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1. ‘뉴딜정책’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가 한국형 뉴딜정책의 대강을 발표했다. 용어들이 매우 추상적이고 게다가 영어가 많아 구체적인 내용을 확실히 알기 어렵고 의도 또한 파악하기 어렵다. 왜 이렇게 말을 어렵게 하는 걸까. 뭔가 구린 구석이 있으니 그러는 거 아닐까....말이 어렵고 애매모호하면 나는 이런 의심을 하게 된다.
원래의 뉴딜정책은 미국에서 나온 것이다. 만성적 과잉생산, 상대적 수요부족으로 인해 발생된 1929년의 대공황을 루즈벨트 정부가 인위적 유효수효를 창출하여 돌파하려 했던 정책이다.
루즈벨트 정부는 마음껏 이윤을 추구해온 은행과 대기업에게 공공성의 이름으로 제약을 가하고, 노동자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을 보장함으로써 노동자의 권익을 신장시키며, 과잉농업생산물을 매입하여 어려운 처지의 농민들을 지원하였다. 또한 노인연금, 실업자 수당 등의 복지를 늘려 복지를 확충했다. 테네시 강의 댐 건설은 정부가 직접 공공건설을 추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편 뉴딜정책에 이런 진보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공황을 극복하는 데 충분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뉴딜정책을 적극 집행했어도 대공황은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과잉생산물을 모조리 소모하고 기존 생산설비를 거의 100% 가동하면서 비로소 공황은 해결되었다. 그러나 2차 대전 중에 생산된 과잉군수품은 또다시 심각한 불황을 초래했는데 이 불황은 1950년에 터진 한국전쟁으로 해결되었다. 미국이 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전쟁을 기획하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미국판 뉴딜정책은 정부의 재정 확대, 기업에 대한 규제 확대, 노동자와 서민들의 권익과 소득향상 등의 수단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 노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이 정책의 내용이 테네시강 댐 건설로 대표되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과 토목공사로 기업의 이익을 취하고 성장을 견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2.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뉴딜
지금까지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뉴딜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항공, 해운, 조선업 등 기간산업에 40조를 지원한다.
- 3대 혁신분야; 디지털 인프라, 의료 교육에서의 비대면(非對面) 산업, SOC 디지털화
- 10대 중점과제;
데이터 전(全)주기 인프라 강화, 데이터 수집 활용 확대, 5G 인프라 조기 구축, 5G+융복합사업촉진, 인공지능 데이터, 인프라 확충 전산업으로 확산, 비대면 서비스 확산기반 조성, 클라우드 및 사이버 안전망 강화, 노후 SOC 디지털화, 디지털 물류 서비스 체계 구축
- 데이터 수집 활용 및 비대면 산업 활성화에서 불필요한 규제 철폐.
3. 한국형 뉴딜정책의 내용 평가
이 ‘한국적’ 뉴딜정책으로 누가 덕을 보는가. 적어도 원래 의미에서의 뉴딜 정책의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노력, 은행과 대기업 규제, 빈곤층에 대한 복지혜택 확충 등의 내용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여기에는 국가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선언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결국 정부가 기업을 위해 뭔가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되겠다.
항공, 해운, 조선업 등에서 40조 지원은 곧 대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말이다(기업에게는 40조를 지원하겠다고 하는 반면 코로자 재난 지원금으로 전 국민들에게 단 3조 집행하겠다는 데 대해서 홍남기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극력 반대한 바 있다.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인가.).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말은 5G 시스템을 전국적 차원에서 갖추게 하겠다는 말이다. 삼성, SK, 현대(5G는 자동차의 자율주행에도 활용된다. 현대, 기아차의 향후 사업과도 관련이 깊을 것이다.)...등의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비대면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교육, 의료, 금융 업무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으로써 기업에 가해진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말이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도의 표현일 수도 있다. SOC(사회 간접자본)을 디지털화 하겠다는 뜻은 또 무엇일까. 말은 애매모호하지만 그냥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선언이다.
과연 주식시장에서는 한국형 뉴딜정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주식 전문가들이 대체로 5G 장비관련 산업, 인공지능 공장자동화 산업, 시멘트 회사, 혹은 무인화 자동화 기기...등과 관련된 주식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모두 삼성, SK 등이 중심이 된 대기업의 사업영역이다.
현 정권이 말로는 한국형 뉴딜을 통해 일자리를 50만 개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돈 냄새 잘 맡는 증권가에서는 노동을 적극 배제하는 비대면 관련 산업, 무인화 자동화 기기 관련 회사 등과 관련된 주식들을 유망한 것으로 적극 추천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은행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고용확대, 노동자들의 권익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원래의 뉴딜 정책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가려 하는 것이다.
이명박도 4대강 사업을 마치 뉴딜정책의 한국판이라도 되는 것처럼 홍보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수십만 개 만들어 내겠다고 선전했지만 결국 그것은 파렴치한 대국민 사기극으로 결말이 났다. 이번 정권의 ‘한국형’ 뉴딜정책은 어떨까. 내 불길한 예측이 맞다면 이번의 그것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서민들의 고통이 더 깊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