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천포로 갔다.
악양-전도-구 고속도로- 진교-서포-사천대교로 가는 길은 너무 익숙하여 지루할 것 같아..
횡천에서 양보로 넘어 진교, 곤양으로 갔다.
사천대교 아래 해안가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광포만의 갯펄은 언제봐도 마음을 안온하게 만든다)
사천시 선구동 노산공원으로 갔다.
(삼천포시는 사천군과 합병하여 사천시로 바뀌었고, '삼천포항'만 공식지명으로 남아 있다)
어리둥절하는 아내 손을 잡고,
능숙하게 공원 계단을 오르니 금방 '박재삼 문학관'이 보인다.
서둘러 3층으로 올라가니 삼천포항이 좌우로 보이고, 남해 창선도도 바로 눈앞이다.
참 정갈한 기념관이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게 박재삼의 시들을 감상하도록 만든다.
'이병주문학관'하곤 다르다고, 아내도 연신 감탄한다
1층으로 내려와 생전에 쓰던 소품들과, 육필원고 등이 있는 방에 들어가 구경하는데,
어느 구석에 노래방기기와 마이크가 있지 않은가.
시 낭송을 할 수 있도록 꾸민 곳이었다.
먼저, 시를 선택하고...
배경화면을 선택하고...
배경음악도 선택하고, 마이크를 들고서 시 낭송을 끝내자,
방금 낭송했던 시가 재생되는 것이 아닌가.
저음의 그윽(?)한 내 목소리를 들으니, 깊어가는 가을에 내가 시인 같기도 하고...
(재밌어서 아내와 번갈아 가며 시 낭송을 하였다는 후문)
여유롭게 문학기행(?)을 마치고 노산공원을 내려오니 인근이 온통 횟집이다.
늦은 점심으로 회덮밥을 시켰는데 매운탕이 큰 그릇으로 따라 나오니 역시 삼천포라는 생각이 든다.
P.S 박재삼의 호가 노산이고요, 집에 오면서 남해시장 들러 시금치와 생선 말린 것 사고 후딱 집으로 왔어요.
어떤 귀로 - 박재삼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 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 있는데,
빚으로도 못 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것들이
방 안에 제멋대로 뒹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알아 주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 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 놓는다.
첫댓글 오....가슴이 찡합니다....
공주님과 백수의 시낭송..
어머니는 살아 계실 때나 돌아 가셨을 때나 왜 이리도 마음을 아프게 하는 지 ....
고등학교 때 시집을 좋아하는 나에게 국어 선생닌이 선물로 주신 책이 박재삼시인의 시집이었는데.../ 멋진 주말 보내셨군요.
아.....시인 박재삼...
한글자 한글자가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들이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