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문을 열고 나오며 쳐다보곤 하던 추월산에 가기로 한다.
어제 술자리에서는 지하철 등산로를 가기로 했었는데. 무슨 상관이랴.
빗방울이 몇 개씩 떨어진다.
늑장을 피워서인지 운전시간은 어제보다 짧은데 산행은 10분 늦은 10시 10분에 시작한다.
푸르름이 가득한 키 큰 나무 사이 젖은 길을 잠깐 올라 왼쪽 2등산로로 들어선다.
바보의 걸음이 느리다.
하긴 그의 기록으로는 사흘 연속 산에 가는 일은 힘든일에 속할 것이다. 나도 그렇겠지만.
또 다른 부부일행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쉼터가 있는 암벽 아래 도착하니
한 떼의 남자들이 암벽을 뛰어올라 잡으려 노력 중이다.
카메라는 왠일인지 메모리가 다 찾다고 셔터가 눌러지지 않는다.
능선 바위에서 놀다가 연철쭉이 피어있는 길을 지나 보리암 정상에 닿는다.
11시 50분이 다 된다. 느림보들이다.
바람을 피해 바위 사이에서 홍시 등을 먹는다.
바람이 차 겉옷을 걸쳐 입는다.
오늘은 술이 없다.
급경사의 계단이 이어지는 1등산로를 잡아 하산한다.
보리암에 들러 김덕령의 부인 흥양이씨 순절처 글씨는 다 찾지 못한다.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다 또 경사진 계단을 계속 내려온다.
비가 점점 소리를 내며 잦아진다.
비르르 맞으며 차로 돌아오니, 한 시 10분이 지난다.
5등산로까지는 언젠가 가 볼 수 있겠지.
장날인지 죽녹원 관광객들 탓인지 북적이는 담양읍에 들러 떡갈비를 먹는다.
광주극장에 런치 박스를 보러가자고 시간 맞춰 집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