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현곤 칼럼] 의정 충돌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낯
중앙일보
입력 2024.03.26 00:41 업데이트 2024.03.26 08:46
고현곤 편집인
응급실 비운 의사 비난받아 마땅
디테일 없이 우격다짐, 정부도 문제
이념보다 뿌리 깊은 계층갈등 노출
애꿎은 국민만 각자도생 내몰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서울대병원은 아비규환이었다. 북한군이 남침 나흘 만인 6월 28일, 병원 앞까지 닥쳤다. 의료진은 부상자를 두고 떠날 수 없었다. 치료를 계속했다. 얼마 안 가 북한군이 국군 저지선을 뚫고 병원에 난입했다. 부상자와 의료진에게 닥치는 대로 총을 쐈다. 9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살아남은 의료진은 끌려갔다. 공개 처형을 당하기도 했다. 6·25 서울대 의대 학살사건이다. 추모비가 서울대병원에 있다.
이유야 어떻든 이번 의정 충돌에서 전공의가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을 떠난 건 유감이다. 선배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곳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 환자를 등지는 모진 행태에 국민은 놀라고 실망했다. 환자를 내 가족이라고 여겼으면 그랬겠나. 중증·응급환자만이라도 번갈아 지켰으면 더 많은 응원을 받았을 텐데 아쉽다.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지난주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이 “국민 없이는 의사도 없다는 걸 잊었다”고 말했다. 사과가 너무 늦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과 의사 사이에 쌓인 상처와 불신은 오래 남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 환자 곁에 남은 전공의를 조롱했다. “평생 박제해야 한다”는 식의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우월감과 특권의식이 묻어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겸손한 자가 강한 자’라는 진리를 모르는 모양이다. “이런 나라에 살기 싫어 용접을 배우고 있다” “포도 농사를 짓겠다” 같은 말이 쏟아졌다. 의사가 용접이나 포도 농사를 못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만만한 일은 아니다. 당장 대한용접협회는 “의사들이 용접을 우습게 생각하는 듯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치부인 계층·빈부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념·지역·세대 갈등보다 뿌리 깊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더 심해졌다. 요새 사석에서 균형감을 잃고 과하게 의사 편을 드는 사람이 눈에 띈다. 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전공의가 혹사당한다. 차라리 잘됐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1년쯤 놀면 어떻냐”고 말했다. 평소답지 않게 흥분해 의아했다. 환자 걱정은 관심 밖이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딸이 레지던트 2년 차였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온 나라가 이기심의 수렁에 빠졌다.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의 일 처리는 서툴고 거칠다. 전략도, 홍보도 부족하다. 의대 증원은 오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어떻게 풀지 정부의 구체적이고 정교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무엇인지, 실제로 현장에서 몇 명이나 더 가르칠 여력이 있는지, 뒤죽박죽 의료 수가는 어떻게 개선할지, 격무인 전공의의 노동인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가 디테일을 건너뛰고 덜컥 2000명 증원을 강행하는 바람에 반발이 커졌다. 너무 만만하게 봤거나, 무리하게 밀어붙였거나. 4대 필수의료 패키지는 증원 발표 불과 닷새 전에 나왔다. 좀 더 일찍 마련해 시간을 갖고 의료계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이달에 전공의 처우개선 토론회를 잇따라 열었다. 그동안 뭐하다 이제 와서? 일의 순서가 바뀐 것이다.
증원 규모도 복수 안을 놓고 그 흔한 공청회라도 열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쉬쉬하다 군사 작전하듯 전격 발표했다. 단숨에 대학별 배정까지 마친 건 이해할 수 없다. 이게 나라를 뒤집어 놓을 일인가. 처음에 정부는 지지율 상승에 내심 고무됐던 것 같다. 생각이 짧다. 환자가 불편해지면 정부가 욕을 먹게 돼 있다. 지지율이 꺾이고 사태가 심상치 않자 부랴부랴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정부의 실력이 딱 이 정도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신년사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2022년 대선 공약이었다. 정권 전반부, 개혁의 골든타임이 다 가도록 손도 못 댔다. 지난해 뜬금없이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며 전선을 넓혔고, 국운이 걸린 듯 엑스포에 매달렸다. 잇따른 구설을 수습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의사 증원 하나 매끄럽게 못 풀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3대 개혁은 언감생심이다. 총선이 끝나면 새 권력을 향해 불나방처럼 이합집산이 벌어질 게 틀림없다. 정권의 힘은 갈수록 떨어진다. 국정관리 능력이 부족하고, 힘마저 빠진다면 무슨 수로 3대 개혁을 할 수 있겠나.
이번 사태는 의사도 잘못했고, 정부도 잘못했다. 양비론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만으로도 양측 모두 할 말이 없게 됐다. 사과부터 해야 한다. 의정 충돌을 중재할 만한존경받는 어른도, 정치인도 안 보인다. 섣불리 나섰다가 망신만 당할 분위기다. 그러는 사이 국민은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며 각자도생의 정글로 내몰렸다. 의지할 곳이 없다. 나라가 어수선하다.
고현곤 편집인
tb9y**** 21분 전
아이러니 한 건 의료보험이 들어 서기 전 병원 문턱이 아주 높았던 시절이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더 존경 받았다는 사실이다.의료보험 확대 적용 실비보험 증가 등으로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의사를 돈벌레로 보거나 경멸하는 묘한 시각도 덩달아 증가했다.환자가 특권 계급이 아니 듯 의사도 국민의 종은 아니다.누구나 다 대접하는 만큼 대접 받게 되어 있다.당연한 듯이 내 보따리 내 놔라 할 일은 아니다. 어느 한쪽에 일방적 의무를 강요하거나 부담시키는 생각은 뜯어 고쳐야 한다 그렇게 OECD를 좋아하는 나라에서 걸맞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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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ms**** 27분 전
이번 사태로 선거로 이용하려다, 국민도 손해 보고, 정부도 손해 보고 전공의 ,학생, 교수 ,국민의힘 모두 손해 보았다 딱 한분 민주 비례정당 12번 사회주의 학자 김윤 그리고, 민주당이다. 이런 정책을 왜 추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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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j**** 1시간 전
젊은 전공의들이 정부 발표 보니 비전이 없어보여 사직서 낸 걸 가지고 무슨 인격에 문제 있는 양 쓰는 건 아닌듯... 평소에 잘 대우해준 거도 아니고.. 전공의는 무슨 그만두지도 못하는 노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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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1**** 2시간 전
(바이든/날리면으로 탈출하라)... 내가 2천명이 최소규모라고 했지,내년부터라고 한적은 없다...쪽팔리지만 방법이 없다. 박민수가 결정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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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r**** 3시간 전
의사들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없나. 오직 돈과 우월한 권력만이 보인다. 남들보다 났다는 것은 머리가 좋아, 부모를 잘 만난 덕에 높은 수능 점수를 받아 얻은 자리일 뿐이다. 이들에겐 국민의 목숨이 하찮은 파리 목숨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고 소중한 생명이다. 그대들의 소명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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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0**** 3시간 전
양비론이 아닙니다. 필자의 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점점 정치권에서부터 나라가 천박해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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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r**** 3시간 전
국가에 죽음과 저주의 굿판이 벌어지고 있다. 안하무인, 거만한 의사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거대한 권력이 되었다. 힘없는 백성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절규하고 있다. 세상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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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3시간 전
고현곤님은 많이 배우신 분이니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미래(Futures)에 대해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까 아닙니까? 미래(Futures, 선물)에 대해 거의 확실히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나는 자산의 10%만 투자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고 사장님에게는 필요 없는 말이지만 이 댓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하겠습니다. 인재 양성은 일종의 투자입니다. 전투가 조종사나 전문의의 양성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각 분야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까지는 10~15년이 걸리기에 일종의 선물(Futures) 투자와 같습니다. 15년 후 한국의 노인 인구가 많이 늘어나더라도 의사 증가율이 지금처럼 계속 유지되면 의사가 부족할지, 아니면 요양보호사가 부족하고 의사는 남아돌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미래(Futures, 선물)에 대해 자산의 65%(의대 증원율)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말려야 하는데 의사들이 그 역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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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r**** 3시간 전
사화에 정의는 사라자고 탐욕스럽고 무도한 의사 집단과 무능한 정부가 다투고 있다. 국민인 환자들은 가여운 비명을 지르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의사들에게 신의 저주가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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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r**** 3시간 전
의사들은 한 한명도 중원할 수 없다고 나서고, 정부는 2,000명의 배분계획은 이미 확정됐다고 하고, 한동훈보고 대화에 나서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집단과 국가가 다투는 형국이다. 국민은 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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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pr**** 3시간 전
의사 계급은 우월적 의삭, 교만이 가득찼다. 국민의 목숨을 한숨에 쥔듯 거드럼 핀다. 이를 보다 못한 국가 나섰지만, 의사들 눈에는 하루살이로 보였다. 윤통은 정체불명의 2,000명을 내세우고 초등학고 수준의 중원 계확을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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