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자동차부품업체 SJM과 만도에 공격적 직장폐쇄가 단행되면서,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친 ‘노조무력화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이후, 자동차부품업계를 중심으로 ‘공격적 직장폐쇄’에 따른 ‘노조 무력화’와 ‘복수노조 설립’ 등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고 있으며, 결국 기존노조의 와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SJM과 만도의 직장폐쇄를 전후해, 지역의 다른 자동차부품업체 사업장에서도 직장폐쇄의 위협과 복수노조 설립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어, 노동계는 정부와 자본이 노조 와해를 위한 ‘총공세’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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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속노동자] |
발레오만도, KEC, 유성, 만도까지
‘용역 투입-공격적 직장폐쇄-복수노조 설립’시나리오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노조 무력화 시나리오는 공격적 직장폐쇄-노조 무력화-복수노조 설립의 과정을 밟는다. 해당 시나리오에 따른 최초의 사례는 2010년 ‘발레오만도’에서 이뤄졌다. 이 시기는 복수노조가 시행되기 이전으로써, 사실상 ‘시범 사례’로 꼽힐 수 있다. 2010년 2월 4일, 노조가 태업을 시작하면서 회사는 같은 달 16일 용역을 투입해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후 6월 7일, 발레오만도는 금속노조 집단탈퇴를 결정했으며, 기업노조가 들어섰다.
상신브레이크와 KEC도 곧바로 같은 과정을 밟았다. KEC는 2010년 6월 30일, 용역 투입과 공격적 직장폐쇄가 이뤄졌으며, 복수노조 시행일인 2011년 7월 1일 기업노조가 설립됐다. 상신브레이크역시 2010년 8월 23일, 발레오만도와 KEC의 뒤를 이어 공격적 직장폐쇄가 단행됐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둔 2011년, 노조와해 시나리오의 첫 타겟은 ‘유성기업’이었다. 회사는 노조의 준법투쟁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SJM과 유사한 용역 폭력이 이뤄지기도 했다. 또한 2011년 5월 18일, 직장폐쇄 이후 7월 14일 기업노조가 설립됐으며, 현재 기업노조가 과반수노조를 점하고 있다.
공격적 직장폐쇄와 복수노조 설립 매뉴얼이 줄줄이 성공을 거두면서, SJM과 만도 역시 똑같은 방식의 시나리오가 적용되고 있다. 특히 SJM과 만도의 경우, 같은 날 대규모 용역병력이 이동하는 등 조직된 노조 와해 공작 움직임이 감지됐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와 완성차의 개입과 비호로 조직적 노조와해가 이뤄졌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첫 사례로 꼽히는 발레오만도의 경우, 1986년 만도기계 경주공장으로 출범한 구 만도 계열사다. 이들은 현대자동차에 스타트모터와 교류발전기 등의 생산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상신브레이크와 유성기업 역시 각각 브레이크패드, 엔진부품을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유성기업의 경우, 현대차 총괄이사 차량에서 ‘유성기업(주)-현대차(주)’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발견돼, 현대차와 업체간 사전 기획에 따라 노조파괴 공작이 진행 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문서에는 ‘노조 파괴’의 내용이 명시 돼 있으며, 사실상 직장폐쇄 상황까지 기획 돼 있다. 또한 추진방향을 “경주 발레오전장 사례에 대한 맹신 위험 경계”라고 명시해, 공격적 직장폐쇄와 기업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발레오만도의 모델을 유성기업에도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SJM역시 산업용 벨로우즈 생산업체로, 재가공을 거쳐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만도의 경우도 브레이크, 조향장치, 현가장치 등을 현대차에 납품한다. 현장에서는 자동차부품업체의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등의 노사대립이 사실상 완성차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노동계 인사는 “부품업체의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등은 물량수급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완성차가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구조라는 것은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며 “사실상 SJM이나 만도 역시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한 총자본의 공세이며, 금속노조를 꺾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도 ‘노조깨기 시나리오’ 가속화
직장폐쇄와 용역투입등의 과정을 거치치 않고도 다수의 현장에서 비슷한 시기, 복수노조 설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측의 직장폐쇄 위협에 노조가 위축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현대차에 모터를 납품하고 있는 구 만도계열사인 보쉬전장(구 캄코)은 올 2월, 복수노조가 들어섰다. 보쉬전장의 경우, 잔업거부 투쟁 이후 2월 15일 지회장을 해고했고, 지회장이 20일 재심청구를 했지만 21일 다시 해고했다. 그리고 다음날 보쉬전장에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지회장과 사무장에게는 잔업, 특근 거부와 관련해 1억 1천만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조 측에서는 보쉬전장 역시 유성과 비슷한 노조깨기 수순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유성기업 사측 역시 기업별노조가 만들어진 직후, 지회를 상대로 45억 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노조탄압 주장이 제기됐다. 콘티넨탈의 경우, 공교롭게도 SJM과 만도에 직장폐쇄가 단행되던 날 복수노조가 들어섰다. 콘티넨탈 역시 현대차에 전장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로, 구만도 계열사다. 만도처럼 직장폐쇄가 단행되지는 않았지만, 그 이전부터 현장에는 회사가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을 단행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콘티넨탈지회 조합원 A씨는 “만도처럼 직장폐쇄가 되지 않았지만, 같은 날 복수노조가 생겼고,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만도의 복수노조가 주장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콘티넨탈 역시 휴가가 끝나고 나면 교섭을 중단할 가능성이 많고, 지도부를 날리고 지도력에 공백이 생기게 되면 현장을 흔들어 이탈을 꾀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만도 직장폐쇄 이후, 상대적으로 구 만도계열사 조합원들이 위축된 상태”라며 “보쉬전장은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 소문이 돌고 난 뒤, 조합원 상당수가 탈퇴했고 콘티넨탈 역시 비슷한 상황이어서 구 만도사업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일정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구 만도사업장인 K사의 경우, 지난 8월 2일 회사 대표가 경찰서에 시설물보호요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직장폐쇄 가능성을 흘리면서, 노조에서는 만도의 직장폐쇄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됐다.
노조 관계자 B씨는 “실제 직장폐쇄가 이뤄질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밖에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며 “어찌됐든 회사는 노조 협박용 카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노조도 회사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K사 노사는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그간 회사가 교섭을 해태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B씨는 “원만하게 교섭이 마무리되면 상관없겠지만, 회사도 명분만 살리기 위해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직장폐쇄 위협이 현실로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자본, 창조턴설팅, 용역업체의 공조...‘금속노조 깨기’ 본격화
노동계에서는 만도와 SJM 사태의 전후에 이뤄진 공격적 직장폐쇄, 복수노조 설립 등의 일련의 과정들이 완성차 그룹과 정부, 노무법인과 용역업체의 공조에 의한 각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표적 노조파괴 전문 업체로 알려진 ‘창조컨설팅’과 정부, 현대차와의 공조는 이미 의혹제기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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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디어충청] |
창조컨설팅은 지난 유성기업, 상신브레이크, KEC, 발레오만도 등 공격적 직장폐쇄와 복수노조 설립 등의 ‘노조깨기’과정에 개입한 바 있다. 유성기업의 경우, 현대차 총괄이사 차량에서 유성기업(주)-현대차(주)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발견됐으며, 문건에는 창조컨설팅의 개입이 언급 돼 있다. 거기다 이번 만도의 직장폐쇄 상황 역시 창조컨설팅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속노조 측은 “창조컨설팅이 만도 직장폐쇄 전에, 용역직원을 모집한 정황이 있고 사실상 만도 사태에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만도 회사 측 관계자는 “밝힐 수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완성차와 부품업체,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작동될 때마다, 정부 역시 합동 공세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성기업의 공격적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이 단행 된 이후, 라디오 연설을 통해 “연봉 7천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 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기업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이제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만도의 직장폐쇄 당일,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데 직장폐쇄를 한다고 한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귀족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성기업에 이어 만도를 ‘귀족노조’라고 칭하며, 사실상 만도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힘을 싣고 나선 꼴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만도의 직장폐쇄가 이뤄진 오후 3시 직후, 회의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미 만도 상황을 이전에 보고받았을 것이라는 의혹도 확산됐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SJM에 투입된 용역업체 ‘컨택터스’와 청와대의 연루설이 제기됐다. 정부-완성차-노무법인-용역업체로 연결되는 노조깨기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야당 등은 지난 7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는 현대기아차 등 거대 완성차 기업들의 부품업체에서 일제히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전에 모의한 기획탄압 의혹이 짙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금속노조의 투쟁의지와 민주노총의 파업 고리를 끊어낼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 금속노조는 두 차례 사상 최대 규모의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8월에는 금속노조의 3차 파업에 이어 민주노총 총파업도 이어질 예정이다. 자본과 정부 차원에서는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업의 예봉을 꺾겠다는 의지다. 한 노동계 인사는 “단순히 한두 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닌 금속 핵심사업장 다수가 일순간에 깨지면서, 완성차 노동자들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현대자동차를 필두로한 총자본과 정부의 공세이며, 금속노조를 꺾겠다는 것이어서 이후 금속노조의 운명이 걸린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5일, 긴급중앙위를 개최하고 만도와 SJM사태와 관련해 “금속노조 주요 사업장에 대한 동시 용역침탈은 금속노조 8월 파업 동력을 질식시키기 위한 기회침탈”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오는 8일, 서울 도심과 SJM에서 용역침탈, 공격적 직장폐쇄 등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는 8월 ‘3차 총파업’을 대규모로 성사시키기 위한 현장조직화에 만전을 기하기로 결정하고, 3차 총파업 시기는 오는 7일 중앙위에서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