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로콜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항암 효과가 뛰어난 슈퍼 푸드로 널리 알려져 어느 틈에 한국인 밥상의 주역이 됐다.
최근 모양은 브로콜리와 비슷하지만 이름과 맛, 식감이 전혀 다른 콜리플라워가 새롭게 외국 채소의 대세로 등극 했다.
대형마트는 물론 재래시장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다른 외국 채소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브로콜리와 달리 콜리플라워는 꽃처럼 화려한 보라, 노랑, 연두, 흰색 등 색깔이 다양하고 생김새도 꽃송이 같아 음식재료라는 느낌이 들디 않을 정도다.
부드러운 양배추 맛이 나는 콜리플라워는 서양에서는 오래 전 부터 애용됐다.
우리나라 배추에 버금갈 정도로 서양인들에게 사랑받아서 그 쓰임새가 더욱 궁금했다.
필자 역시 캐나다의 호텔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시절, 당근만큼이나 자주 조리했던 채소였다.
브로콜리처럼 한 입 크기의 송이로 잘라 버터와 함께 졸인 뒤 다양한 향신료를 더해 곁들임 채소로 요리하거나, 찜통에서 부드럽게 쪄낸 콜리플라워를 충분히 갈아서 수프로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아직 조리법도 맛도 낯선 콜리플라워지만 한국인의 입맛과 취향을 저격하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영양이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콜리플라워의 효능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조리법에 대해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콜리플라워의 최대 재배지는 광활한 대지에, 토양과 기후가 잘 맞은 인도와 중국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수출되면서 온 세계로 퍼져 널리 재배되기 시작됐다.
콜리플라워는 꽃(flower)와 커드(curd)의 합성어에서 유래됏다고 전해진다.
콜리플라워는 수확한 직후에 보면 양배추처럼 잎 속에 싸여있는데 겉잎을 따서 버리면 눈처럼 하얗고 둥근 꽃 모양의 콜리플라워를 볼 수 있다.
흰색이 주를 이루던 중국과 인도의 콜리플라워가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지중해성 기후의 최적화된 재배 환경으로 옮겨지면서 풍부한 일조량과 비옥한 토양에서 풍성한 광합성으로 연두, 보라, 노란색의 콜리플라워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다.
콜리플라워는 색깔에 따라 식감이나 맛의 차이가 크니 않지만 흰색 외의 색깔이 있는 콜리플라워는 비타민C와 단백질, 미네랄이 풍부하고 부드러움보다는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더 좋은 편이다.
특히 남부 이탈리아에서 주로 재배된 보라색 콜리플라워는 붉은 채소에 풍부한 안토시안 성분이 더 많고, 강한 태양과 고온에서 경작되어 모양은 물론 아삭거리는 식감이 매력적이어서 조리하지 않고 그대로 소스에 찍어 먹는 '딥(dip) 샐러드'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서양에서 사랑받는 콜리플라워수프
콜리플라워를 가장 간단하게 즐기는 방법은 브로콜리처럼 작은 송이를 잘게 나누어 씻은 뒤 생으로 드레싱이나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다.
브로콜리와 당근, 콜리플라워는 가열하지 않고 그대로 즐기는 딥 샐러드가 서양에서는 일반적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조리법으로는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양념이나 소스를 끼얹어 먹는 것이 부드럽고 아삭거리는 콜리플라워의 맛과 식감을 무난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인기 잇는 조리법은 콜리플라워를 잘게 썰어 바닥이 두꺼운 팬에서 버터를 넣고 볶다가 닭이나 채소육수를 넣고 자작하게 줄인 후 소금과 향신료로 맛을 더한 조림 스타일이다.
이는 최고급 호텔에서도 빠뜨리지 않는 기본 곁들임으로 꼽힌다.
더욱 고급스러운 콜리플라워 맛을 즐기고 싶다면 수프에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콜리플라워 수프 만드는 법은 기본적인 크림소스를 만들 듯이 버터와 밀가루를 먼저 볶다가 콜리플라워를 최대한 잘게 다져서 한데 볶아준다.
그런 다음 우유나 입맛에 맞는 육수를 넣고 살살 풀어 믹서에 부드럽게 갈아 다시 냄비에 붓고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가며 뭉근히 끓여 간을 맞추어 완성한다.
콜리플라워 수프는 비단처럼 부드러운 질감과 고급스럽고 고소한 맛으로 서양에서 사랑받는 최고의 수프로 손꼽힌다.
크림소스인 베샤멜소스에 버무린 다음 치즈를 끼얹어 오븐에서 노릇하게 구운 그라탱도 인기다.
전문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 스타일로 즐기려면 기름기 없는 흰살 생선을 콜리플라워와 함께 쪄서 부드러운 카레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콜리플라워를 지나치게 오래 삶거나 조리하면 짓무른 양배추처럼 식감이 떨어지고 회색으로 변해 식욕마저 떨어지기 쉽다.
이렇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콜리플라워가 슈퍼 푸드로 인정받는 이유는 맛만이 아니라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소와 효능에 있다.
항암 성분이 많이 들어있고, 100g만 섭취해도 비타민C의 하루 권장량이 충족된다.
비타민C는 염증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주고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그밖에도 식이섬유의 함유량이 양배추나 배추보다 많아 장 속에 쌓인 노폐물을 깨끗이 청소해 장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 시금치 콜리플라워 샐러드
◇ 재 료(4인분기준) : 삼색 콜리플라워 각 1/4송이씩, 샐러드용 시금치(혹은 어린잎 채소) 200g, 호두 100g, 소금·후추약간.
◇ 만드는 법
① 콜리플라워는 색깔을 두 가지 이상 준비해서 줄기 부분을 잘라내고 한 송이씩 한 입 크리고 잘라 다듬는다.
② 소금 1큰술을 넣은 끓는 물에 ①을 넣고 4~5분 정도 짓무르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사라지지 않을 만큼 살짝 데쳐서 차가운 물에 휑궈 물기를 뺀다.
③ 부드럽고 고소한 샐러드용 시금치를 흐르는 물에 살살 흔들어 씻은 다음 체에 받쳐 물기를 완전히 뺀다.
④ 호두는 잘게 부숴 잘 달구어진 두꺼운 팬에 얹고 살짝 볶아내어 식힌다.
⑤ 커다란 볼에 콜리플라워와 시금치를 한데 넣고 홀 그레인머스터드 드레싱으로 골고루 섞는다.
⑥ 준비해둔 ④의 볶은 호두를 ⑤에 뿌리고 여기에 홀 그레인 머스터드 드레싱을 곁들여 낸다.
정성숙 / 요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