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그대, 꽃놀이 다녀오셨다지요
벚꽃 터널 아래서
사진도 찍고, 웃음도 찍고
그렇게 봄을 마주하고 오셨다지요
그런데요, 그대
정말 꽃만 보고 오신 건 아니겠지요?
명지 바람에
속눈썹이 하르르 날리던 그 순간
가슴 어디에선가
무언가 맺히는 기척이 있었지요
나는 그대 얼굴에서
봄보다 먼저 핀, 묵은 눈물을 보았습니다
혹시,
꽃 그늘 아래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화덕을 보셨나요?
숯불 위에 생선 굽던
그 손, 그 이마, 그 땀방울을 보셨는지요?
풀무질을 하던 누군가의
입술 옆 굳은살을 보셨는지요
말없이 아궁이 앞에 쪼그려앉아
불꽃을 지피며
삶을 견디는 사람들 말입니다
꽃잎은 흩날리고
사람들은 웃었지만
그 속에는 불씨도 있었고
그늘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삶이란,
예고 없이 뒤집히는
벼랑 끝 파도 같아서
납작 엎드린 채
응고된 기억을 추스려
방향을 잡고
그저, 버티는 일뿐이지요
그대,
바다가 붉게 물들고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걸 보셨다면
그건 허무가 아니라
살아 있으려는 버팀이었다는 걸
이제는 아시겠지요
꽃놀이는 끝났고
사진은 앨범 속에 들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벼랑 끝에서
풀무질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붉은 불꽃 하나
조용히 지펴봅니다
첫댓글 꽃 속 웃음 뒤에, 묵은 눈물과 굳은살이 보였습니다 그 숨은 사람들을 위한 조용한 불꽃 한 줄기… 선생님 좋은 작품 많이 쓰시고 늘 건강하세요 ^^
늘 감사 감사
계획하는 응모작도 좋은
성과를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