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나는 '프랑소와 엄'이다. 시즌1을 함께 했던 김동영 작가가 지어 준 별명.
웬 프랑소와? 그는 자신이 만나 본 사람 중에 내가 가장 시크하다며 "시크하면 프렌치 시크"라고 했다. 최근 시크하다, 쿨하다는 이야기를 연속적으로 듣고 있던 터라 대오 각성했다. 나는 은근히 여리고 소심한 사람인데 사람들은 왜 자꾸 내게 "쿨하다"고 할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친구들에게 "내가 그렇게 차갑고 시크하니?"라고 묻자 하나같이 "그렇지, 너 쿨해"라고 했다.
솔직한 것은 인정, 해야 할 말은 하는 편이라는 것도 인정, 평소 말의 높낮이가 거의 없는 것도 인정, 무표정한 얼굴이라는 것도 인정...하다 보니, 나는 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를 무척 여리고 따뜻하게 보는 사람도 많다. 내가 사람을 차별 대우하나? 글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섬세한 사람에게는 섬세하게 대하고, 쿨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쿨하게 대한다. 이것은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한 단면이다. 도대체 진짜 얼굴은 뭐냐고? 모두 다 내 얼굴이다.
SNS만 보면 최고의 교양과 성품을 갖춘 사람이 수두룩하다. 기대하고 만났는데 웬걸, 글에서 보여 준 섬세함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나라고 다를까? 똑같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내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이 있다.
하루 세 번 꼴로 자기 반성을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내 모습을 한심하게 여기지만, 실수를 발전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나는 대견하다. 사람들의 사소한 태도에 종종 마음을 다치는 내가 안타깝지만, 사람들의 진의를 꼼꼼하게 살피는 나는 기특하다.
작가 엄지혜
첫댓글 사람들의 사소한 태도에 ,
마음을 다치는 내가 안타깝지만,
사람들의 진의를 꼼꼼히 살피는
나는 기특하다.
하루 세 번 반성을 한다.
실수를 발전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나는 대견하다.
하지만 나는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
드러나지 않는 속내까지 보는 사람.
나도, 나를 보는 사람도...
지킬박사와 하이드도 아니고 지내다보면 대충 알지않을까요? 철저히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