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 하고 마음을 놓는 데서 탈이 난다는 뜻으로,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예방해 놓아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대미·대남 관계에서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초강경 대응’을 위협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닷새간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쟁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로 다가오고 있다”며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남북 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 노선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남조선 영토 평정’을 운운한 김정은의 초강경 노선 천명은 새해 북한의 한층 과감하고 난폭한 도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미 재작년부터 ‘강 대 강 정면승부’ 노선에 따라 거침없는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아 온 북한인데, 한반도 주변은 물론이고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둔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지난해 말 군사정찰위성까지 쏴 올린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공세적인 대결 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김정은이의 저런 발언을 상투적인 협박이라고 생각하면서 ‘설마 전쟁을 일으키기야 하겠어?’ 하겠지만 정말 설마가 사람 잡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민은 북한에 대한 철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하나의 사실이 분명해졌다.
‘역사의 휴일’이 끝나고, 신냉전이 시작되었다. 탈냉전 30여 년간 인류는 잠깐 마키아벨리를 망각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나라들 역시 위기에 빠져 있는 현실이다.
하스(R. Haas) 전 미국외교협회장은 지난해 7월 세계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중국, 북한보다 더 위험한 게 ‘미국 없는 세계’다. 2차 대전 후의 대평화는 세계의 경찰 미국이 만들었다. 그 미국이 지금 ‘내부의 혼란’에 빠졌고, 미국 민주주의는 “국가 안보적 우려 사항이 됐다.”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앞에서 선거 사기를 연설하자,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의사당에 난입했다. 공화당 지지층 56%는 이를 ‘자유 수호’로 본다. 하지만 선거를 부정하면 민주주의도, 국가도 없다.
자유선거로 선출된 연방정부를 부정한 건 남북전쟁 후 처음이었다. 그런 트럼프가 대선에 재도전한다. 최근의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앞섰다. 트럼프는 ‘진정한 미국인’, 미국 태생의 백인 개신교 신자를 대변한다. 하지만 미국은 인종과 종교와 관계없이 인간은 평등하다는 신조 아래 건국되었다. 바이든이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하는 이유다.
트럼프의 재선은 세계에도 ‘공포의 시나리오’(Horror Scenario)다. 하스 전 회장은 미국의 “친구들은 우리한테 의존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고립주의자 트럼프는 나토가 무용하다고 본다. 재선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내겠다”고 한다. 미국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저버릴 위험에 처했다.
세계의 미래에 미국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닌 중국 역시 위기다. 지난해 작고한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총리는 “장강과 황하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시진핑의 중국은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은 현대 중국의 서로 다른 두 길을 상징한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은 중국을 황폐화시켰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은 덩샤오핑의 길을 따라 잠자는 사자에서 G2로 굴기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실용주의와 개혁 개방이 퇴조하고 있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은 중국이다. 대만해협에 총성이 울리면 제3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2022년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이며,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고 단정했다.
시진핑 또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중국 인민의 가장 위대한 꿈”이며, “중국을 괴롭히는 세력은 강철 만리장성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3차 대전을 어떻게 피할 수 있나? 이것이 키신저 생애 최후의 성찰이었다. 지난해 6월 이코노미스트지와의 대담에서는 “지금 1차 세계대전 직전과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걱정했다.
뻔하지만, 해법은 냉정한 이성에 따른 외교뿐이다. 외교란 이상뿐 아니라 그 바닥에 깔린 현실을 보는 능력이다. 누구나 현실을 보는 게 아니다. 적을 100% 파괴할 수 있는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남겨진 시간은 5~10년 정도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에 대비해 충분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이 완성되면서, 6·25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남벌이 가능해졌다. 재임 시 트럼프는 “한국에 왜 미군이 주둔하느냐”고 세 번이나 물었다. 매티스(J. Mattis) 국방장관이 “제3차 대전을 막기 위해서”라고 답했지만,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원했다.
미국의 핵우산이 없으면, 북한 군사력은 남한보다 15% 강하다(박휘락). 그런데 키신저조차 북한의 비핵화와 미군 철수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북핵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 중국과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 없이 한국의 자유와 번영을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병기창’ 미국에 문제가 생겼다. 정상적인 미 전략가들조차 한반도의 운명을 협상 가능한 대상으로 본다. 러일전쟁과 애치슨라인 때도 그랬다.
이승만 대통령의 선물인 70년의 장기 평화에 취해 그 역사를 잊었다. 동맹과 외교는 귀중하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의 창고에서 잠자는 자주국방의 이상이 먼저다.
“우리나라는 내 나라요, 남들의 나라가 아니다.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김구)>조선일보.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朝鮮칼럼],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다
정권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는 거야 흔한 일일 수 있고 그게 또 건강한 정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북한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떤 참혹한 결과가 올 것인지 예측이 불가할 것입니다.
설마, 전쟁이 나겠냐고 우리가 방심할 때, 그 전쟁은 소리 없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저 정권 쟁취에 여야 정치인들이 몰두하고 있을 때, 저들은 미사일과 핵을 앞세워 휴전선을 언제 넘어올지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 국민은 북한의 침공이 말로만일 거라는 안일한 생각과 대처는 금물입니다. 저들은 우리가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를 노리고 있을 겁니다.
전쟁은 당사자가 하는 겁니다. 미국이 아무리 우리 우방이고 동맹국이라고 할지라도 미국만 믿어서는 큰일 납니다. 우리 스스로 저들을 단호하게 물리칠 수 있는 힘과 준비가 늘 필요하고 언제든 전쟁이 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세가 되어야지 더러운 평화 운운하면서 저들의 눈치를 본다면 그들의 침공이 절대 말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