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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춘덕, 직장(숲속에사과) 25-14, 봄이여 오라
9일 저녁, 이상호 대표님은 아저씨 출근 소식을 알렸다.
‘내일은 아저씨 출근하십니다. 주신 책은 백춘덕 아저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기록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아저씨와 함께하면서 하루하루 기록하려고 했는데 열흘 정도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아저씨에 관해 기록할 일들이 있으면 복지사님에게 카카오톡으로 남겨야겠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아저씨께서 출근하는 날만 기다리셨는데 다행입니다. 저는 이번 주에 휴가입니다. 그래도 전할 말씀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해 주세요.’
백춘덕 아저씨는 평일 5일 동안 출근했고 주말에는 휴식했다.
16일 오후, 대표님은 때늦은 눈비 소식으로 출근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안녕하세요? 즐거운 여행 되셨는지요? 내일은 눈이 많이 내린다 하고 수요일까지는 추워서 그 눈이 녹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저씨께는 내일은 일단 쉬고 모레는 날씨 보고 내일 저녁에 전화 한 통 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내일 눈비 소식이 있어 출근하시는지 못 하시는지 사실 궁금했어요. 날씨가 꽤 추운데 오늘도 애쓰셨습니다.’
아저씨는 월요일 내린 눈 때문에 화요일까지 출근하지 못했다.
‘오늘은 눈이 오네요. 우리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갔고요. 요즘은 가지 줍기, 상처 난 사과나무에 약 바르기, 농장정리, 나무 심기 등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 8시 반쯤 아저씨 픽업해서 9시가 조금 넣으면 농장에 도착하고요. 아저씨는 반겨주는 짱구와 인사 한번 하시고 커피부터 한잔합니다. 그리고 오후 4시 전후까지는 일합니다. 요즘 아저씨 급여를 일한 시간보다는 적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사과를 수확할 때처럼 집중적이고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둔 일들입니다. 완벽하게 해야 하거나 빨리해야 하는 일들이 아니라서 아저씨를 재촉하거나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근무시간은 길지만, 아내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서 아저씨가 일하시니까 급여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 근무시간은 6시간 정도 되지만 일의 성격과 양을 감안한다면 4시간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28,000원씩 아저씨 통장에 입금했습니다. 아저씨께 그 정도의 일이 맞는지 일당은 그 정도면 되는지 한 번 더 여쭤봐 주세요. 아니면 복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서로 논의해서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 보내신 글 읽고 아저씨의 의중을 여쭤보겠습니다. 평소에 급여 관련해서 아저씨와 늘 의논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저씨를 위해서 항상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항상 고맙고 감사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생각보다 엄청나네요. 물론 해가 나면 흔적 없이 사라지겠지만요.’
‘내일도 아저씨는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이 내린 눈이 아직 안 녹았어요. 내일까진 춥기도 할 것 같고요. 아저씨께는 먼저 연락드렸습니다.’
대표님이 보낸 문자를 읽고 아저씨의 의중을 여쭈었다.
“그만 하만 돼요. 지금은 택배도 없고 돈 들어 올 데가 없잖아요. 대표님 말대로 일을 살살 더 배아야지요.”
아저씨는 누구보다 농원 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다음 날, 사진과 함께 전송된 문자에는 대표님이 그간 고민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저씨가 돈을 투자해서 함께 밭농사를 지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아저씨도 주인, 우리도 주인으로 말입니다. 큰 틀에서 의견이 모이면 세부적인 것은 충분히 조율해서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만약 진행된다면 꼭 돈을 벌어야 합니다. 반드시 수익이 나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자 보시고 의견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표님, 오늘 하루 종일 교육이 있어서 이제야 파일 열어봤습니다. 아저씨와 꽤 오래 이야기 나누시고 세 분이 궁리한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저씨 주변에 계신 분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어 마땅히 생각나는 분이 없었나 봅니다. 판로가 구체적이고 아저씨와 대표님 내외분의 계획이 분명하다면 추진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대표님께서도 더 진지하게 사업을 계획해보시고 저희도 이 내용을 함께 공유하여 의논해보겠습니다. 아저씨와 함께할 앞으로의 일을 늘 궁리하시고 고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월평에서도 함께 고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백춘덕 아저씨랑 우리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김향
이상호 대표님의 바람이 백춘덕 아저씨의 삶을 변화시키겠습니다. 신아름
깊이 생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꿈꾸며, 아저씨가 꿈꾸게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대하며 기도하며 응원합니다. 월평
프로젝트 제안서(프로젝트명 : 봄이여 오라!)
-글쓴이: 이상호-
요즘 우리는 흥미로운 상상을 합니다. 아저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고추를 심자고 하고, 저는 땅콩이랑 참외를 심자고 합니다. 아내는 수박과 비트가 좋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래도 돈이 되려면 감자와 옥수수, 콩 같은 것을 심어야 하지 않겠냐고 현실적인 이야기도 합니다. 쉴 때마다 이런 이야기들로 우리 세 명은 요즘 마음이 들뜨고 눈은 반짝반짝하며 봄을 기다립니다.
귀농 첫해에 얻은 1,500평 임대 밭이 있습니다. 그곳에 사과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보겠다고 야심차게 해왔지만 결국 작년에 사과나무를 모두 베어냈습니다.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고 10년 가까이 농사를 지어온 땅인데 그냥 주인에게 돌려주기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올해는 아저씨도 있으니까 밭농사를 해 보려고 합니다. 사과 농사는 꽃을 따고, 열매를 솎고, 수확할 때는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단시간 내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외부 일꾼들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의 일들은 우리 부부가 감당하는 시스템으로 해 왔기 때문에 아저씨의 일거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사과 농사의 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밭농사는 힘들고 돈도 잘 안 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키워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고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일거리도 참 많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500평 밭농사가 텃밭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닙니다. 실제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저씨와 우리가 함께 즐겁게 농장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사업가 김향 선생님이 쓴 아저씨의 책 [빛나는 별]을 읽다 보니, 아저씨를 지탱해 주는 주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저씨가 60평생 넘게 살아오면서 참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당한 편의’라고 할 수는 있지만, 늘 받는데 더 익숙한 아저씨가 남들에게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남은 평생에 새로운 기쁨을 맛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덕원농원 대표님에게 아저씨가 직접 기른 찰옥수수를 한 바구니 가져다드리면 무척 고마워하지 않을까, 교회 목사님에게 명절 인사하면서 직접 기른 수박 한 덩이를 가져가면 수박을 먹는 내내 즐겁지 않을까, 단짝 친구인 배종호 씨와는 함께 영화도 보지만 농장에 가서 고추 따고 옥수수 꺾고 수박도 따서 같이 먹으면 그것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날 아저씨께 여쭤봤습니다.
“아저씨, 우리가 키운 옥수수가 아저씨 것이라면 주고 싶은 사람 있어요?”
아저씨는 바로 답했습니다.
“없어요.”
무슨 이유에서 그렇게 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저씨의 존재가 걱정과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기쁨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퇴근하면서 감자 한 봉지 들고 가고, 어느 날은 옥수수를, 또 어느 날은 고추도 한가득 들고 가서 저녁 밥상에 올려놓으면, 분명 강석재 할아버지는 맛있다고 하실 테고 아저씨의 어깨는 한껏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농사가 잘되고 제값 받고 잘 팔게 되면, 그래서 우리가 돈을 벌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아저씨, 돈 많이 벌면 사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그랬더니 “없어요.” 쑥스러워하며 웃으셨습니다.
“아저씨 비행기 타 봤어요? 제주도 놀러 가면 좋겠죠? 더 커다란 TV 보면 좋겠죠?” 했더니 제주도는 꼭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비린 생선을 안 먹는 아저씨도 “제주도에 가서 회도 먹고 그라면 좋잖아요?”라고 하니 제주도의 회는 먹는다고 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아저씨도 돈이 있으면 해 보고 싶은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에 돈 벌어서 그 돈으로 뭘 할지 꿈꾸는 꿈과 그 기쁨까지 아저씨가 맛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600평의 밭에서 유기농 감자와 유기농 옥수수를 개인 택배로 판매했습니다. 주로 농사 펀드라는 업체를 통해서 예약판매 되었습니다. 농사 펀드에는 가치 소비를 하는 구매층이 많습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저씨의 자립과 꿈을 응원해 주리라 믿습니다. 또 SNS를 통해서 아저씨와 함께 농사짓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판매로 연결 짓는 방안을 강구할 것입니다. 단체급식이나 기업 쪽으로 판매가 된다면 한결 수월해질 수 있으니 그 방법도 찾아볼 생각입니다. 1,500평으로 규모를 늘리더라도 우리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잘 찾아낸다면 손해 보지는 않을 거라 감히 예측해 봅니다. 아쉽지만 아직은 계획만 있지 확신은 없습니다.
아저씨와 저와의 관계는 피고용인과 고용주입니다만 1,500평의 유기농 밭에서만은 동등한 관계여야 하고 비즈니스적 관계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출자를 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는 연습 삼아 그냥 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다만 아저씨가 이 밭의 당당한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투자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투자금은 아저씨의 경제 상황에 맞게 정하면 될 듯합니다. 저도 예상 매출액과 비용은 간략하게나마 뽑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저씨께는 ‘1,500평 밭의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떠냐고 여쭈었더니, “복지사님한테 물어봐요.”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대답하기 곤란해서 회피한다기보다는 좋긴 좋은데 세부적인 진행은 복지사님과 상의해 보면 좋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냥 제가 생각하는 저의 느낌으로는 그랬습니다.
우리는 벌써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수확해서 올해 씨로 쓰려고 남겨놓은 옥수수알을 털었습니다. 감자 싹을 틔우기 위해 감자를 쪼개놓았습니다. 늘 대답만 하던 아저씨는 요즘 부쩍 요청이 많아졌습니다. 고추도 많이 심자고 하고 땅콩과 고구마도 심자고 합니다. 빨리 밭 갈고 비닐도 씌워놓자고 합니다. 아저씨는 누구보다도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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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농장 사장님과 기록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밴드를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아저씨는 어른답게 마음을 크게 쓰시네요. 아저씨의 말과 행동을 보며 배우는 바가 많습니다.
이상호 대표님의 편지를 보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갑니다.
"우리"라는 말이 반갑고, 아저씨를 동등한 근로자, 동업자로 보려고 애쓰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무얼 하든 오늘 하는 일이 밑거름이 되어 나 아닌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바람 또한 고맙습니다.
꿈과 희망은 고된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되죠. 숲속의 사과 대표님이 아저씨에게 바라는 것이 그런 것이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