열대의 꿈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2010년 부산-거제 간 다리가 개통되는 시점에 맞춰 코코넛 룸 앞쪽 대지에 수영장인 딸린 풀빌라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이로써 거제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필리핀 세부에 또 하나의 열대의 꿈이 생겨날 것이다. 6개월간 휴직계를 내고 자재를 옮겨 오는 것부터 공사 관리 감독까지 직접 진두지휘한 그는 검게 그을린 다부진 몸과 목소리에서 꿈을 이룬 사람 특유의 자신감과 열정이 배어 있다. 세삼 느낀 것이지만 꿈을 좇는 사람의 눈빛은 참으로 아름답고 자극적이다. 열대 지방에서의 편안한 휴식을 상상하는 이들을 위한 열대의 꿈은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김경욱 사장의 열정으로 일군 값진 전리품이자 또 다른 꿈을 향한 출구다. |
첫댓글 특이하당^^
제가 거제도에 살아서 가끔 지나가면 보는데 설명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