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문을 두드려요
“코람데오(Coram Deo)”란 말이 있다. 즉 “하나님 앞에서”라는 뜻이다.
신의 시간은 무한하지만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기에 거룩한 하나님의 인격적 현존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우치는 말이다.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영화 “천국 문을 두드려요(Knocken’ on heavens door)”는 1997년 제작된 독일 영화로 밥 딜런이 부른 노래를 영화 제목으로 삼았다. 이 노래는 영화로 제작되기 전 1973년 개봉된 서부극 영화 “관계의 종말” OST로 쓰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 서부의 무법자 '빌리 더 키드'는 19세기 미국 서부시대의 실존했던 인물로 21살의 나이에 사망하면서 21명을 죽인 전설적인 총잡이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영화 “천국 문을 두드려요”는 죽음을 코앞에 둔 두 젊은 청년들, ‘마틴’은 뇌종양 말기 환자이고, ‘루디’는 골수암 말기 환자로 두 사람이 같은 병실에 입원한다.
이들은 어차피 죽을 바에는 해보고 싶은 거 하고 죽자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침대와 침대 사이에 있는 간이 테이블 윗 십자가 예수상이 떨어진다.
충격에 테이블 문이 열리고 데낄라 술병을 발견한다. 술을 마시며 마틴이 아직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루디는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은 죽어서 천국에 가도 할말이 없데’라고 말하고 두 사람은 병원을 탈출하여 천신만고 끝에 바닷가에 다다른다.
그들이 꿈꾸던 것과 달리 황량하지만 장엄한 바다의 풍경을 보면서 말없이 데킬라와 담배를 즐기는 두 사람,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 쓰여진 싸이드 미러가 비친다. 결국 마틴은 다시금 찾아온 발작과 함께 쓰러져 루디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바다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생명의 기원이고 끝없이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희를 갖는다. 양수가 터지는 순간부터 생명은 불안을 체험하고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원초적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곳, 생명이 잉태되는 곳이 바다이다.
볼록거울로 만들어진 자동차 싸이드 미러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가 있다.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에도 코 앞에 다가오기 전까지는 생물학적 죽음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미쳐 생각하지 못하거나 외써 외면하다.
가수 이진관은 차거운 동토와 같은 세상 속에서도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걸, 외로운 가슴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라고 노래했지 않는가!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고, 죽음은 인간 존재를 불안하게 하는 근원적인 고통에 속한다. 산다는 것은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위태롭지만, 가슴 속에 솟구치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지 못한다. 사랑했던 이들이 죽도록 보고프고, 좀 더 베풀지 못한 삶에 대해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기회는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는다.
천국 문은 두드리면 열리는가? 죽음이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원래 창조 질서 안에서 영과 육이 분리되어 육은 자연의 섭리대로 흙으로 돌아가고 영은 하늘로 들어간다. 영원한 종말이 아닌 인간 삶의 완성이며 결실이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나 하늘로 돌아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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