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기억력.
민중 혁명이요?
다 잘되게 되어 있고,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인류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높은 저 고지를 정복하면서 하느님께 부여받은 사명을 멋있게 완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렇게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때가 와서 어떤 역할이 주어졌을 때
목숨 걸고 확 해 재끼면 되는 겁니다. 아무 걱정 없어요.
왜냐하면, 이 일은 언듯 사람이 하는 것 같지만 그런 게 아니고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면, 그렇게 다 잘되게 되어 있고 다 성공하도록 이미 정해져 있다면
이 역사에, 우리 인류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구요?
『과정』이요! 『체험』이요!
철광석이라는 돌멩이가 1.500도의 용광로를 통과하면서 제련을 거친 뒤라야
쓸모 있는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시 말하면, 고도의 뜨거움을 견디는 것과, 그 물질 속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그 과정과 체험!
이 돌멩이는, 당신과 나는,
이미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1.500도의 뜨거운 용광로를 향해 이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겁먹고 도중에 뛰어내리지만 않으면 돼요.
내가 20대 시절이었으니까 한 40년 전.
우리 이웃에 순복음 교회 장로님이 한 분 살고 있었는데요,
이 분은 취미가 뻥이고, 장기가 구라고, 특기는 거짓말인, 그런 분입니다.
이 분에게 거짓말을 엄청 들었는데요, 그중 몇 개만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내가 이제까지 읽은 책을 일렬로 세워놓으면 240M 쯤 돼.』
『내가 총각 때 나 좋다고 쫓아다닌 아가씨가 열세 명이고,
그 아가씨들한테 받은 연애편지가 총 2.700 통이야.』
『내가 군에 있을 때 군사기밀을 취급했는데 대통령, 국방장관, 참모총장,
이렇게 세 명밖에 모르는 1급 기밀만 취급했어.』
주로 이런 내용입니다.
『야, 강봄아! 그게 어째서 거짓말이냐. 사실일 수도 있잖아?』
예. 물론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요, 이 장로님 말씀은 일관성이 없어요.
읽은 책이 240m라고 했으면 그다음에도 240m라고 해야 하는데,
220m라고 했다가 250m라고 했다가 하면서 말씀을 하실 때마다 달라지는 거예요.
그리고, 그 집에 책이 없어요. 책을 그렇게 많이 읽었으면 책이 있어야 하고
책 읽는 모습을 이따금 봐야 하는데, 책이라고는 성경 찬송하고 그 집 아이들 교과서 몇 권이 전부고,
내가 그 장로님과 이웃으로 몇 년을 살았지만 책 읽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자기를 따라다녔던 아가씨가 열세 명이고 받은 편지가 2.700 통이면 그 후에도 계속 그렇게 나가야 하는데
말씀하실 때마다 그 숫자가 바뀌니 자연 의심이 가는 겁니다.
여기서 떠올려지는 단어가 바로 「기억력」입니다.
거짓말도 기억력이 좋아야 하고, 기억력이 없는 사람은 거짓말하면 안 돼요.
기억력이 없는데도 정 거짓말을 하고 싶다면 방법은 꼭 하나,
「기록」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거짓말 전용 노트를 하나 만들어서,
「00년 0월 00일 만화가 총각에게 책 240m, 쫓아다닌 아가씨 13명, 연애편지 2.700통 말함.」
이렇게 기록하는 겁니다.
그러면 잊어버릴 일도, 의심받을 일도 없잖아요.
그런데, 나도 얼마 전에 이런 실수가 있었어요.
하루는 시내에 사는 선배 한 분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동생! 김치냉장고 없지?』
『예.』
『차 가지고 빨리 우리 집으로 와. 우리 처제가 김치냉장고를 새로 하나 샀어.
먼저 쓰던 게 못쓰게 되서가 아니고, 제 엄마 생일이라고 아이들이 하나 사 준거야.
그러니까 먼저 것도 4년밖에 안 된 새 거야. 쓸 만 해. 얼른 와서 갖다 써.』
솔직히 선배의 이 말이 처음엔 반가웠어요.
그렇지 않아도 김치냉장고가 하나 있었으면 했거든요.
꼭 김치가 아니라도 눅눅한 여름에 밖에 두면 금방 곰팡이가 피는 게 많잖아요.
올여름에도 밖에 두었던 국수에 곰팡이가 나서 다 버렸으니까요.
그래서 어디 공짜로 하나 가져올 데가 없나, 하던 참.
그런데, 내키지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 선배는 뭘 하나 주면 생색을 그렇게 많이 내요.
100원짜리를 주면 1.000원짜리 준 것처럼 생색을 내고 또 소문을 낼뿐만 아니라
그 후에 꼭 나에게 뭔가를 요구하는데,
선배의 그 요구를 내가 거절할 수가 없어요. 왜냐면, 뭔가를 받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렇게 말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오는 겁니다.
『형님! 김치냉장고 가져와도 넣을 게 없어요.』
『그래?』
『예. 지금 있는 이 코딱지만 한 냉장고도 넣을 게 없어서 텅텅 비었는데
김치냉장고 가져오면 뭘 하겠어요.』
『응, 그래. 알았어.』
『예. 말씀이라도 고맙습니다, 형님!』
그로부터 한 일주일 후, 이 선배한테서 또 전화가 왔어요.
『동생! 신김치 좋아하지?』
『예.』
『김치통 큰 거 하나 가지고 우리 집으로 와. 맛이 잘 든 총각김치가 있는데
우린 이빨도 시원찮고 또 신 걸 못 먹잖아. 동생이 갖다 먹어.』
자, 이러니 또 거짓말을 안 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형님! 지금 우리 집에 김치가 남아돌아요.』
『그래?』
『예. 냉장고에 반찬이 꽉 차서 가져와도 넣을 데가 없어요.』
『응, 그래. 알았어.』
이게 약 6개월 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그동안 모르고 있다가 어제 불현듯 그 생각이 나는 거예요.
아, 내가 너무 속 보이는 거짓말을 했구나, 하면서 얼굴이 좀 붉어지더라니까요.
그리고, 그 선배도 내 거짓말에 불쾌했을 테고.
이게 다 기억력이 없어서 그래요.
한 가지 다행한 건,
내가 이 카페에 글을 쓸 땐 아무 계산 없이,
그저 생각 나는 대로 쓴다는 겁니다.
큰 일 앞에서 인간의 두되, 인간의 계산은 물거품 같은 거예요.
잔머리 굴리지 않아야 저 위에 계신 분이 그 머릿속에 뭔가를 넣어주시지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똑똑하다는 사람들이에요.
내가 말만 앞세우고 실천을 잘 못하지만,
큰 일일수록 요구되는 건 인간의 치밀한 계산이 아니라
단순함이란 사실만은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을 그 장로님.
평생 거짓말을 밥 먹듯 하셨지만
그래도 끝까지 예수를 믿으셨기 때문에
당연히 천당에 가 계시겠지요???
이래서 기독교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겁니다.
2021년. 8월. 25일.
제1차 세계민중혁명. 강봄.
http://cafe.daum.net/rkdqha1770
첫댓글 ㅎㅎㅎㅎㅎ거짓말도 좀 하고 살아야 재미죠...이웃으로 곧 이사온다는 은퇴한 70대 목사분이 돈 자랑을 얼마나 해대던지..그건 참 못들어 주겠더만요..
그런 돈 많은 목사님이 우리 옆집으로 이사 와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사바사바 해서 돈을 좀 뜯어 쓸 텐데! 얼마 전 우리 이웃 집 두 집이 이사 가고 새로 두 집이 이사 왔거든요, 그때 내가 하느님한테 참 기도 엄청 했어요. 제발 예쁘고 돈 많은 과부나 한 사람 보내 달라고. 근데... 어떤 인간들이 왔는지 아세요? 아효, 참 말하기도 싫고, 나에게 이렇게 엿이나 먹이는 하느님을 위해서 내가 계속 민중 핵맹을 해야 하나... 그런 배신감이 들더라니까요.
진상 이웃이 오면 혁명보다 힘들텐데 걱정 이네요..밥풀 이웃에 과부 형수 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