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식 못 올렸는데 그래도 가끔 들러서 재밌는 소식들 빼놓지 않고 꼭꼭 읽고 있다. 이 기회에 글 올려주는 친구들에게 고맙고 흔적은 남기지 않지만 읽어 주는 많은 친구들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웃기는 이야기 재밌는 소식에 혼자서 쿡쿡 거리면서 웃다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 - 전부다 미국놈들(아.. 그러고 보니 여자들이 훨씬많네..) - 지나다가 무슨일이냐고 물으면 초등학교때 친구들이 올린 이야기들이라고 하면 설마하는데 사진까지 보여주면 미국놈들 놀라서 뒤집어 진다.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하고 지내냔다. 무식한 놈들 한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인것을 전혀 모른다.
하여튼 오랫만에 소식 전할려니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지난 연말휴가때 자동차여행 다녀온 이야기 해줄까한다. 크리스마스 연휴끼고 안쓰고 남은 휴가날짜 계산하니까 10일정도 휴가 낼수 있더라. 집에서 빈둥거리기엔 너무 길고 여름같으면 어디라도 갈건데 겨울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일단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했다. 마음껏 달리면서 스트레스 확 풀어보자는 야무진 희망으로...
미국 지도 펴봐도 얼마나 넓은지 사실 실감이 나지 않지? 내가 살고 있는곳이 텍사스 북쪽에 있는 달라스(박찬호 이 동네 살잖아...)인데 여기서 서쪽으로 1000킬로미터 또 북쪽으로 10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유타주 솔트레이크로(얼마전에 동계올림픽 열였는데 오노가 반칙해서 한국사람들에게 유명해진곳이다) 가기로 했다. 겨울에 눈보고 싶어서... 눈은 높은 산에만 가면 있는데 대학때 친구들이 유타주에 몇명 산다.
첫날은 가뿐한 출발이었다. 날씨도 좋고 길도 좋고 뉴멕시코주 아버쿼키라는 도시까지 말 그대로 편평해서 좀 심심하긴 했지만 신나게 달렸었다. 주마다 다른 제한속도가 있는데 보통 120킬로쯤이다. 그런데 하룻만에 목적지까지 가지도 못하는데 누가 제한속도 지키고 다니겠니? 조금 과속해서 130 이나 140 킬로쯤으로 달리는데 조금씩 쉬면서 운전해서 중간에 하루 묵을 호텔까지 11시간이 걸리더라.
둘쨌날은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지방도로인 셈이다. 인디언 보호구역도 지나야 하고 산도 높아지고 날씨도 장난아니게 추워지더라. 따뜻한 달라스에서 살면서 추위에 면역도 안되어 있는데 슬슬 걱정이 되기시작하는거 있지... 길도 좁아져서 속도도 제대로 낼수도 없고... 이러다가 하룻밤 더 자고 가야 하는거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해지기전에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달라스엔 일년에 한두번 밖에 눈이 내리지 않는데 고생해서 북쪽으로 눈구경을 위해서 여행을 한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그긴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진짜 춥더라. 눈? 양구에서 군생활할때 지겨울만큼 봤는데 세월이 흘러서 까맣게 잊고 괜히 눈.. 눈.. 하다가 눈속에서 얼어 죽을뻔 하기도 했다.
하여튼 닷세동안 썰매도 타러다니고 관광도 다니고 친구들 만나러 다니고 정말 재밌는 시간 보냈다. 그런데 돌아올때가 가까워오니까 괜히 가면서 넘었던 콜로라도 산들이 생각나는거 있지... 게다가 눈도 엄청나게 많이 내려서 운전하기에 더 힘들어졌을거라고 판단이 되더라.
그래서 과감하게 돌아오는 시간이 하루 더 걸려도 눈이 없는 남쪽으로 최대한 내려와서 돌아오기로 한거다. 생각한게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 들러서 하룻밤 더 자고 오는거였다. 가 본 친구들도 있을거고 영화나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듯이 놀기엔 진짜 좋더라.
게다가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라스베가스 힐튼호텔에서 가수 이정현이 콘서트한다고 길거리서 한국사람 진짜 많이 봤다. 사람들 라스베가스 갔다고 하면 제일 첫마디가 "얼마나 잃었냐?" 잖아. 애들만 안데리고 갔어도 밤새도록 눈알이 빨개질때까지 해봤을건데 그냥 맛만 본다고 애들 서로 봐주면서 집사람과 몇분씩 했는데 결과는 2불 25센트를 딴거다. 좀더 했으면 더 땄을건데 애들이 자기들도 해보겠다고 달라드는 바람에...
가끔 정신나간 사람들 애들 옆에 세워두고 도박하다가 경찰한데 잡혀가고 애들은 다른집에 입양보내고 하는 사건이 생겨서 그냥 아까웠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몇번만 더 했어도 백만장자 되어서 지금은 일 안하고 놀러다니고 있을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아깝다.
실컷 놀았고 이제 집에 돌아가는것만 남았는데 거리계산을 잘못한데다가 라스베가스에서 느긋하게 놀면서 이곳저곳 둘러보고 가다가 깜깜한 밤에도 몇시간을 더 운전해서야 중간에 하루 더 묵을곳에 도착을 했었다. 몸도 피곤하고 정신도 없고 사고 내기 딱 좋은 상태였다. 푹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또 출발을 했다.
그래도 마지막날은 이젠 집에 갈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더라. 게다가 다시 운전하기 좋은 텍사스 평원 날씨는 엄청나게 따뜻해져서 노곤하기까지 했고 얼었던 몸이 녹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달라스에 거의 다 왔는데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날때 갑자기 경찰차가 따라오잖아. 우리 동기 중에 많은 경찰 아저씨들이 눈앞에 다 어른거리더라.
차 길가에 세우고 기다리는데 할아버지 경찰이 와서 과속했습니다 면허증 주십시요 그러는거 있지. 사실 과속단속에 안걸린게 기적이었지. 2980마일.. 킬로미터로는 거의 4700 킬로를 닷새동안 달리면서 한번도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았는데- 안전하게 운전하면 조금 과속하는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 마을은 좀 이상하더라.
아무튼 과속 딱지 하나 떼이긴했지만 재밌는 휴가였다. 운전을 너무해서 좀 피곤하긴 했지만... 그리고 며칠전에 그 동네 판사에게 편지 보냈다. 앞으로 과속안하고 조용히 다니겠다고... 요즘 조용하게 운전하고 다니고 일도 잘한다. 평소에 운전하면서 막히는 차때문에 답답한 동기들 있으면 과속티켓 받는 한이 있어도 미국와서 운전 꼭 한번 해보길 권하고 싶다. 일단 스트레스는 풀리니까...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는데 읽어줘서 고맙고 새해 원하는 모든 일들이 잘 풀려나가길 빈다. 애들 여름방학하는 6월에 한국갈 생각인데 그때 가능하면 많은 친구들 얼굴 보고 오고 싶다. 건강하게 잘들 지내라.
첫댓글 4700킬로 다녔으면 기름값 장난아닌데 미국에도 휘발유대신 공업용 신나 같은거 넣니? 경치조은데서 사진찍은거 있으면 카페에 좀 올려봐라 공짜 관광좀하게 한국오면 미리 카페에 글 올려주고 ...
한국오는 날이랑 동창회랑 딱 들어맞아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ㅅ-ㅅ 할아버지,할머니 되기 전엔 함 만나지 않겠나?! ㅋㅋㅋ ㅅ-ㅅ
진가야!!! 새해 복많이 받고 가족들 모두 건강해라 조선의 산적이 기도해주꾸마!!! GOD BLESSED YOU and YOUR FAMILY !!! - 스펠링 맞나????????? ㅋㅋㅋㅋㅋㅋ
영호야! 기름값 가는곳 마다 다른데 대충 3.8리터에 1800원쯤 한국보다 싸지? 호생아! 넌 영어를 어디서 그렇게 잘 배웠니? 적어놨다가 나도 서먹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