簞食瓢飮 단사표음[대그릇 단/밥 사/표주박 표/마실 음]
대그릇{簞}의 밥{食}과 표주박{瓢}의 물 |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는 사상(思想)의 황금기라 할 정도로 수많은 사상가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의 기치(旗幟)를 드높이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동양의 오랜 사상사(思想史)에서 보자면 역시 공자(孔子), 맹자(孟子)의 유가(儒家) 사상과 노자(老子), 장자(莊子)의 도가(道家) 사상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볼 것입니다. 공자, 맹자의 유가사상이 큰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한(漢)나라에 들어서면서부터 였고, 《논어(論語)》와 함께 오경(五經: 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의 경전(經傳)이 세상에 전파되면서 공자(孔子)의 사상적 이론뿐만 아니라, 공자와 함께 했던 주변 인물들에 대한 평가 역시 그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할 공자(孔子)의 제자 가운데 수제자(首弟子) 중의 수제자인 안연(顔淵)에 대한 평가는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되는 다소 안타까운 인물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단사표음(簞食瓢飮)은 안연(顔淵)에게 유래된 고사로 우리 나라 과거 역사에서 선비의 이상적 정신 자세를 가늠하는 척도(尺度)로 작용할 정도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성어였습니다. 아울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자신의 삶에 조그마한 의미라도 부여한다면 마음가짐을 어떠한 자세로 지녀야 하는지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그릇{簞}의 밥{食}과 표주박{瓢}의 물{飮}'이라는 뜻의 단사표음(簞食瓢飮)은 단사표음으로 생활하면서 비루하고 누추한 거리에서 살아간다는 '단표누항(簞瓢陋巷)'으로도 사용됩니다. 바로 아주 나쁜 음식과 누추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그 가운데에서도 인간의 올바른 도를 즐기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자세를 일컫는 성어입니다. 그 유래는 공자의 언행록(言行錄)이라 할 수 있는 동양의 최고 경전(經典)인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이나 《맹자(孟子)》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 어질도다 안회여! 한 대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먹으면서 좁고 누추한 거리에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그 속에서도 즐거움을 고치지 아니하니, 어질도다 안회여! " { 子曰 賢哉라 回也여 一簞食와 一瓢飮으로 在陋巷을 人不堪其憂어늘 回也는 不改其樂하니 賢哉라 回也여. } 《論語》 *食(사)밥,(식)먹다 / 陋(루) 좁다,비루하다 / 巷(항)거리 / 堪(감) 견디다 / 憂(우) 근심 |
안연(顔淵)의 성(姓)은 안(顔)이고 이름은 회(回), 자(字)는 자연(子淵)입니다. 그에 대한 출생 기록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버지인 안로(顔路)는 공자보다 6세가 어렸고, 안연은 공자보다 30세가 적었는데, 함께 공자의 제자가 된 이후에 공자가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알았던{문일지십(聞一知十)} 수제자로 총애했습니다. 특히 공자가 덕행(德行)에 뛰어나다고 평가했던 안연은 안타깝게도 일종의 빈민구제사업인 단사표음(簞食瓢飮)의 안빈낙도(安貧樂道) 생활을 하다가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명(幽明)을 달리하자 공자는 통곡을 하면서 하늘이 자신을 버린다고 애절하게 울부짖었습니다. 또한 안연의 사후에 당시의 위정자들이 능력 있고 뛰어난 제자를 추천해 달라 할 때마다 '예전에 안연이라는 훌륭한 제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죽고 그런 훌륭한 제자들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할 정도로 안연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 哀公 問弟子 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未聞好學者也. <6편.옹야(雍也)> { 노나라 애공이 제자 중에 누가 학문을 좋아하냐고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 안연이라는 사람이 있어 학문을 좋아해 노여움을 다른 이에게 옮기지 않고 과오를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죽고 없어 한문을 좋아하는 사람을 듣지 못했습니다." } * 季康子問 弟子孰爲好學 孔子對曰 有顔回者 好學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11편.선진(先進)> { 계강자가 제자 중에 누가 학문을 좋아하냐고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 안회라는 이가 있어 학문을 좋아했는데, 불행하게도 단명해서 죽고, 지금은 없습니다." |
《논어(論語)》에 나타난 안연과 관련된 구절들을 살펴보면 그가 어느 정도의 덕행(德行)과 재질(才質)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안연 관련 자료】
또한 공자(孔子)가 직접 몇몇 제자들을 평가했던 《논어》의 구절들을 보면 공자가 안연(顔淵)을 얼마나 칭찬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역설적으로 살펴볼 일이 있습니다. 다소 둔(鈍)하고 부족하다고 평가했던 제자 증삼(曾參){증자(曾子)}이 결국 공자 사후(死後)에 공자의 유가(儒家) 사상을 계승한 인물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안연(顔淵)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노둔(魯鈍)한 증자(曾子)는 천수(天壽)를 다하면서 위대한 사상가의 반열(班列)에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초한지(楚漢志)의 토사구팽(兎死狗烹) 고사에 등장하는 한신(韓信)이나 삼국지(三國志)의 계륵(鷄肋) 고사에 등장하는 양수(楊修)와 같은 인물을 또 다른 예로 들 수 있겠지요.
우리 사회에도 지덕체(智德體)를 겸비(兼備)하고 덕행(德行)에 힘쓰는 뛰어난 인재(人才)가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한자(漢字)의 활용(活用) |
한자 |
독음 |
한 자 어(漢字語) 예 시(例示) |
簞 |
(단) |
대그릇,도시락,소쿠리 - 簞食(단사), 簞瓢(단표) |
食 |
(사) |
1) 밥,먹이다 - 食馬(사마), 2) (식) 먹다,헛말 - 食量(식량), 食言(식언), 三旬九食(삼순구식) |
瓢 |
(표) |
표주박,바가지 - 瓢子(표자), 瓢簞(표단) |
飮 |
(음) |
마시다,물 먹이다 - 飮酒(음주), 飮料(음료), 飮馬(음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