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필요한 순간-2nd
요즘 의사 증원 정책을 놓고 의료분쟁이 심각하다. 그런데 이미 이 얘기는 2020년 의사 파업이 있었다. 2020년 의사 파업은 단순히 의사 정원 확대에 반대해서만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장기간 개선되지 않은 의료계의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의료 취약 지역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 어설픈 정책을 들고나오니 의료계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당연하다. 의료 취약 지역은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는 곳이다. 즉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민간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작고 교통인프라가 발달하여 가까운 도시에서 치료할 수 있는 일반적 중증 질환에 대한 지나친 투자는 불필요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면 의사들이 파업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불만’과 ‘불안’이다. 의료보험 수가 및 전달 체제의 불합리성 때문에, 이상한 진료 형태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컸다. 불확실한 의약분업 이후 상황에 대한 불안도 있었다. 이것이 파업의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그러니 내막을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일반 국민은 “밥그릇 싸움으로만” 이해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들은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의사들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는 뭘까? 공공 의대 및 지역 의사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었음에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의사들은 자기 이익에만 급급하다. “는 인식 때문이다. 왜 그런가? 이유는 의사들이 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걸,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의료계는 단순히 원격 진료를 (국민의 지식과 정보 수준을 모르고) 궁한 이유를 대면서 반대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를 정부와 함께 고민하고 국민의 편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사협회는 직능 단체로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 의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한 노조보다 더 우수한 의사 권익 조합이다) 하지만 동시에 전문가 집단으로 국민의 건강 지킴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의 편에 서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방만한 건강보험 제도, 무너진 의료 전달 체계, 부족한 공공 의료 등은 의료계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풀어가야 할 문제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여당이 171석의 힘을 과신한 데서 비롯되었다. 물론 당시 의사협회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었다. 여당과 합의안에 도장 찍고, 이로 인해 전공의협회 등의 반발을 샀다. 위임받은 권한을 사려 깊게 쓰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이루지 못한 과제다. 한국 사회는 정치적 민주주의는 이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 정원 증원 방안’을 윤석열 정부도 발표했다. 반발한 의사협회는 집단사직서를 내고 파업에 돌입하였다. 결국 피해는 의사가 필요한 환자 몫이다. 피해와 희생은 환자가 국민인데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지 귀 초가 다시 주목된다. 사실 제 건강은 제가 지키면 된다. 팬데믹이 오지 않는 한 어느 편이 쓰러지든지 결말은 날 테지만 국민도 바보는 아님을 정부나 의사나 알아야 한다.) 의사의 수가 정말 부족할까?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는 OECD 통계 의거 인구 1천 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연령 표준화 사망률 등 지표는 최고 수준이다.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16.9회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수술 대기 시간은 가장 짧은 편이다. 유럽의 수술 대기 시간은 백내장은 50일, 무릎관절은 114일 대기다.
우리나라의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은 1.4일이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의사의 노동 강도를 보여준다. 의사의 도농 간의 격차는 어떤가? 수준 격차는 당연한 일이다. 도시가 농촌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나라의 의사는 농촌보다 도시가 많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그 격차가 가장 작은 나라다. 그러니 죽는 사람이 서울 강남은 10만 명당 30명이나, 강원 양구는 100명이다.
우리나라는 적은 수의 의사가 장시간 노동과 짧은 진료를 통해 국민에게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원은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충분한 의사 공급은 노동 강도 개선, 외래 진료 시간 확대에 필요한 조건이다. 정부가 추진했던 의사 총수 4,000명 증원은 2030년의 의사 수 16만 명 대비 2.5%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만약 증원된 의사가 정책 목표대로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고 기피 전공(돈을 벌지 못하는 과목) 을 맡는다면 효과는 클 것이다.
(의사도 벌이가 되어야 먹고 살고, 취약지역에 근무할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고교 최우수 학생 집단이 선호하는 학교가 의대이니. 과연 그들에 바람직한 환경은 되는가 반성해 보자) 20세기 공산주의 혁명의 실패를 통해 배운 사실은 봉사 정신이 높아도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일의 측면에서 더 나은 것이다. 즉 의사들이 자신을 위해 취약지역에 갈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줘야 한다. 좋은 정책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공공선을 창출해 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건강 불평등은 의학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 경제학적 문제일 것이다.
국민소득이 5천 달러 이하인 국가의 기대수명은 평균 60년이다. 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선진국은 80년을 산다. 산업화 전 1800년의 유럽의 평균수명은 35세고, 조선왕의 평균수명도 46세다. 인류는 대단한 진보를 이루었으나 나라마다 차이는 크다. 우리나라는 40세 이상은 국민에게 2년마다 암 검진을 제공한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분석하니 위암과 유방암은 많이 일찍 발견했다. 그러나 조기 발견했는데도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이유는 국민이 다른 경로를 통해 암을 더 빨리 발견했는데도 사망률은 줄어들지 않았다. 둘째는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암 검진이 전달되지 않았다.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이 흡연이나 과음으로 죽을 확률이 2~13배나 높았다.
한국은 저부담 국가다. 세금과 사회보장 기여금의 규모가 GDP 대비 얼마인가를 보여주는 지표‘국민 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매우 낮다. 사회복지는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정을 한 줄로 세워 중간에 있는 가정의 소득이 중위소득이라 한다. 2023년 기준 중위소득의 30% 미만이면, 4가지 급여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 급여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부양의무자 조건에 연락이 끊긴 자녀의 수입 때문에 생계가 막막한 부모가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한다. 재산도 200만 원짜리 중고차가 있으면 받지 못하고, 65세 미만이면 아파도 일을 하거나 노동 능력이 없음을 증명해야 생계 수급 대상자가 된다.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본인이 30~50%를 부담해야 한다. 본인 부담이 많은 경우는 꼭 필요한 치료가 아니면 굳이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해이를 줄여준다. GDP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9년 기준 8.8%이다. 미국은 17.0% 일본은 11.1%로 우리보다 높다. 우리나라가 의료비가 과다하지 않게 유지하는 비결은 상대적으로 높은 본인 부담률에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는 입원 본인 부담률을 20%에서 5%로 인하했다. 가령 종합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을 때 48만 원을 환자가 부담했지만 이를 29만 원으로 표준화하고 50% 인, 15만 원을 환자가 부담하게 되었다. 이후 연간 흑자이던 건강보험 수지는 2018년부터 적자가 커지기 시작했다.
적절한 본인 부담금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예가 실손 보험이다. 처음 도입할 때는 환자의 부담은 거의 없었다. 실손 보험에 든 사람은 급격하게 의료 이용을 늘렸다. 결국 보험업계는 큰 손해를 보고 실손 보험의 본인 부담금을 늘렸다. 3년 만에 3배 늘어난 초음파 검사량은 2023년에 일부 MRI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취소되었다. 필자는 바람직한 개편이라 주장한다.
2023.02.21.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2nd
김현철 지음
김영사 간행
첫댓글 요즘 이슈가 되는 내용이네요
정보 공유 감사합니다.
우리 집안에도 의사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의료수가 문제 뿐만아니라
산부인과 및 응급의학 등을 지망하는 의과 학생이 없고
그로인한 비인기 과의 의사선생님들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해서
이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함께 논의 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의사를 많이 배출해도 전부 성형외과나 돈 되는 과로 그리고 도시로만 의사들이 몰리게 될 것이고
그래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지혜로운 방안이 서로 모색되었으면 하네요
산부인과
소아과 등이 소요와
소득 배분에 시장경제 원리로만은 안
된다는 의사를 자식으로
둔 사람들의 의견도
맞다봅니다.
그런데 보편적인
의견은 의사는 환자치료가
우선이고
교통 인프라가
발달된 우리나라는
거점도시로 병원을 배치하는 안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타당한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