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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객들과 마실 때에는 꽁무니를 빼야한다 [명욱의 술 인문학] 조선시대를 크게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경우가 있다. 바로 7년간 전국이 일본에 의해 유린된 임진왜란(1592∼98년) 전과 후다. 임진왜란 후에는 조선 전기 200년 평화를 유지해 준 성리학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서 실학사상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등장 시기는 광해군 시절(1608~1623년)부터로 본다. 특히 당시 차별받는 서얼들을 규합해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던 인물도 등장한다. 그가 바로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이다. 허균은 지금으로 비유하면 행정부 장관인 예조판서까지 역임한 인물이었지만, 이후 권력 다툼에 밀려 전라도 함열(지금의 익산)으로 귀양을 간다. 그때 지었던 대표적인 글이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평론서인 도문대작(屠門大嚼)이다. 유배지에서 나온 거친 음식이 힘들어 이전에 먹던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며 서술한 책이다. 도문(屠門)은 소나 돼지를 잡는 푸줏간의 문이며, 대작(大嚼)은 크게 씹는다는 뜻이다. 즉, 현재 먹을 수 없는 고기를 생각하며, 고깃집을 향해 입맛을 다신다는 의미가 된다. 단순히 고기만 기록하지 않았다. 과실, 고기, 어패류, 채소 등 총 117종의 식품과 식재료, 그리고 특산지와 재배 기원, 생산시기와 가공법, 모양과 맛까지 언급돼 있다. 말 그대로 종합 한식 해설서인 것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허균(왼쪽). 허균은 일찍이 자신의 책 ‘한정록’에 술을 즐기기 좋은 때와 피해야 할 때를 적어놓은 바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허균(왼쪽). 허균은 일찍이 자신의 책 ‘한정록’에 술을 즐기기 좋은 때와 피해야 할 때를 적어놓은 바 있다. 허균이 남긴 기록으로는 홍길동전 외에 한정록(閑情錄)이라는 책도 있다. 은거자의 정신적, 물질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내용과 농사법에 대한 정보를 수록한 책이다. 흥미로운 건 애주가가 가져야 할 지침이 책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데는 5가지 좋은 때가 있다. 시원한 달이 뜨고, 좋은 바람이 불고, 유쾌한 비가 오고, 시기에 맞는 눈이 내리는 때가 첫 번째로 맞는 일이며, 꽃이 피고 술이 익을 때가 둘째로 맞는 일이다. 우연한 계제에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것이 세 번째 맞는 일이며, 조금 마셔도 흥이 난다면 네 번째요, 처음에는 울적하다가 다음에는 화창하여 담론이 활발해지는 것이 다섯 번째 맞는 일이다.” 화가 나고 속상할 때 과음을 하는 것이 아닌, 달과 바람, 비, 눈이 올 때가 술을 즐기기 좋은 때라는 자연친화적인 모습을 허균은 이야기했다. 책에는 술에 대한 절제와 애주가로서의 처세도 기록돼 있다. “기뻐서 마실 때에는 절제가 있어야 하며, 피로해서 마실 때에는 조용해야 한다. 점잖은 자리에서 마실 때에는 소쇄한 풍도가 있어야 하며, 난잡한 자리에서는 규약이 있어야 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마실 때에는 한가롭고 우아하게 하면서 진솔하게 마시되, 잡객들과 마실 때에는 꽁무니를 빼야 한다.” 허균은 일찍이 난잡한 자리에서는 규약이 필요하며, 잡객들과 마실 때에는 꽁무니를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다면 한국의 음주문화를 좀 더 멋지게 바꿔주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달래본다. |
한국 맥주의 시작(상) [명욱의 술 인문학] 최근에 주세법의 변화로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에 많은 찬스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닌, 용량에 세금을 매기다 보니 고부가가치 맥주에도 같은 세금이 적용, 크래프트 맥주 등 고급 맥주의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맥주는 언제쯤 시작했던 것일까? 한국의 맥주는 일제강점기 일본 자본에 의해 시작됐다. 사진은 1970년대 크라운 맥주. 하이트진로 제공 흥미롭게도 조선왕조실록에 맥주가 등장한다. 영조가 금주령의 항목으로 맥주를 언급했기 때문. 하지만 당시의 맥주는 순수한 보리술로 청주에 가까웠다. 지금의 홉이 들어간 맥주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술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맥주의 시작은 신미양요 때로 보인다. 1871년 강화도에 미국 군함 5척이 정박을 했고, 조선과 통상을 요구했다. 이들을 돌려보내기 위한 협상가로 문정관이라는 직책의 하급 관리가 올라가게 되는데, 맥주 대접을 받고 빈 병을 한가득 안고 나온다. 이때가 서양 맥주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공식적인 기록이다. 이후 일본과 불평등조약인 강화도 협약(조일 수호 조규)을 맺고, 일본 맥주가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특히 1900년대 초반부터 눈에 띄는데, 이때 가장 유명한 맥주가 기린 맥주와 에비스 맥주였다. 당시 일본은 대일본맥주라고 해 지금의 삿포로 맥주, 아사히 맥주, 에비스 맥주가 하나의 회사로 통합돼 있었고, 여기에 기린 맥주 정도가 경쟁구도였다. 기린 맥주는 1888년 메이지야(明治屋)라는 거대 유통사와 총판 계약을 맺었고, 한반도에는 1905년부터 진출했다. 이때부터 맥주는 상류층의 향유물로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당시 한국 맥주는 맥주라는 표현보다는 주로 ‘삐루’(맥주)라는 일본식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맹물(탄산수로 보인다)을 병에 넣고 맥주라고 팔기도 했으며, 독립운동가들이 맥주병에 석유를 넣고 친일파를 처단한 적도 있었다. 일본은 한반도로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 맥주 공장을 영등포에 세운다. 삿포로 맥주(후의 조선 맥주)와 쇼와기린 맥주다. 삿포로 맥주는 주로 삿포로 맥주와 에비스 맥주를 만들었고, 쇼와기린 맥주는 이름 그대로 기린 맥주를 만들어 한반도에 유통했다. 역사적 사실을 떠나, 흥미로운 것은 당시 맥주를 판매하고 저장하던 방법이었다. 당시 냉장고가 없었던 만큼 맥주를 시원하게 마시기가 어려웠는데, 이때 알려진 방법은 맥주를 우물에 보관하는 것이었다. 우물은 지하수로 연중 15도 정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당시 맥주 배달을 할 때는 일명 ‘짝’이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케이스가 없었다. 병끼리 부딪혀 깨지는 경우도 많아, 결국 왕겨를 넣어 파손을 방지했다고 한다. 지금에 비유하면 마치 꽃게를 넣은 박스에 톱밥을 넣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영등포에 있던 삿포로 맥주와 쇼와기린 맥주는 이후 미 군정의 입찰을 거쳐 크라운 맥주(현 하이트맥주)와 동양맥주(OB:Oriental Brewery)로 바뀌게 된다. 결국 한국 맥주의 시작은 슬프게도 일본 자본에 의해, 그것도 일제강점기에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공장 자리는 영등포 공원과 푸르지오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
한국 맥주 역사(중) [명욱의 술 인문학] 1980년대 OB 맥주 광고, 당시 컬러TV의 보급은 맥주의 황금색과 거품을 그대로 표현해 맥주의 점유율을 올리는데 영향을 끼쳤다는 평이다. OB 맥주 제공. 맥주는 해방 이후에도 꾸준히 고급 품목에 속했다. 주세만 해도 160%로 주요 세수원 중 하나일 만큼 존재감도 특별했다. 최고의 추석 선물로도 꼽혔다. 맥주 TV 광고는 승마, 조정, 테니스 등 고급 스포츠와 늘 함께했다. 한국 맥주는 초창기 크라운 맥주와 OB 맥주가 주도했다. 1950년대까지 크라운 맥주가 OB 맥주보다 점유율이 높았다. 하지만 크라운 맥주는 무리한 대리점 확장으로 부도가 나고, 1960년대에 한일은행의 관리 대상이 됐다. 부산의 대선발효(현 대선주조)가 인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이끌었다. 나머지 60%는 OB 맥주가 차지했다. 결국 이때까지만 해도 OB 맥주와 크라운 맥주가 맥주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양강 구도였다. 1975년에 맥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회사가 하나 생긴다. 독일의 이젠벡(Isebeck) 맥주와 기술 제휴로 만들어진 한독(이젠벡) 맥주다. 한독 맥주는 바로 15%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선풍을 일으킨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이젠벡 맥주의 “이제부터는 이젠벡입니다”라는 광고 문구였다. ‘OB 맥주나 크라운 맥주는 이제는 너무 많이 마셨으니 새로운 것을 즐기라’는, 당시로는 도발적인 내용이었다. 이에 OB 맥주도 대응하는 문구를 만든다. “친구는 역시 옛 친구, 맥주는 역시 OB”이다. 옛 친구와 같은 맥주가 최고라는 뜻이며, 다른 맥주를 마시는 것을 은근히 친구를 저버리는 듯한 느낌을 전했다. 이후 한독 맥주는 무리한 정부 관료들에 대한 로비와 주권 위조 등으로 결국 2년 만에 대표가 구속되는 등 파산에 이른다. 결국 크라운 맥주에 인수합병된다. 이로써 한국의 맥주 시장은 다시 양강 구도로 흘러가게 된다. 197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 술은 소주도 맥주도 아닌, 막걸리였다. 특히 1974년도에는 막걸리가 총 주류 출고량의 74% 이상을 가져가면서 국민 술로 여겨진다. 하지만 막걸리는 관리의 어려움, 적은 자본으로 인한 마케팅의 부재 등으로 인기가 시든다. 여기에 1980년대 보급된 컬러 TV에서 맥주의 황금색과 거품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그러면서 OB 맥주는 강력한 마케팅을 진행하는데, 기존의 고급술의 이미지에서 회식으로 즐기는 광고를 선보인다. 업무가 끝나면 모두 시원한 맥주를 마시러 가는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이를 통해 OB 맥주는 고급 시장에서 누구나 다 마실 수 있는 거대한 대중 시장으로 본격 진출한다. 반면 크라운 맥주는 여전히 고급 이미지를 풍기며 즐기는 콘셉트를 유지한다. 옛것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이어가는 것이었다. 결국 1980년대 말에는 OB 맥주는 80%, 크라운 맥주는 20%의 점유율을 가졌고, 서울에서는 아예 OB 맥주가 90%를 차지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당시 OB 맥주는 크라운 맥주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00%를 만들 수 있었으나, 독과점법에 저촉되는 것을 우려해 일부러 크라운 맥주에게 약간의 시장을 양보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1991년, 한국 맥주 역사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킨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사건이 터진다. OB 맥주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
한국 맥주의 역사(하) [명욱의 술 인문학] 1991년, 맥주 체계가 뒤바뀌는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다. 경북 구미에 있는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으로 통하는 파이프가 파열, 페놀 원액이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후 페놀은 대구 상수원인 다사취수장으로 유입됐다. 페놀은 낙동강을 타고 밀양과 함양, 부산까지 피해를 줬다. 이 사건으로 낙동강 주변 피해를 본 지역에서 두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졌고, 당시 자회사였던 OB맥주는 직격탄을 맞는다. 국내 맥주시장은 2010년 초반까지 OB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주도했지만, 2014년 롯데주류의 ‘클라우드’가 출시되고 정부의 맥주 규제 완화로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가 등장하는 등 다양화하고 있다. 사진은 OB맥주의 ‘OB 프리미어’와 하이트맥주의 ‘하이트’,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각 주류업체 제공 반면 강원 홍천으로 제2공장을 옮겼던 크라운맥주는 ‘강원도에서 나오는 지하 150m 암반수’라는 소개를 달고 맥주 브랜드 ‘하이트’(hite)를 1993년에 출시하고 대박을 터트린다. 이는 페놀 오염으로 신선한 물에 목말랐던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은 것이다. 원래 하이트는 지하 암반수로 차별점을 내세울 생각은 없었다. 초기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비열처리공법이었다. 이전까지 맥주는 재발효를 막기 위해 끓여서 멸균한 채로 유통했다. 하이트는 업계 최초로 마이크로필터를 이용, 재발효의 주원인인 효모를 걸러냈다. 이렇게 되면 열을 가하지 않아 신선한 맛이 난다. 일본의 대표 생맥주들이 이 방법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비열처리란 말은 소비자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고 이에 ‘좋은 물’이란 것을 강조, 이를 통해 1996년에 맥주 1위를 OB맥주로부터 탈환한다. 1998년에는 사명도 ‘크라운맥주’에서 ‘하이트맥주’로 변경한다. OB맥주는 1998년 벨기에 주류 회사인 인터부르사에 매각되고, 이듬해 맥주 사업에 진출했던 진로그룹의 진로쿠어스맥주를 인수한다. 이때 진로쿠어스맥주의 ‘카스’(CASS)가 OB맥주의 산하 제품이 된다. 이후 OB맥주는 여러 회사에 매각이 되다가 결국 2011년 인터부르사가 주축이 된 세계 최대의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에 인수합병된다. OB맥주가 부침을 겪는 동안 하이트맥주는 2005년 진로를 인수한 데 이어 2011년 양사가 합병, 국내 최초로 소주와 맥주를 아우르는 회사가 된다. 2012년부터는 OB맥주의 ‘카스’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을 섞은 소맥이 ‘카스처럼’이란 이름으로 대히트를 치면서 OB맥주가 하이트맥주를 다시 앞선다. 2014년에는 롯데주류가 ‘클라우드’(Kloud)를 내놓고, 같은 해 정부가 맥주 제조 시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크래프트(수제) 맥주 양조장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 결과 최근에는 OB맥주와 하이트맥주 외에도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근대 한국 맥주 역사는 결국 외세의 침입과 자본에 의해 시작됐다. 따라서 그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없었으며,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역사였다. 하지만 술의 역사 및 인문학이 관심을 받게 되며, 자연스럽게 조명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더욱 공개해서 맥주에 대한 역사관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모든 것을 고려한 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좋건 나쁘건 우리에게는 150년이라는 맥주 역사가 있다. 세계일보 이복진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
‘천국에는 특별한 술이 있다. 그것으로 그들은 숙취를 앓지도 취하지도 아니하며….’ 숙취가 없는 술이 천국에는 넘쳐흐른다는 내용. 어떤 문헌에서 나오는 이야기일까? 흥미롭게도 술을 금기시하는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56장 19절)에 적힌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이슬람교의 발상지인 중동지역은 세상의 유명한 술 발상지이기도 하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맥주’를 비 2020.06.13 전국을 분홍빛으로 수놓던 꽃들은 어느새 다 떨어지고, 이제 본격적으로 열매가 영글어가는 여름이 다가온다. 때 맞춰 비 소식도 들리는데, 이러한 자연의 이치에 맞춰 술을 비유한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 역사, 문학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동국이상국집’ 등을 집필한 이규보(李奎報)라는 인물이다. 그는 최고의 애주가로도 알려진 인물인데, 그가 남긴 다양한 술에 대 2020.05.30 ![]() 인류 최초의 술은 무엇이었을까? 술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다.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부터는 더욱 그래왔다. 그렇다면 농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어떤 술이 있었을까? 서양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술을 꿀술로 보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미드(meed)라고 불리는 술로,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된 인류 최초의 술이라고 한다. 곰들이 자연 상태의 벌집을 파헤치고 남은 꿀에 빗물이 섞이면서 알코올 발효가 2020.05.23![]() '임꺽정전'의 앉은뱅이 술, 한산 소곡주 유현종 작가의 소설 ‘임꺽정전’에는 흥미로운 술이 하나 등장한다. 마시면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술, 바로 앉은뱅이 술에 대한 이야기다. 주저앉아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맛이 너무 좋아서 흥건히 취할 때까지 마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앉은뱅이 술은 어떤 술일까? 소설 임꺽정전은 작은 힌트를 남긴다. 이 술이 한산에서 올라왔다는 것. 바로 우리가 익숙하게 2020.05.16![]() 봄의 솔잎과 송순의 하모니 '함양 솔송주' 곧 5월을 지나 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더위를 물리치자고 말하고 있다. 소나무 그늘 아래서 활쏘기, 정자에 모여 투호하기, 바둑 구경하기, 연꽃 구경하기, 매미소리 경청하기, 습한 날 시짓기, 달 밝은 날 탁족하기 등…. 이 같은 선비들의 문화를 공감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풍족한 소나무, 멋 2020.05.09![]() 봄기운 가득한 날 마시는 술, 충주 청명주 중원(中原)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오기 위해서는 무조건 거쳐야 했던 요지, 오대산에서 흘러나온 수원으로 남한강을 이루고 있으며,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배수의 진을 치고 왜군과 맞서던 ‘충주’ 이야기다. 충주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는 바로 탄금대. 고구려 장수왕(413~491) 시절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국보 제25호 중원 2020.05.04![]() 제주도의 오메기떡과 오메기술 한국에서 가장 독특한 역사를 가진 지역이라면 어디를 꼽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를 품은 제주도라고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탐라국이라는 독립국이기도 했으며 속국이 되기도 하지만, 조선 초기까지만 해도 나라의 형태는 가지고 있었다. 자치권이 있었으며 왕은 별의 주인이라는 성주(星主)로 불렸고, 왕자(王子)라는 직책도 사용했다. 2020.04.25![]() 한국의 대표적인 꽃술, 면천두견주 한민족에게 대표적인 봄꽃은 무엇일까. 대부분 3월 말, 4월 초순의 벚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벚꽃은 최근에나 많이 보이는 꽃. 무엇보다 북한에는 벚꽃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수놓는 진정한 봄의 꽃은 무엇일까. 바로 아름다운 분홍색을 가진 진달래다. 3월 중순 제주도를 시작으로 4월 중순~말이면 일제히 개화한다. 진달래는 우리 전통주에도 등 2020.04.18![]() 물잔으로 건배하면 안 될까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주연의 영화 ‘아이스맨’(2012)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I thought it’s bad luck to cheers with water.” 물을 가지고 건배하는 것은 악운을 가지고 온다는 말이다. 한국의 술자리에서도 물잔으로 건배하면 한소리 들을 때가 있다. 주스라도 넣어서 건배하라고 말이다. 왜 물잔으로 건배 2020.04.11![]() 봄처럼 예쁜 술,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수능에 자주 나오는 고려시대의 유명한 애주가가 있다. 청주(淸酒)를 주인공으로 ‘국선생전’이라는 가전체 소설까지 쓴 이규보다. 그는 계절과 연관되는 시도 자주 썼는데, 대표적으로 꽃샘추위를 소개한 ‘꽃샘바람’이다. 주요 구절로는 ‘꽃 필 땐 광풍도 바람도 많으니 이것을 꽃샘바람이라 한다(花時多顚風 人道是妬花·화시다전풍 인도시투화)’, ‘꽃이 떨어져도 열매가 2020.04.04![]() 막걸리 감성도 있는 와인의 세계 와인은 고급술이다. 8000년 전 조지아에서 시작한 오래된 유적부터 카르타고, 그리스, 로마로 이어진 농업의 문명과 중세의 수도원을 거쳐 차곡차곡 그 가치를 쌓아왔다. 그래서 와인을 담는 병, 마시는 잔, 오프너, 소믈리에 복장, 전용 저장고(셀러)까지 있는 다양성을 가진 술로 발전했고, 전 세계인이 즐기는 술이 됐다. 이러한 와인에도 의외로 서민적이고 편 2020.03.28![]() 최초의 술집은 언제 생겼나? 20대 초반의 추억을 회상해 보면 대부분 술집에서의 기억이 많다. 기쁘게 웃던 날도, 힘들어서 친구에게 토로하던 날도, 모두 술집에서의 일이다. 그만큼 술집은 술을 매개로 사람을 소통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며, 희로애락도 함께 있는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인간의 소통을 추구한 술집이 이미 4000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의 술집은 어 2020.03.21![]() 흑사병으로부터 폴란드를 구한 알코올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전염병 중 하나는 흑사병을 들 수 있다. 고대 로마의 멸망을 부추긴 것도, 그리고 원나라의 흥망성쇠도 이 병과 연관돼 있다. 특히 14세기에 본격적으로 유럽을 덮치는데, 당시 유럽인 3분의1 이상이 이 흑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힘든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의지하는 법. 종교인들은 끊임없이 2020.03.07![]() 술의 알코올 도수는 어떻게 결정될까? 수년 전, 모 맥주회사 광고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바로 물을 타지 않았다는 것. 기본적으로 맥아에 물을 넣어 발효시키는 맥주에 물을 타지 않았다니,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해당 맥주가 물을 추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맥주는 7도 전후로 알코올 도수를 높인 뒤에 물을 넣어 4~5도로 맞춘다. 막걸리 역시 14~15도로 발효시키지 2020.02.29![]() 와인과 화해의 신 디오니소스 카라바조가 그린 바쿠스. 바쿠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의 로마 시대 이름이다. 와인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신이 하나 있다. 바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다. 올림포스 12신 중 막내이기도 했으며,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디오니소스를 도취적, 격정적 예술을 상징하는 신으로 묘사했다. 그렇다면 정말 디오니소스는 늘 광기에만 충만했을까. 숨겨 2020.02.22![]() 스페인에는 셰리와인.. 한국에는 과하주 세계에서 포도밭이 가장 넓은 나라는 어디일까. 한때 무적함대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세계를 호령했으며, 설탕과 감자를 들여와 디저트 문화와 유럽의 식문화를 바꾼 나라, 바로 스페인이다. 스페인의 포도밭은 피레네 산맥을 넘기까지 마치 사막과 같은 광활한 모습을 보인다. 로마제국에게는 와인을 공급했다는 나라라고 말할 정도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이라고 한다면 아 2020.02.15![]() 와인과 위스키, 뭐가 더 비쌀까? 세상에는 수많은 술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와 전통 소주부터 서양의 와인, 위스키, 코냑, 중국의 백주와 일본의 사케 등 시판되는 모든 술을 모아놓으면 100만종은 족히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양의 고급 주류문화를 대표하는 술은 와인과 위스키. 그렇다면 와인과 위스키 중 뭐가 더 비쌀까? 국산 최고가 증류주 ‘고운달’. 오미자 와인을 2020.02.08![]() 와인과 전통주의 공통점 와인 제조용 포도 메를로. 칼럼니스트 제공 얼마 전 소소한 와인 모임에 갈 일이 있었다. 와인 애호가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가져오는 자리. 흔히 와인 모임이라고 하면 고가의 제품을 자랑하며 위세를 떨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마트에서 파는 5000원짜리 와인부터 가볍게 즐기는 1만∼2만원대의 와인도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다. 2020.02.01![]() 적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최근에 한국 와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것은 물론 특급 호텔에서 고급 와인으로 제공되고 있다. 한국 와인이란 국내에서 재배된 포도 및 과실로 만든 와인. 기존에 해외에서 벌크로 수입, 한국에서 포장만 한 국산 와인과 차별화한 용어이다. 최근에 이러한 한국 와인 중 독특한 와인을 하나 만났는데, 바로 대 2020.01.18![]() 맥주의 홉과 전통주 솔잎의 평행이론은 2020년 한국의 맥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맥주 주세는 종가세. 가격에 세금이 붙는 구조로 원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주세도 많이 붙는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적용되는 종량세의 경우 원가가 높아도 용량만 같으면 같은 주세를 낸다. 결과적으로 패키징 등 원가 비용이 높았던 국산 캔맥주, 수제 맥주 등은 가격이 낮아질 2020.01.11![]() 소주에 고춧가루, 감기 나을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재채기나 콧물이 나면 늘 듣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다. 도수가 높은 소주와 고추는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감기를 낫게 하는 효과가 있을까? 아쉽게도 이 민간요법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순간적으로 체온은 오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몸을 차갑게 한다는 2020.01.04![]() 소주가 아닌 소주, 도소주 중세시대 흑사병을 치료하던 의사의 모습. 새모양의 가면은 당시 방독면의 역할을 했다. 위키피디아 수년 전부터 서점가를 강타한 서적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는 세상의 모든 문화의 이동이 총과 균, 철기, 그리고 지리적 요건에 의해 결정이 났다고 정리했다. 특히 유럽인이 다른 민족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총과 철을 사용했고, 그것으로 2019.12.28![]() 감자로 만든 술, 뭐가 있을까? 지난주 식품업계의 핫이슈는 바로 감자였다. 그것도 상품성 작은 못난이 감자. 백종원씨가 방송을 통해 판매가 어려운 못난이 감자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알렸고, 그것을 이마트에서 사들였다. 그러자 30t이 눈 깜짝할 사이에 완판이 됐다. 그렇다면 감자는 언제 생겼고,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감자의 시작은 남미의 중앙 안데스 고원지대라고 알려져 있 2019.12.21![]() 조선의 예거마이스터 '이강주' 수년 전 한국 클럽을 강타한 술이 있었다. 콜라와 소다 또는 에너지 드링크에 마시던 술, 예거마이스터라는 술이다. 이 술은 독일의 리큐르로 증류주에 다양한 허브를 넣어 만든 술이다. 흥미로운 것은 원래 이 술이 목적은 음용이 아닌 감기약이었다는 것. 집집마다 있는 상비약과 같은 개념이었다. 이것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다양한 음용방법이 생기며 대중적인 2019.12.14![]() 샴페인은 왜 축배의 상징이 되었을까? 대표 샴페인 중 하나인 돔페리뇽(오른쪽)과 한국의 오미로제.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2019년의 마지막 달, 12월이 다가왔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많은 모임에서 송년회와 회식을 갖는 시즌이다. 그럴 때마다 늘 후보에 오르는 술이 바로 샴페인이다. 왜 샴페인은 이러한 축배의 장에서 사용되는 것일까?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 2019.12.07![]() 1980년대, 술자리의 추억 박철순, 윤동균 등 당시 OB베어스 스타와 함께 등장한 맥주광고. 유튜브 캡처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모임, 회식이 잦아 요식업시장에서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 우리가 즐기는 술 문화의 틀이 대부분 1980년대에 잡혔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뉴트로 문화가 바로 1980년대 문화다. 지금도 건재한 1 2019.11.30![]() 소주도 유기농이 가능할까? 한국에서 가장 오명을 쓰고 있는 술이라면 아마도 소주일 것이다. 화학주에 공업용 알코올이 원천이라던지의 내용이다. 소주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입장이다. 모두 발효와 증류를 거쳐 만들어지는 술로, 공업용 알코올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이스가 되는 주정의 원료는 미공개가 대부분이다. 주로 잉여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태 2019.11.23![]() 양보다는 질, 성장하는 막걸리 시장 한국인에게 막걸리란 어떤 존재일까? 파전과 잘 어울리는, 비 오는 날의 술? 허기짐을 달래는 서민의 술? 실제로 비가 오는 날 막걸리 매출은 맑은 날에 비해 2배가 넘고, 막걸리에 김치 하나만 있으면 훌륭한 안주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막걸리가 지난 10년 사이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단순한 서민의 술이 아닌 선택 폭이 넒은 술로 바뀌고 있다는 2019.11.16![]() 그 많던 소주 양조장, 어디로 갔나? 지역 소주가 인기다. 각 지역에 토착화된 소주회사들이 브랜드를 달리하며 소주를 출시하고 있다. 현재 초록색병에 들어간 희석식 소주를 제조하는 곳은 총 11곳.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참이슬을 비롯해 부산의 C1, 강원도의 처음처럼, 대구의 참소주, 전남의 잎새주, 마산의 좋은데이, 그리고 제주도의 한라산 소주 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2019.11.09![]() '서민의 술' 소주 100년의 역사 최근 소주의 복고 열풍으로 시장이 뜨겁다. 상당수의 소주업체들이 30년 전의 하늘색 병과 당시의 라벨을 재구성,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주는 언제 한국에 들어왔을까? 소주는 처음부터 유리병에 담겼을까? 최초 소주의 증류 기술은 고려말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으로 불리는 지봉유설에는 소주 기술이 몽골에서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2019.11.02![]() 소주의 복고열풍 좋은 현상일까? 소주의 복고 열풍이 거세다. 2014년 보해의 레트로 소주를 시작으로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부산의 대선주조, 무학 등도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기존의 초록색병 디자인은 사용하지 않고, 1970~1980년대 하늘색 소주병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이다. 기존의 소주 디자인에 싫증을 느끼던 소비자층은 ‘뉴트로’ 디자인에 환호하고 있다. 이렇게 소주병이 다양해지는 2019.10.26![]() 약주란 어떤 술인가 ‘약주(藥酒)’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만 쓴다.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정말 약용으로 사용할 때만 붙인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시는 술에도 약이라는 단어를 꽤나 붙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다양한 수제 약주. 약재가 없어도 약주라고 불려야 한다. 명욱 칼럼니스트 제공 첫 번째 가설은 약이 될 만큼 귀하다는 의미다. 2019.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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