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
瑞河 이소연
공중에 뜬 호수여, 무슨 눈물이 그리 많아 계절마다 구름이 수북 돋는가 호수는 별자리의 포근한 안식처 수만 갈래 물길이 트이는 곳에서 수천 개 푸른 눈동자 초롱초롱 모여 사는 마을까지 열린 창문마다 꿈의 마지막 비상구가 되어 그곳에도 누군가 흐려진 생을 닦고 있는지 별무리 층층, 총총, 황금꽃 빛부시다. 푸르디푸른 여백에 금빛 신화를 펼치는 밤이면 지상 모든 풍경을 차려놓은 제단인 듯 광활한 처녀림인 듯
누구일까, 지금 마음 한켠 청정지역을 걸어오는 초록빛 발광채, 누가 종소리인 양 새벽을 깨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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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서하 이소연 시인님의 시집 '건반 위의 바다'(한글기획 21C 시정선 3, 서울: 도서출판 한글, 2006. 12월, 137쪽) 87쪽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이 시는 2005년 2월에 지어진 것인 듯 여겨지고 시문학 2005년 12월호에 실린 것으로 서하님의 문학서재(http://seoha.kll.co.kr/)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두번 째 줄이 "무슨 물관이 그리 많아 계절마다 물풀이 수북 돋는가"였는데 위 시집에서 '물관'이 '눈물'로, '물풀'이 '구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면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의 제 2악장을 떠올렸어요: 여기 '음악: 클래식' 방에서 그 감상소감을 썼듯이 " ... 저는 제2악장에 더 주목합니다: 별들이 말없이, 그러나 서로 반짝임으로만 정겨운 얘기를 나누는 동트기 직전의 새벽하늘에 드리운, 칠흑처럼 어두운 적막, 절대적막의 밤하늘에, 마치 신들의 성전에 들어서고 있는 영웅의 산책길, 꿈결의 하늘 나들이를 상상합니다: 그 적막함이 하도 깊어 그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숨막힐 정도로 가슴을 조여드는 그윽한 적막의 성전에 들어서는 영웅은 하염없이 사색에 잠겨듭니다. 하늘바다를 유유히 거닐다가 영웅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꿈을 깹니다: 이 순간이 바로 제3악장으로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1악장의 위풍당당한 영웅의 행진과 2악장의 자아성찰과 님을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3악장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영웅은 마침내 찬란한 해돋이와 함께 새 날을 맞는 가슴벅참과 승리와 환희의 도도한 물결을 타고 황홀감에 젖어 흘러갑니다. 영웅은 자연과 만인과 하나가 됩니다." - 새벽 배동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