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arly Bird와 늦잠 새 이야기
속담에 이르길,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했다. 그런데 벌레 입장에서는 참 불합리한
속담이다. 이른 아침, 세상 구경을 하려던 벌레가 날아온 부지런한 새에게 잡혀간다니.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한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일찍 죽는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늦잠 자는 벌레가 안전한 걸까? 뭐, 자연 생태계가 단순히 이런 공식으로
만 돌아가진 않겠지만, 부지런함과 생존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사회는 그래도 부지런한 쪽에 표를 던진 듯하다. ‘Early Bird’는 이제 속담을 넘어 하나의 마케팅 용어가
되어 버렸다. 전시회, 콘서트, 항공권… 심지어 새벽 배송까지. ‘먼저 움직이는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가격
할인과 좋은 자리라는 아주 세속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으로 돌아온다.
나도 그 흐름에 기꺼이 편승했다. 두어 달 전,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BEXCO에서 열리는 주류박람회 ‘Early
Bird’ 티켓을 샀다. 현장 구매가 2만 원인데, 미리 사면 1만 3천 원이라니, 술맛 나기 전부터 기분이 들떴다.
작년엔 술꾼 셋이서 부스마다 시음을 하다가 동네 귀갓길이 꼬불꼬불하게 보일 정도로 얼큰하게 취했는데, 그건
동파라는 친구가 참가 부스 사장님께 받은 초대권 덕분이었다.
이번에도 우리 집 코앞에서 주류박람회가 열린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
듯이 말이다. 등산 친구에게 연락하니, 대뜸 “야, 그 Early Bird 티켓 좀 미리 확보해 둬!”라고 한다. 벌레가 새에게
잡히는 건 불운이지만, 박람회 티켓을 미리 잡히는 건 행운 아닌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Early Bird’의 세계는 단순히 부지런함을 찬양하는 게 아니다. 먼저 움직인 자만이 잡는
건 꼭 벌레나 할인 티켓만이 아니다. 어떤 때는 좋은 기회, 어떤 때는 예상치 못한 책임, 혹은 단순히 ‘더 일찍 시작해서
더 오래 기다려야 하는 불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벌레’를 잡는 타이밍이다. 누군가는 새벽에 술을 빚고, 누군가
는 오후에 술을 마신다. 나는 그저 1만 3천 원짜리 티켓으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무료 시음’의 순간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