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등반했던 비상구길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중요하고 참고할 만한 부분만을 간략하게 적어보겠습니다.
1p. 첫볼트에 클립후 시작 한두동작이 어렵습니다. 사선으로 진행하다 직상으로 전환되는 구간에서는 볼트위치가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그 구간을 통과한 뒤 보이는 밴드를 올라타는 동작도 까다롭습니다. 밴드가 미세하긴 하지만 그나마 나은 홀드를 왼손으로 크림프에서 사이드 핀치로 잡았다가 두손가락 푸시로 연속 바꾸면서 발을 올리는 볼더링 동작이 어려웠습니다. 암장운동 하는사람은 잘 할것 같아요. 10b 적당하다고 봅니다.
참고: 사선등반 후 직상 전환시 볼트 위치상 추락하면 하단턱에 발목 부상 우려가 있습니다. 상.중단의 밴드에 올라설때는 자신에게 맞는 무브를 찾는 루트 파인딩이 필수입니다.
2P. 2단으로 되어 있는데 첫 볼트가 멀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1단 부분은 볼트 3개가 있고, 칸테를 잡고 등반하면 무난합니다. 1단이 끝나면 좌측 건너편의 2단 으로 붙어야 합니다.
이 구간은 전체적으로 암질이 부스러지는데, 특히 2단이 심해서 상당한 부담이 있습니다. 볼트 간격도 멀게 느껴졌고, 5.10a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2단암 등반할때는 부스러지는 홀드를 주의해야하고 겨울등반때 바일찍고 살짝 힘줘보듯 발 딛고 바로 체중 옮기지 말고 신중하게 등반하시기 바랍니다. 벽의 각도도 있고 볼트도 멀며 개인적으론 부스러지는 소리가 치과 이빨 가는 소리보다 몇배의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3p. 여기는 구조대길의 침니 위회구간의 오른쪽 슬랩길인데 왼쪽의 구조대 변형길은 가 봤을때 칸테를 쓸수 있어서 어렵지 않았지만 이쪽은 달랐습니다. 폭염이라 신발이 밀리는걸 느꼈는데 3p의 종료점이 난감한것을 제외하면 이 루트에서 가장 잘 나온 구간이라 생각이 듭니다. 10d 적당합니다.
참고: 첫 볼트 지나고 턱 밑에 캠 설치가 필요하다고 들었지만 볼팅을 새로 하셨는지 다음 퀵 작업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갖고간 캠이 아까워 저는 설치를 했지만요.
종료점이 구조대 3p 종료점 왼쪽으로 3미터쯤 위쪽 고리에 통과 시키고 슬링잡고 좌측너머로 내려가면 있는데 참 안 좋습니다 둘이 서기도 그렇고 흙이 있어 발판을 샷시로 만들어 놨는데 너무 불편해서 젖어서 질퍽거리는 흙을 밟는게 더 나았습니다.
4p 등재밍으로 5미터쯤 오르면 첫 볼트가 있습니다. 이후 볼트 세개는 스테밍과 왼쪽 진행으로 해결되지만, 다섯번째 볼트 이후 종료점까지 완력이 요구되는 구간입니다. 체력소모가 엄청납니다. 30미터 꽉 채운루트로 10a~10b 난이도가 쉴 틈 없이 이어져 10c를 준것 같습니다. 김현숙회원은 힘들어 많이 찾지않는 지방산 릿지길 같다고 하셨습니다.
참고: 시작에서 등재밍을 해야 하므로 선등자는 어쩔수 없지만 동료들의 배낭이 새것이라면 앞으로 매라고 하던가 (이때 좋은 옷이면 삐질수 있슴) 아니면 첫볼트에서 슬링으로 3미터정도 내려줘서 잡고 오라고 하는게 내려와서 술 한잔 더 받아 먹을수 있는 고마운 조치 같고 저는 이날 후등자의 이쁜 배낭을 생각해 슬링 내려줬고 그분이 치맥을 쏘셨습니다.ㅋ
쉴 곳은 거의 없지만 있다면 꼭 쉬어가는 것이 4p 성공의 팁입니다.
5p. 구조대 5p와 같은 출발이지만 턱을 넘지 않고 계속 진행하면 직상 실크랙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캠이 필요 없었지만 여기서는 사용했습니다. 스테밍 위주로 등반했는데 재밍도 가능하고 중간에 길게 이어진 흙이 섞인 곳을 발로 이용할수 있을것 같아 보상 구간처럼 느껴졌습니다. 5.9라고 하던데 10a봅니다.
참고: 캠 사이즈는 0.3~0.5 사이즈를 사용한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6p. 구조대길의 트레버스하는 크럭스구간 아래쪽이 출발 지점입니다. 길 정보가 전혀없어 첫 볼트 통과후 돌아가는 바위하단에 노랑(2호)하나 치고 좌로 돌아가니 우측에 볼트가 보입니다.직상 후 턱을 넘어 5.8정도 되는 볼트 서너개의 슬랩이 이어지고 등반이 종료됩니다. 이후 설치된 3~4미터의 슬링잡고 오르면 구조대와 고독길이 만나는 동굴 휴식처가 나옵니다. 6p는 11a 라고 하는데 수긍이 됩니다.
참고: 페이스에서 슬랩으로 올라탈 때 비교적 괜찮은 홀드를 잡고 멘틀링하면 통과인데 직상은 많이 힘듵고 비스듬이 멘틀링 해야 수월합니다. 패시길 3p 크럭스처럼요. 직상은 패시 크럭스에서 살짝 안내려오고 볼트쪽으로 직상하는 느낌입니다.(물론 제가 힘도 많이 빠진 상태고 제 기준입니다) 아래쪽이 안보여 직상 시도했던 저는 오버라 디딤발이 안좋아 실패..다시 실패 또실패 ..11a라는데 세번 모두 실패하고 슬링 이용해 올라와서 밴드 밟고 아래쪽을 보니 젠장 밴드가 아랫단에 비스듬이 길게 이어져 있는걸 보고 순간 제가 알고 있는중에 최고수준의 욕을 했습니다.약간 오른쪽 무릎쪽에 있던 발을쓰며 옆으로 살짝만 돌아도 쉽게 올라올걸 고생했습니다. 위에 올라와야 보이고 후등자는 그렇게 왔습니다. 위쪽 슬랩에서는 줄이 끼어 안 올라와 고생했는데 여기 볼트몇개 구간이 이날 등반 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었습니다. 가실분은 줄 처리에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총평. 거의 모든길이 30미터를 꽉 채우며 컨디션과 폭염등으로 각 피치마다 까다롭게 느껴졌습니다.개념도보다 짜다는 인상이었지만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부스러지는 2p를 제외하면 수긍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척자의 수고가 느껴졌고. 등로 연결선이나 피치 길이상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아쉬운 점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봅니다.
길 만드느라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중요: 퀵드로우는 10개 사용했는데 모자랐습니다. 연장 구간도 많고 나무를 이용한 확보할 때도 써서 여유가 없었습니다. 알파인드로우 2개 포함 했음에도 부족했습니다.넉넉히 준비하세요.
캠은 3호는 쓰지 않았고 6p스타트 할때 썻던 2호도 빨강으로 대체 가능하니 각 개인의 확보물 설치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한셋트면 넉넉합니다.
자일은 대부분 피치가 30미터 풀로 나가서 60 반자 사용은 서비스 길이가 있더라도 부족합니다. 70자로 3인 파티도 가능하고 하강시에도 무난할 것 같아서 권장합니다.
하강은 자일이 두동이면 구조대 6p에서 해도 되지만 우린 60자 한동이라 동굴지나 고독길쪽으로 두번 나눠 하강했습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소회:
우리 앞팀이 구조대에서 출발지점으로 하강하던데 1차 완료하고 줄 빼다가 내려온 줄이 걸렸는데 등반해서 줄 풀러 등반 해야할 리딩자는 이미 2차하강으로 내려가버려 선등자도 없고 방법을 못찾아 이팀 낭패볼 뻔했는데 줄 걸린곳이 우리가 등반하던 5p 종료점 5~6미터 아래라서 우리가 해결해줬습니다. 그러나 고독길로 하강하던 우리도 2차하강 끝내고 줄 빼다가 동행길 크랙에 줄이 걸려 저는 다시 올라가는 등 이날 힘들었습니다. 집 나올때 마스크와 물을 식탁위에 올려놓고 그냥 나와서 폭염에 더 힘들었고 어프러치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설교벽까지 알바를 하기도 했습니다. 바위를 만져보니 속살까지 젖어 있어서 무겁게 와서 고독길 갈수도 있겠다며 머피의법칙 생각을 많이 했었고 벽에는 거의 1시 다돼서 붙었는데 꼬이는게 많은 날만은 아닌게 늦게 도착하니 바위도 말라있고 앞팀이 잘 빠져줘서 맥반석구이는 면했고 벌레를 만나지 않은것과 이상하게 물을 더 들고 오고 싶었다는 파트너를 보면 '오전은 모든게 내탓'인 날이었던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전 개념도 들고 새로운길 찾아 여기저기 다녔던 입문초기의 열정을 생각하며 우리팀 후배 누군가가 이길을 찾을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남깁니다.
끝으로 또 갈것이냐고 묻는다면 가을에 구조대 갈일 있으면 3p는 변경해서 다시 해보고 싶지만 다른 피치는...이날 오후에 동혁이와 통화중 했던말로 대신하겠습니다.
"미운놈 있으면 삼복에 새로산 배낭매고 가보라고 꼬시고 싶다"
내린줄이 이렇게도 걸립니다.앞팀 대장님은 하강줄 내리고 재 설치가 아니라 연속으로 설치하며 내려가 버려 남아있는 사람중에 저기까지 올라올 선등자도 없었고 만약 온다고 해도 사선으로 난 크랙길이라 풀고 다시 돌아갈 시스템도 이해가 부족한 분들인것 같았습니다. 내리다 줄이 걸릴 것 같은길을 먼저 내려간 대장님 실수 하셨습니다.(혹 화장실이 급하고 선등할수 있는분이 계셔도 장비 다 가지고 내려가시면 다시 오셔야 합니다) 우리는 저러지 맙시다.
첫댓글 더워서 약속없이 집에 일찍 온김에 후기 남깁니다.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삼복더위에거기 가자고한사람은
나를 미워하는구나!!! 눈차까야겠네요
제발그런삼없기를 ㅋㅋ
생소한 루트명입니다 아무튼 숙제를 주심에 여씸이 풀어 보겠습니다 ~~
너는 미운 놈이 아니라서 “꼭 가봐~” 같은 소리는 못 하겠다.
그래도 기어코 가겠다면…
제발 여름은 피하고, 배낭은 긁혀도 눈물 안 나는 걸로 가져가라.
아니면 아예 출발지에 잘 두고 가.
그게 마음 편할거야~
후등자의 이쁜 배낭을 생각하는 마음과 치맥의 우애가 돋보입니다👍🏽 삼복에 비상구길은 가자면 눈치껏 알아듣고 석고대죄 해야겠어요😂
극강의 고. 온. 다. 습~!!!
그레이드에 관한 약간으 정보빼곤
온싸이트등반..
새로운길 처음 가는 설레임은 오래지않아 된숨으로ㅠㅠ..
축축한 흙길과 부서지는 바위길..
처음 가는길에
부실한 후등자를 위해 고속도로 만들며 오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꾸벅~!
폭염이고 뭐고 줄 끼임이고 뭐고 개 고생했어도 끝나고 나면 웃으며 하산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인수봉 동면(우측) 끝길을 폭염 속에 가봤으니, 서면(좌측) 끝길인 '알피니즘을 위하여' 도 몸이 회복되시는 늦가을쯤 가 보자고요. 제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캠 장비도 부족한 상황이라...
연호선배님 가시는 길은 다 제가 가볼 길은 아닌 것 같지만 덕분에 고생없이 즐겁게 대리체험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남겨주신 생생한 보고에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