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큰집 정미소가 외지인의
전원주택 부지로 팔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빠 돌아가시고 폐업했던 정미소는
덕지덕지 세월의 더께가 낀체 을씨년
스럽게 남아 올케로선 더없이 홀가분
할것이다
그 정미소 자리엔 내가 아주 어렸을땐
물레방앗간이 있었다
방아일을 거들러 가시는 할머니를 따라갔던
생각이 난다
할머니는 갓찧은 쌀을 한줌씩 호호불어 내입에
넣어 주셨는데 눈처럼 하얀 그 쌀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착지근 했다
나는 쌀을 꼭꼭 씹으며 철퍼덕 철퍼덕 돌아가는
물레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동네 아이들이 돌아가는 물레에 막대기를 휘둘러
내 얼굴에 물살을 틔기기도 했다
방앗간 뒤로는 드넓은 뽕밭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길섶에 쪼그리고 앉아 뽕잎 따시는 할머니를
무료하게 기다렸다
짙푸른 뽕밭 한가운데 하얀 수건쓰신 할머니
머리가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돌아오는길에 수산 아지매 점빵에서 산
왕사탕을 입안가득 굴리며 보따리를 이고
가시는 할머니 뒤를 따랐다
어느날 나는 방앗간에 혼자 가다가 길가에
매어둔 소를 피하려다 옆 냇물에 빠졌다
그 냇물은 물레방앗간과 연결되 있어 하마트면
큰변을 당했을거라고 했다
동동 떠내려 가는 나를 빨래하던 동네 아줌마가
발견해서 근처 논에서 일하던 아저씨가 건졌는데
풍선처럼 부푼 배를 누르니 올챙이 피래미가 튀어
나왔다고 했다
그후 나는 집안 어른들 사이에 물방깐에 빠진아
로 통했다
내가 어느정도 성장해서 큰집에 갔을때
물레 방앗간은 흔적도 없이 뜯기고 번듯한
현대식? 정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인근 마을을 통털어 하나뿐이라 한창땐 일꾼을
두고 운영 했다는 정미소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른들은 늙어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자라서
마을을 떠나면서 사양길에 들어섰다가..
고향 지키미로 선산을 관리하며 정미소를
운영했던 큰집오빠 돌아가신후론 혼자남은
올케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텅 비어가던 집성촌에 외지인들이 하나 둘
찾아든다니 향후 소멸될 고장으로 도마위에
오른 마을로선 희소식이라 해야할런지.
수필의 형식이 결여된 건조한 글이지만
저와 정서가 비슷한 님들과 교감 하고자
용기 냈습니다^^
첫댓글 아주 좋은 글거리 입니당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 드립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충성^^
어릴적 추억이 담긴
물방아간
하마터면 ~ 지금껏 사실수도 없을 흑역사 사건도 있으셨군요
아!
정말 사고는 한순간이지요
글도
읽어나갈수록
물방아간 정미소 외지인으로
빠져들어갑니다
멋진 수필 한편 잘읽었구요
그당시 그때의 ~
할머니는
지금 저희들 나이보다도
더 젊었을 때입니다.
여성방에~
저희 리얼부대에 대하여 좋게 써주시고
많은 택배해 주심 넘~ 감사합니다
땅스 부대보다 ~
더 훨씬 맛있다고 해주셨죠 ㅎ
아무래도 ~ 회사 공장에서 나와 시판하는것 보다는
양질입니다. 꾸벅^^
서초님 예까지 들려주셔 고마워요
그말 해놓고나니 좀 민망했는데
은연중에 홍보가 된다면 좋겠지요 ㅎ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시고 정성스런
댓글 남겨주셔 감사해요^^
@해솔정 늘 ~ 가까이 지켜봐 주세요
저도 언니같이 생각하고 살께요 ㅎ
@서초 서초님은 성격도 활달하고
솔직하고 순수한 열정을 가져
여성방에서 사랑을 많이 받더만요
마음으로 늘 응원할께요 ^^
하나 둘 씩 사라져가는 것들 중에
아주 귀한 물레방앗간
거기서 나온 흰 쌀을 호호불어
쌀을 멕여주시던 할머니
그리고 지금의 정미소
마치 친정집 마당처럼
한 눈에 훤히 들어오는
풍경들을 잘 그려내 주신
해솔정님 소중한 글
감사한 마음으로
귀한 수필 한 편 잘 읽고 갑니다ㆍ
윤슬하여님 댓글을 받으니
감동의 물결입니다 ㅎ
저 윤슬님 찐펜인거 아세요^^
부족한글 넘치게 호평해주셔
감사해요 ^^
이전에 봤던 영화 속 풍경이
연상됩니다.
'아름다운 시절'이란 제목이었던가.
풍경 속에 일어났다 스러지는
인간의 발자국을 한 발 떨어져
보게 하십니다.
영화와 해솔정님의 글에서
똑 같은 아련함을 보고 느낍니다.
사라진것들중 하나로
인제 물레방앗간은 영화나
민속촌에서나 볼수 있겠지요
까마득한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랍니다
공감해주셔 감사합니다 ^^
물레방앗간, 정미소
아련한 느낌입니다.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겨지는 잔잔한
추억담이 서린 글 잘 읽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주시어
감사 드리며 수필방 종종 들리시어
좋은 글 올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한스님
수필방 글 다 좋아하지만
한스님 글 꼭 챙겨봅니다
제 추억여행에 동참해주셔
감사 드립니다^^
어느 특정한 곳에서만 보았던
인위적 물레방아,
실제로 사용됨은 보지 못했습니다.
옛 마을의 전설 같은 이야기,
남녀 사랑의 은밀한 곳으로
소설책에서만 보았던 물레방아가
할머니와의 어린 시절도,
냇물에 떠내려 간 유년 시절의 기억도
다 간직하고 계십니다.
집성촌이 도시화 하면서 변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본 해솔정님이네요.
글 잘 쓰십니다.
자주 오셔요.
콩꽃님 감사합니다
사실 어제밤에 써놓고 계속 망설이다가
올렸는데 칭찬해 주시니 으샤으샤 합니다 ㅎ
수필방 님들 글을 좋아해서 늘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용기 냈는데 힘을 실어주셔 너무나
감사합니다 ^^
집성촌에 있었던 물레방앗간이 큰집이었다니 어려서 쌀밥 먹고 살았겠네요.
오랜만에 해솔님 구수한 글을 읽으니 옛날 생각이 문득 소환됩니다.
이참에 수필방에 콱 눌러앉으세요.ㅎ
환영합니다.
수필방에서 손수건님 뵈니
정말 옛날 생각 납니다 ㅎ
글은 멋모르고 쓸때가 좋았던것 같아요
수필방을 장바닥으로 만든다는
소리도 들었지만..ㅎㅎ
근데 요새 왜 글 안쓰시는지요..
@해솔정 새로운 분들이 글을 쓸때는 조금 기다리는 것이 저만의 손님 맞이랍니다.ㅎ
요새는 AI랑 놀아보고 있는데 글로 쓰자니 어색해서 꾹 참고 있지요.ㅎ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자라셨군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앞마을 냇가에
빨래하는 순이'
아니
'빨래하는 해솔'
노래생각도 납니다.
수필방
자주 올려 주세요.
제 고향은 부산인데
어릴때 큰집에 가있을때
있었던 일입니다
야트막한 산아래 마을 한가운데
냇물이 흐르고 논밭이 펼쳐져 있던
그림같이 아름다운 마을이었지요
혜전님 들려주시고 정감가는 댓글
남겨주셔 고맙습니다
시댁어른 문상 갔다오느라 인사가
늦었어요 평온한밤 되세요.
@해솔정 님
답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큰 집이 부산근교인가보죠?
지난 가을
일이 있어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여러 곳을 다녀보았습니다.
남녘의 산과 들,
골짜기의 시냇물도 아름다웠습니다.
해솔정님의 추억이 깃든
그 물레방아가 돌던 시냇물이 흐르는 지역은
어느 곳이었는지요?
@혜전2 경북 내륙 지방입니다 ^^
할머니가 자상하신 분이셨네요.
생쌀맛을 아는 사람 많지 않은데
해솔정님은 그 달착지근함을
여직 기억 하시는군요.
할머니가 누에도 치셨을까요?
뽕잎을 따다 누에치던 생각이 납니다.
해솔정님
어린시절 물레방앗간이 정미소가 되고
그 정미소 자리가 다시 새주인을 맞게 되고
짧은시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수필방에
새로운 글을 보게 되어 진심 반갑고
해솔정님 글이 자꾸 기다려질 것 같습니다^^
커서도 더러 생쌀 먹었을걸요
시골에 살때 주머니에 생쌀넣고
다니면서 먹는 아이들 있었어요
큰집에 누에를 쳤어요
언젠가 겨울방학때 가서 한마을에
사는 사촌들과 놀다가 누에치는 방에서
같이 잔적 있어요
아마 방이 따뜻해서 놀리기 아까워서
그 방에서 자라한것 같아요
나무로 만든 선반에 누에랑 뽕잎이 있고
우리는 바닥에서 잤는데 자다가 누에가
스물스물 기어 내려와서 다들 질겁을 했지요 ㅎ
수필방에 톡톡튀는 재치발랄한 제라님글
기다리는 일인입니다 ^^
물방아간 물에 빠진 나이가 몇 살이였는지 궁금하네요 ㅎ. 빵빵해진 배를 누르니 올챙이와 피래미가 나왔다는 것도 재미 있구요. 잘 읽었습니다. 해솔정님.
7살때로 아는데 실제론 8살이었어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
그 무렵에 단편적인 기억들을 조각조각
꿰맞춘 거예요 ㅎ
재미있게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기회되는대로 또 뵈어요^^
예전
진영 윗쪽 낙동강 건너마을이
수산 이었는데...
고랑 건너 작은집
그 아래 당숙집
골목 넘어 종조할아버지댁
......
집성촌의 그 추억이 새록새록
수산이란 지명이 있었군요
저 친척 아지매가 아마 수산에서
시집오셔 수산아지매라 했나봅니다
저의 큰집마을도 집성촌이라 마을전체가
일가 친척이었어요
여담이지만..
결혼해서 큰집에 인사드리러 갔는데
온종일 집집마다 다니면서 절하느라
남편이 무릎이 다 까졌다고 엄살을
떨었지요 ㅎ
님들 글에서 더러 뵈었는데
이렇게 눈맞춤 하게되 반갑고
감사합니다 ^^
방아를 찧고나면 고사를 지냈고
방앗간 주위에는 새끼줄을 둘렀던게 생각납니다
방앗간은 농촌의 일부였고
우리식 에로티시즘의 산실이기도 했었지요
덕분에 어릴때의 오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편안한 글이라 고맙게 읽었어요.
저는 워낙 어릴때라 물방앗간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은데 그렇게도 했나봅니다
어쩌면 저의 큰집 방앗간 에서도 남녀간에
역사가 있을지도요 ㅎ
기억을 함께해주셔 감사합니다
집안에 일이생겨 어디 다녀오느라
인사가 늦었어요
거기는 새벽쯤 되겠네요 편히 주무셔요 .^^
아니 이럴수가 ㅎㅎ
우리 고향을 그대로 재현 해 주셨네요
물론 그 물레방앗간은 오래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요
한편의 TV문학관을 본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소중한 줄거리 입니다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추천 합니다
추천 하나에도 카페 점수가 조금 올라간다네요 ㅎ
아이고.. 추천씩이나요..
무지 고마워요ㅎ
가리나무님은 일본에 사시나본데
고향은 어디실까요
소중한 추억 소환해주셔 글쓴 보람 있네요 ㅎ
카페점수에도 기여해주셔 거듭 고마워요.^^
이 보다 더 나은 수필이 있겠는지요.
읽으며 글에 빨려들어가서 헤어나오기 힘들었습니다.
제 배를 누르면 '물레방아'란 말이 툭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수필방에서 자주 뵙기를 진심 청합니다.
과분한 말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마음자리님의 유년시절 추억의글을 제가
참 좋아합니다
이글을 쓰게된 동기도 그래서일지도요 ㅎ
힘이되는 말씀 진심 감사드립니다 ^^
물이 차면 쿵더쿵덕 방아를 찧던 어린시절의 방앗간을 저도 기억합니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지라 빠르게 사라진 소중한 것들이 그립습니다.
앵커리지님도 물레방앗간의 기억이 있으시군요
정말 사라진것들은 추억으로 남아 그리워하게
되나 봅니다
옛기억을 함께 해주셔 반갑고 감사합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
잇기방이나 댓글에서
문체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고정팬으로 접수합니다
아주 잘하셨어요ㅎㅎ
진짜 올챙이 피래미가 나왔답니까?
믿어지지 않어요ㅎ
할머니는 손녀가 얼마나 이뻣을까
손자 있어보니 알겠습니다
옛날에 더러
우물에 빠지기도 했어요
등단을 축하합니다 ㅎ
ㅎ감사합니다
글은 강마을님이 정말 잘쓰시지요
요리도 잘하시지만 글을 요리 하시는
비상한 솜씨에 감탄 한답니다 ㅎ
사람들이 그랬다니까 진짜 그랬겠지요
자잘한것들을 물하고 같이 먹었나봐요 ㅎ
큰집은 아들만 일곱인데
제가 어릴때 큰아버지가 이뻐 하셔서
큰집에 더러 가있었나 봅디다
딸이 없는걸 아쉬워 하셔서
티비 어린이 프로에 여자 아이들을
넋을놓고 쳐다보시곤 큰엄마 한테
등신같이 ..저런아도 하나 못낳고..
하셨다네요
딸 못낳았다고 구박받은 사람은
울 큰엄마 밖에 없을겁니다 ㅎㅎ
늘 고마우신 강말언냐님 좋은날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