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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9일, 스페인은 뉴저지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연장 접전 끝에 1대0으로 꺾고 통산 두 번째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결승골은 연장 후반 페란 토레스가 터뜨렸고,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은 스페인의 주장 로드리에게 돌아갔습니다.
우승 다음 날 곧바로 "역대 최고"를 논하는 것은 스포츠 저널리즘이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 중 하나입니다. 우승의 도취감 속에서 나온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 과장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글도 그 위험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 월드컵이 로드리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영광은 아니라는 점은 짚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여러 시즌에 걸쳐 쌓아온 전술적 영향력, 그리고 데이터로도 뒷받침되는 성과들이 이번 대회 이전부터 이미 쌓여 있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로드리가 "역사상 최고"라고 단정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의 경기 지배력이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살펴보고, 호세 레안드로 안드라데, 프랑크 레이카르트,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비롯한 이전 세대의 위대한 6번들과 비교했을 때 그 우위가 어디까지 방어 가능한 주장인지를 데이터와 함께 따져보려는 것입니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축구사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평가하는 호세 레안드로 안드라데는 당시 경기 사진과 영상 등 활용 가능한 자료가 매우 부족해 이번 비교에서는 제외했습니다.
공을 받기 전에 경기를 읽는 선수
로드리의 성장 서사는 흔한 천재 스토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소년팀에서 성장했지만 프로 무대에 정착하지 못했고,
비야레알 아카데미로 옮겨 1군에 데뷔한 뒤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2018년 친정팀 아틀레티코로 돌아와 한 시즌을 보낸 그는 이듬해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습니다.
비야레알 시절부터 그의 장점은 분명했습니다. 큰 체격에도 볼 터치가 안정적이었고, 패스를 받기 전 끊임없이 주변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공을 받은 뒤 판단하는 선수가 아니라, 공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다음 장면을 결정해 두는 선수였습니다. 상대를 연속으로 제치는 화려한 드리블 대신, 한두 번의 터치와 작은 몸 방향 전환만으로 압박의 방향 자체를 바꿔놓습니다. 상대가 나오지 않으면 전진하고, 한쪽으로 압박이 몰리면 반대편으로 전환하며, 전방이 막히면 공을 순환시켜 새로운 각도를 만듭니다.
아틀레티코에서 보낸 한 시즌도 결정적이었습니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팀에서 그는 태클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공간을 예측하고 패스 경로를 먼저 차단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비야레알에서 익힌 점유와 배급 능력에 이 시기의 위치 선정과 수비 규율이 더해지며, 그는 단순한 패서가 아니라 유럽 정상급 6번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발견한 사용법
로드리는 시티 입단 직후부터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라리가보다 전환이 빨랐고, 넓은 공간을 커버하는 능력과 순간 가속력에서는 전임자 페르난지뉴가 더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는 로드리를 페르난지뉴의 복제품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센터백이나 풀백 한 명을 중원으로 끌어올려 로드리의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팀의 빌드업 구조 자체를 재설계했습니다. 2022-23시즌 존 스톤스가 수비수에서 미드필더 역할까지 오간 전술은 그 상징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로드리 한 사람만을 위한 변화는 아니었고, 홀란 영입 이후의 공격 구조 변화, 전환 수비의 안정성, 스톤스의 기술적 유연성이 함께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이 시기의 영향력은 인상 비평만이 아니라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2023-24시즌 로드리는 FotMob 평균 평점 기준 프리미어리그(8.12)와 UEFA 챔피언스리그(8.08)에서 모두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습니다. 공격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가 시즌 내내 이 정도 평점을 유지했다는 것은, 그가 팀 구조의 부속이 아니라 중심축이었다는 정황 증거입니다. 같은 시즌 그는 50경기에 나서 9골 14도움을 기록했는데, 이는 순수 골·도움 생산력만으로는 최정상급이라 부르기 애매하지만, 3선 자원이 남긴 기록치고는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패스의 성공률이 아니라 질서
로드리를 단순히 패스 성공률이 높은 선수로 설명하는 건 그의 진짜 가치를 놓치는 일입니다. 중요한 건 언제,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공을 보내느냐입니다. 상대의 첫 압박선을 끌어내는 센터백과의 짧은 패스, 미드필드 라인 사이로 꽂는 수직 패스, 압박이 몰린 반대편으로의 긴 전환 등 그는 경기가 불안정할 때 템포를 늦추고, 상대 수비가 흐트러지는 순간에는 단 한 번의 패스로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이번 월드컵은 이 능력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준 대회였습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에 따르면 로드리는 8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650개가 넘는 패스를 성공시키며 1966년 이후 단일 월드컵 최다 패스 기록을 세웠고, 성공률은 93%에 육박했습니다. 4강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은 경기 직후에는 양 팀 선수단을 통틀어 마르카로부터 유일하게 최고 평점(별 4개)을 받기도 했습니다. 볼 운반 역시 그의 무기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큰 체격으로 공을 보호하며 상대를 끌어낸 뒤 전진합니다. 이 영역에서는 레이카르트가 더 역동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로드리의 운반은 애초에 폭발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공격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습니다.
태클보다 위치로 해결하는 수비
최고의 6번은 태클을 많이 성공시키는 선수가 아니라 태클을 할 상황 자체를 줄이는 선수입니다. 로드리는 상대가 공을 잡은 뒤 뒤늦게 쫓기보다 패스가 향할 공간을 먼저 예측하고, 뒤 공간과 센터백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며 상대를 측면으로 유도합니다.
이 점은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닮았습니다. 부스케츠 역시 빠른 발로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기보다 공간과 패스 길을 통제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며 원터치로 압박을 벗겨내는 순수 기술만 놓고 보면 전성기 부스케츠가 한 수 위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몸싸움, 공중볼, 박스 앞 수비, 중거리 슈팅까지 더한 종합적인 수비 기여도에서는 로드리가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이 수비력은 시티의 레스트 디펜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시티는 공격 시 많은 선수를 상대 진영에 배치하기 때문에 공을 빼앗기면 넓은 공간이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로드리는 공을 잃은 뒤에야 반응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역습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가장 위험한 공간을 선점하며, 볼을 빼앗기는 순간에는 첫 소유자를 즉시 압박하거나 전진 패스 길을 차단해 동료들이 위치를 회복할 시간을 벌어줍니다.
결승에서 승부를 만든 두 가지 방식
로드리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는 2023년 인터 밀란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입니다. 후반 68분 터진 그의 결승골은 맨체스터 시티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트레블을 완성시켰습니다.
흥미롭게도 레이카르트 역시 비슷한 장면을 남겼습니다. 1990년 유러피언컵 결승, 벤피카를 상대로 후반 68분 직접 상대 수비를 돌파해 넣은 결승골로 AC 밀란의 대회 2연패를 완성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직접 승부를 끝냈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2026년 월드컵 결승에서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페란 토레스였고, 로드리는 득점이나 도움 없이도 대회 전체 최우수선수로 선정됐습니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공격 포인트 없이 골든볼을 받은 필드 플레이어 사례로 꼽힙니다. 결승골로 승부를 끝내는 것과, 득점 없이도 대회 내내 경기를 지배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성취입니다. 어느 쪽이 더 값진지는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갈리겠지만, 후자 쪽이 통계로 드러나지 않는 영향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대표팀에서 증명한 독립적인 영향력
대표팀은 클럽과 전혀 다른 환경입니다. 훈련 시간이 짧고 선수 구성도 자주 바뀌어 클럽만큼 완성된 조직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로드리는 스페인에서도 팀의 기준점이었습니다. 유로 2024 대회 최우수선수에 이어 2026년 월드컵에서는 주장으로 우승을 이끌고 골든볼까지 차지했습니다. 클럽과 대표팀이라는 전혀 다른 두 환경에서, 서로 다른 감독과 동료들 속에서 반복적으로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그의 영향력이 특정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상이 증명하는 것과 증명하지 못하는 것
수비형 미드필더는 득점이나 도움으로 주목받기 어려운 포지션입니다. 그런 로드리가 유로 최우수선수, 2024년 발롱도르, 2026년 월드컵 골든볼까지 차지했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특히 2024년 발롱도르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이 상을 수상한 최초의 사례였습니다. 대회 전 유력 후보였던 리오넬 메시가 결승 이전까지 다득점을 기록하고도, 득점이나 도움 없이 경기를 지배한 로드리에게 골든볼을 내줬다는 사실도 상징적입니다.
다만 개인상만으로 레이카르트와의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레이카르트 역시 1988년과 1989년 발롱도르에서 연속 3위에 올랐던, 당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던 선수였습니다. 같은 AC 밀란과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뛰던 마르코 판바스턴과 루드 굴리트 같은 공격수들에게 가려졌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레이카르트는 끝내 발롱도르를 들지 못했고, 월드컵 결승 무대 자체를 밟지 못했습니다. 개인상과 대회 성과라는 두 기준에서 로드리가 더 많은 것을 손에 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발롱도르 투표 자체가 그해 경쟁자 구성이나 서사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교 대상을 넓혀보면
'로드리 vs 레이카르트' 구도만 놓고 논쟁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완전하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안드레아 피를로, 사비 알론소, 클로드 마켈렐레, 패트릭 비에이라, 은골로 캉테, 카세미루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최정상급 평가를 받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로드리, 레이카르트, 부스케츠와는 성격이 다른 유형입니다. 마켈렐레와 비에이라, 카세미루는 활동량과 몸싸움, 볼 탈취 능력으로 정의되는 '파괴자' 유형에 가깝고, 캉테는 그 유형의 정점에 있는 선수로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월드컵을 모두 우승했지만 발롱도르는 한 번도 들지 못했습니다. 사비 알론소는 로드리와 가장 유사한 '후방 플레이메이커' 유형이었고 리버풀·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를, 스페인 대표팀에서 월드컵과 유로를 우승했지만, 발롱도르 포디움에 오른 적은 없고 대회 MVP급 개인상도 로드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카세미루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이라는 팀 성과는 화려하지만 개인상 커리어는 이들 중 가장 얇습니다.
즉 '팀 성과 + 개인상 + 포지션 영향력'을 모두 겸비한 후보로 좁히면 레이카르트와 부스케츠가 여전히 가장 근접한 비교 대상이라는 원래의 구도는 자의적 선택이 아니라, 남은 후보들을 하나씩 제외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비교가 완결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특히 사비 알론소와의 비교는 별도의 글로 다뤄야 할 만큼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밝혀 둡니다.
레이카르트라는 기준
레이카르트는 오랫동안 완성형 수비형 미드필더의 기준이었습니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세계 최고 수준에서 소화할 수 있었던 보기 드문 선수였습니다. 큰 체격과 뛰어난 운동능력, 긴 보폭으로 넓은 공간을 커버했고 공중볼과 몸싸움에서도 압도적이었습니다.
아약스에서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가며 성장한 그는, 아리고 사키의 AC 밀란에서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AC 밀란의 유러피언컵 2연패와 1991-92시즌 세리에A 무패 우승의 핵심이었고,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는 유로 1988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레이카르트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시스템이나 포지션에 갇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포백이든 스리백이든, 점유든 역습이든, 센터백이든 미드필더든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지금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범용성이며, 로드리가 아직 증명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저울은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을까
순수한 운동능력이나 포지션 범용성만 놓고 보면 레이카르트가 앞선다는 평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대인 수비와 개방 공간 대응, 폭발적인 볼 운반에서 레이카르트는 지금 봐도 이례적인 신체 능력을 지닌 선수였고, 중앙 수비수로도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자체의 완성도로 좁혀서 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로드리는 후방 빌드업의 중심에서 공격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고, 압박을 유도하고 무너뜨리며 언제 템포를 높이고 낮출지를 판단합니다. 팀의 거의 모든 빌드업이 한 선수의 위치와 선택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정도까지는 레이카르트도 다다르지 못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여기에 빌드업, 압박 회피, 공간 통제, 전환 수비, 공중볼, 볼 운반, 중거리 슈팅까지 높은 수준으로 수행하며 팀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종합성을 갖췄고, 이는 앞서 살펴본 수치들(FotMob 평점 1위, 월드컵 단일 대회 최다 패스, 93%의 패스 성공률)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됩니다.
다만 이 비교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로드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FotMob 평점, 패스 성공률처럼 정교한 트래킹 데이터인 반면, 1988~1995년에 활동한 레이카르트에 대해서는 이런 세부 데이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건 당대 기자와 동료, 감독의 정성적 평가뿐입니다. 그러니 이 글이 "데이터로 뒷받침한다"고 말할 때, 그 데이터는 사실 로드리 쪽에만 존재하는 것이지 두 선수를 같은 잣대로 비교한 결과가 아닙니다. 게다가 로드리는 포제션과 압박 회피가 전술의 핵심인 2020년대 축구에서 뛰고, 레이카르트는 오프사이드 규정도 다르고 몸싸움이 훨씬 자유로웠던 1990년대 축구에서 뛰었습니다. 35년 넘게 떨어진 두 시대를 같은 기준으로 재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는 억지스러운 일이며, 이 글의 결론도 그 한계 안에서 읽혀야 합니다.
축구에서 가장 무거운 무대인 월드컵에서 레이카르트는 결승조차 밟지 못했지만 로드리는 우승과 함께 대회 전체 최우수선수가 됐습니다. 클럽 대회 우승, 발롱도르, 유로 우승, 월드컵 우승과 골든볼까지 현대 축구가 한 선수에게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예를 로드리는 이미 손에 넣었습니다. 포지션 범용성이라는 지표에서 레이카르트가 우위를 지킨다 해도, '순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영향력과 성취를 종합하면 저울은 로드리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다만 이 주장은 위에서 밝힌 데이터 비대칭과 시대 차이를 감안하고 읽어야 하는, 완전히 중립적이라 보기는 어려운 주장이라는 점도 함께 밝혀 둡니다.
로드리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
로드리를 완벽한 선수로 그려서는 안 됩니다. 방향 전환이 빠른 공격수를 넓은 공간에서 상대할 때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순수한 스피드와 폭발력에서는 레이카르트가 더 뛰어났습니다.
이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로드리는 2024년 9월 아스널전에서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며 2024-25시즌의 대부분을 결장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전 유로 2024 최우수선수로 커리어 최전성기를 증명한 직후 찾아온 큰 부상이었습니다. 그런 로드리가 부상 복귀 후 채 일 년이 되기도 전에 월드컵에서 다시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는 것은, 그의 영향력이 순간의 폭발적인 컨디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능력이라는 정황 증거가 됩니다.
다만 이 정황 증거를 확정된 결론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시간입니다. 레이카르트는 여러 감독과 팀을 거치며 오랜 기간 정상급 경기력을 유지했습니다. 로드리는 이제 겨우 부상 복귀 후 첫 대형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을 뿐입니다. 앞으로 몇 시즌 동안 지금 수준의 영향력을 유지한다면, 이번 월드컵으로 다시 불붙은 '역대 최고' 논쟁은 훨씬 더 단단한 근거를 갖게 될 것입니다.
결론: 논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저울은 로드리 쪽으로 움직였다
프랑크 레이카르트는 오랫동안 완성형 수비형 미드필더의 기준이었습니다. 탁월한 운동능력과 대인 수비, 공중볼 장악력, 볼 운반, 그리고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최고 수준에서 소화한 범용성은 지금도 쉽게 비교할 선수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 기준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로드리는 다른 방식으로 6번의 기준을 새로 썼습니다. 후방 빌드업을 시작하고,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며, 상대 압박을 무너뜨리고 역습을 차단하는 동시에 팀 전체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 결승골, 프리미어리그 4연패, 유로 2024 우승과 대회 최우수선수, 2024년 발롱도르, 그리고 2026년 월드컵 우승과 골든볼까지 더했고, 이 성과들 상당수는 평점·패스 성공률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뒷받침됩니다. 레이카르트가 끝내 밟지 못한 월드컵 정상에서 로드리는 우승과 대회 최우수선수라는 두 개의 왕관을 동시에 썼습니다.
포지션 범용성이라는 기준에서는 레이카르트가 여전히 우위에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하나로 좁혀서, 그 포지션이 요구하는 것들—빌드업, 공간 통제, 전환 수비, 종합적인 수비 기여, 그리고 가장 큰 무대에서의 증명—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로드리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는 주장이 방어 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이는 우승 직후의 판단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고, 앞으로 몇 시즌의 활약이 이 평가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도, 흔들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로드리는 더 이상 레이카르트와 부스케츠를 일방적으로 추격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그는 이제 그들과 대등한, 혹은 논쟁에 따라서는 한 발 앞선 위치에서 역사상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논의를 시작할 자격을 갖춘 선수입니다.
작성자 로더리고
사진 및 움짤 출처 구글 및 다음카페 락사커
첫댓글 전 로드리. 수미로 발롱과 골든볼 받음으로써 끝났다 봅니다. 더해서 로드리 없는 맨시티 생각하면 확실해지구요.
로더리고 님의 로드리 글.. ㄷㄷㄷ 잘 읽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풀백과 더불어 가장 씨가 말라버린.. 가장 시급한 포지션..ㅠ 정말 이상적인 선수입니다.
오늘만큼은 로드리고님..
로드리가 넘어선것 같아요.
전 더 포지션 정점의 활약을 길게 보여줘야 확실하게 넘는다고 봅니다. 로드리도 메시 호날두와 전성기가 겹쳤다면 이정도 활약을 보여주고도 아무것도 들어올리지 못했을텐데 그럼 지금같은 평가를 받지못하겠죠
축구 잘 모르는데도 읽히네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뎀벨레만 보이네요. ㅎㅎㅎㅎ 로드리가 일단 부스케츠 자리는 넘었다고 봅니다. 이제 부상 털고 리그에서 발롱 시절 영향력만 한두 시즌 더 보여준다면 역대 최고의 수미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로더리고님은 이종카페에서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다른 지식도 상당하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레이카르트는 말년에 아약스 돌아와서 챔스 우승시킨거 보면 클래스가 다름...
탁월한 분석과 균형 잡힌 시선의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