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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최지은
그해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조금 춥고 적막한 나의 방
창턱에 뜨거운 물 한잔을 올려두고 앉아
간밤의 꿈을 돌이키고 있었습니다
겁먹은 눈으로 등을 맞댄 채 서로를 지키는
두마리의 원숭이가
잠든 내 머리맡에 앉아 있는 걸 내가 다
지켜보는 꿈이었습니다
내 마음 가장 못생긴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 집에서 부모를 잃고
연이어 오랜 사랑도 잃고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란 뭘까
떠난 부모의 마음을 더듬고 후회하고 아파하고
두려워하며
열세번의 보름달을 바라보고
그런 내가 미워 모든 것이 미치도록 미워지던
그로부터 같은 꿈이 계속되었습니다
오늘 밤 다시 한해의 마지막에 이르러
이 모든 일을 옛일인 양 되돌리며
나만의 원숭이를 부르고 가까이 앉히고
눈이 마주칠 것 같습니다
정다운 나의 원숭이
이제 내 손을 붙잡고 나를 다독이는 듯
인간에게 아픈 과거란
이 작은 손등 위에 올려둔 보석돌 같은 것 아니겠어요
이토록 어여쁘다 해도 품지도 버리지도 못할 것이라면
자기 손을 묶고 발을 묶어 마음을 얼게 하고요
이쯤에서 뜨거운 물 한잔을 끓이며
이상하게 아름답게 일렁이는 하얀 빛깔의
증기를 바라봅니다
천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걸까,
문득 생각해보았습니다
창밖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원숭이들 따라와 창에 붙어 섭니다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인지 저 너머
또다른 누군가의 꿈을 고르는 것인지
나도 모른 척 눈을 감습니다
내 마음
천사의 속삭임 쪽으로 한껏 기울여
깨끗한 물 한모금 머금어봅니다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 최지은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