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9일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된 이후, 형사공탁의 문제가 성폭력 피해 지원현장에서 체감되기 시작했습니다.
선고 직전에 이뤄지는 이른바 '기습공탁'은 피해자가 의사를 표현할 시간적 기회조차도 빼앗으며,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을 했다는 사유만으로 감형이 되는 사례들도 확인되었습니다.
형사사건 가해자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선고 직전에 거액의 공탁금을 내는 이른바 ‘기습공탁’에 대해 현직 공판 검사들이 비판했다고 합니다.
2022년 12월 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을 위해 도입된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 1년여 만에 피고인들의 감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김해경 부장검사) 소속 손정아(40·변호사시험 1회), 박가희(36·사법연수원 45기), 임동민(31·변시 8회) 검사는 최근 대검찰청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 겨울호에 ‘형사공탁의 운용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 논문을 싣고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손 검사 등은 "피고인 형량에 공탁을 어떻게, 얼마나 반영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양형기준이 없는 탓에 법원이 혼란을 겪고, 일부 판사들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공탁금을 피고인의 ‘반성의 증거’로 보고 감형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문제가 두드러지는 것은 피고인이 ‘기습 공탁’을 시도할 때라고 합니다. 변론이 모두 종결된 후 재판부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피고인이 기습적으로 거액을 공탁하는 경우, 피해자나 검찰의 의견을 들을 새도 없이 재판부가 공탁금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해 형을 선고한다는 것입니다.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고 피해자에겐 너무 억울한 이런 법이 우리 사회의 ‘거악(巨惡)’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소악(小惡), 거악(巨惡)이 난무해 힘없는 서민들만 더욱 힘들어지고 있나 봅니다.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범죄자, 법이 재단하지 못하는 불의를 개인이 사적으로 벌을 주고 처단하는 영화, 드라마가 부쩍 늘었다. 덴젤 위싱턴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는 3탄까지 나왔다.
다른 할리우드 영화는 “정의를 찾아가지 않으면 정의가 찾아오게 하겠다”는 명대사를 남겼다. 할리우드식 린치(사적 복수)가 K드라마에도 확장 중이다. 대한민국 법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일까. 정의가 집행되지 않는 부조리한 현실에 울분을 느끼는 대중의 심리가 드라마에 투영됐다고 하겠다. 상황도 묘사도 리얼하다.
범죄를 저지른 정황이 분명한데도 혐의를 부정하며 설치는 저질 정치인이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부정을 저지르고 판결까지 나왔는데도 승복하지 않고 돌이라도 들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전직 법무장관에겐 경악을 넘어 공포를 느낀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니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며 방어하는 것까진 법 테두리 안의 일이라 치자. 하지만 그들이 대중 앞에서 벌이는 역겨운 국민 기만 ‘정치쇼’에는 분통이 터진다.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최대의 정치 파벌 아베파에 메스를 들었다. 파벌의 정치자금을 모으는 파티에서 목표를 넘는 돈을 보고하지 않고 나눠 가졌다는 게 핵심 혐의다.
아베파가 어떤 집단인가. 국회의원을 100명 가까이 거느린 자민당 최대 파벌이다.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렀다. 자신에게 제기된 ‘모리카케’ 부정 의혹과 ‘사쿠라를 보는 모임’ 사건을 아베는 불기소로 눌렀다.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누렸던 아베가 지난해 사망하자 일본 검찰의 ‘아베 리벤지’가 시작됐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다는 ‘독사’ 도쿄지검 특수부가 난다 긴다 하는 아베파의 거물들을 하나둘씩 치고 있다. 뇌물 수사로 총리까지 무릎 꿇린 것이 1988년 ‘리쿠르트 사건’이다. 대기업 리쿠르트가 계열사 미공개 주식을 정관계 유력 인사에게 싸게 양도하고 부당 이익을 보게 했다. 현직 총리 다케시다 노보루의 퇴진을 이끌어 낸 수사였다.
사퇴 선인 지지율 20% 밑으로 떨어진 기시다 총리에게 일본 검찰이 KO 펀치를 날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움직이면 정계가 벌벌 떤다. 1976년 록히드 사건 이후 반세기간 정치인 수사로 무죄 판결을 한 건도 내지 않은 최강의 도쿄지검 특수부다. 아베파 수사에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응원한다.
새 대법원장의 사법부 개혁이 시작됐다. 부정, 불법, 범죄를 제대로 제때 법으로 응징하지 못하면 정의가 아니다. 신속한 재판을 체감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법원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세상이 거꾸로 가는지 범죄를 저지르고도 활개 치는 정치인들이 늘었다. 고문치사에 가담한 운동권 출신의 공천·철회는 86세대의 마비되고 뒤틀린 단면이다. 힘없는 ‘가붕개’ 국민들만 지켜야 하는 예외적 법치주의여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이 범죄를 저질러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무법천지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거기서 끝이다. 전 정권이 왜 검찰의 손발을 묶는 ‘검수완박’에 매달렸는지 그 이유를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패 정치인 수사가 느리다. 지연된 수사도 정의가 아니다. 정의의 최후 보루는 경찰과 검찰, 법원이다. 상대에 따라 수사 결과나 판결이 달라지면 법치가 아니다. 소악(小惡)에도, 거악(巨惡)에도 강해야 한다.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른다는 상식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역사 짧은 법치주의가 견고해진다.
“영장을 기각시키겠다”며 ‘사법 신(神)’을 자처한 86 정치인이 어제 구속됐다. 법원이 그새 제정신을 차리고 구멍 난 법망을 수리했나 보다. 법을 우습게 아는 정치인들이 드라마처럼 넘치는 우울한 현실이다.
법의 지배를 무너뜨리는 사적 복수가 불쑥 찾아올지도 모른다. 도쿄지검 특수부에도, 그리고 우리 법원과 검경에도 박수를 보낼 날이 와야 할 텐데.>서울신문. 황성기 논설위원
출처 : 서울신문. 오피니언 황성기 칼럼, 소악에도 거악에도 강해야 한다
거악만 악이 아닙니다. 소악도 분명 악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위 ‘거악’에 저항한다고 하면서 ‘소악’으로 일삼는 사람과 집단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입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마치 그게 검찰에 의해 희생당한 것처럼 ‘선한 희생양 코스프레’를 하는 전 정권의 실세들과 야당대표를 보면서 정말 경찰, 검찰, 법원이 확실하게 정의를 구현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