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베르(Colbert, Jean-Baptiste. 1619~1683)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정총감(재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입니다.
프랑스의 국부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늘려 금ㆍ은 보유량을 늘려야 된다고 주장했죠. 이런 중상주의적 정책을 그의 이름을 따 ‘콜베르티즘(Colbertisme)’이라고도 부릅니다. 외국제품의 수입제한과 자국제품의 수출촉진을 신조로 합니다. 독점상사(獨占商社)를 만들고 보호 관세를 설정해 무역을 진흥시키면서 국내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규제는 언제나 반발을 부르는 법. 콜베르티즘으로 프랑스의 부가 증대되기는 했지만, 상업의 발전을 저해해 1670년부터는 점차 반발을 사, 1983년 그의 죽음으로 콜베르티즘은 쇠퇴를 맞습니다.
400년 가까이 된 사람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내는 이유는 뭘까요. 지금 프랑스에 ‘콜베르티즘’이라는 유령이 다시 배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유럽, 특히 프랑스에 거세게 불고 있는 보호주의 바람을 거론하면서 이게 어느날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회오리는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가 주창하는 ‘경제 애국주의(economic patriotism)’가 다름 아닌 콜베르티즘의 변종이라는 분석이죠. 빌팽 총리는 이탈리아 그룹인 에널이 자국 에너지 회사인 수에즈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밝히자, 국영에너지 기업인 가즈 데 프랑스(GdF)와 수에즈의 합병계획을 발표해버렸습니다. 수에즈를 이탈리아 기업에 내줄 수 없다는 의사표시죠. 앞서 프랑스는 지난해 말, 철강ㆍ에너지 등 11개 전략 산업에 대한 해외기업의 인수ㆍ합병 시도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경제 애국주의’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기는 했습니다만, 17세기 프랑스 국가가 나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던 콜베르티즘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제는 프랑스를 넘어 유럽 대륙 전체, 심지어 미국에까지 보호주의 바람은 거세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세계화가 끝나고 다시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콜베르’의 시대가 온 걸까요? 얼마 전(3월 13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득세하고 있다”며 “이같은 보호주의가 지속될 경우 이는 점점 더 상호의존적이 되고 있는 세계경제를 파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에도 가디언(영국)과 WSJ가 “세계화의 수명이 다 됐다”고 분석되었습니다.
가디언은 ‘비정상적인 세계화의 수명이 다됐다’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그동안 싼 에너지와 상대적인 평화 덕택에 어렵사리 지탱해온 세계화란 거짓 논리가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한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습니다. WSJ도 ‘지금의 상황이 1914년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분석 기사에서 “세계가 전쟁 주기에 접근했다”면서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불안을 과소평가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세계화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닌가 봅니다. 세계화란 거울에 균열이 생긴 것인지, 세계화에 대한 최후 저항의 흔적인지.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참고 > ‘콜베르 위원회’ 란 ? 1954년 프랑스 사치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설립한 일종의 이익집단입니다. 콜베르가 루이 14세 시대에 왕실공장의 창시자로 경제와 문화를 결합하여 산업을 크게 육성하는 데 기여한 바가 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군요. 샤넬ㆍ루이뷔통ㆍ카르티에ㆍ랑콤ㆍ크리스티앙디오르 등 70여개 프랑스 브랜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neoran&folder=5&list_id=6118048&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