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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모습을 ‘토끼’로 상정한 송기재의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편하면서도 불편한 신세계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장은선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운니동19)가 송기재 초대展: “우리들의 초상“ 전시를 개최한다.
다음달 4월 2일 (수)부터 4월 11일 (금)까지 열리는 송기재 작가의 초대전 “우리들의 초상“ 전시에서는 토끼탈을 쓴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상징화한 송기재 작가의 작품 30여점이 감상자들을 만난다.
송기재 초대展: “우리들의 초상“ 전시알림 포스터
송기재는 의인화 된 토끼를 그리는 40대 초반의 젊은 작가다.
송기재 작가
현대 사회 속에서 퇴화하고 종속된 개인의 모습을 탐구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려는 욕망을 담아낸 작품을 창조한다. 일상적인 사물과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데 현대인의 결핍된 심리와 존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토끼를 상징으로 사용한다.
사진: B+Y=G _31.8x31.8cm_oil on canvas_2023
토끼는 먹이사슬 아래에서 소리 내지 않도록 진화했듯 현대인은 사회 속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퇴행적으로 살아간다. 이 토끼탈을 쓴 현대인은 도시에 종속되어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불안한 존재이자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존재이다.
사진: untitled_162x112cm_acrylic and oil on canvas_2025
작가는 사회 시스템에서 퇴화하고 종속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여러 연모를 탐구하며 사회적현실을 비판한다.
송기재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기법을 사용한다. 그림의 배경은 다양한 사회적 환경을 반영하고 있으며 낙서는 개인의 일탈을 상징하는 요소로 사용된다.
송기재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기법을 사용한다.
기술을 통한 소통을 나타내기 위해 방송용 마이크를 사용하며 사회와 개인의 갈등을 묘사한다. 작가는 관조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시각적 상징과 기법을 통해 현대인의 심리적 상태와 사회적 현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송기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장은선 갤러리를 포함한 개인전과 아시아프, k아트페어, 서울아트쇼, 서울청년비엔날레 등 24회의 단체전에 참여하여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송기재의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편하면서도 불편한 신세계
● 현대인의 모습을 ‘토끼’로 상정한 송기재의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편하면서도 불편한 신세계
사회 속 현대인은 어떤 모습일까. 고도로 발전한 현대사회 속에서 개인은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송기재 작가는 너무도 당연한 사회라는 존재 속 현대인의 모습을 ‘토끼’로 상정한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단에 위치한 토끼는 살아남기 위해 소리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성대가 퇴화함으로써 오히려 생태계 속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른바 ‘퇴행적 진화’의 형태를 보이는 토끼의 모습은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다움을 스스로 내려놓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사진; 졸졸졸_53x45.5cm_oil on canvas_2023
작품 속 인물이 뒤집어쓴 토끼탈은 완벽한 ‘구(球)’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외부의 도움 없이는 절대 멈출 수 없는, 완벽해 보이지만 불완전한 구의 모습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 속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커다란 토끼탈에 비해 턱없이 작은 눈과 귀는 성대와 마찬가지로 퇴행적 진화를 통해 생존해가는 토끼, 아니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물의 손에 들린 기다란 방송용 마이크는 퇴화한 감각기관 대신 기술의 힘을 빌려 세상과 소통하는 현대인들의 기묘한 소통 방식을 이야기한다.
사진; 손에 들린 기다란 방송용 마이크
사진; 손에 들린 기다란 방송용 마이크
그림 속 분위기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정장 차림을 한 토끼 현대인은 고개를 푹 숙이며 길을 걷기도 하고 핸드폰을 하기도 한다. 방 안 의자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는가 하면 캐리어를 끌고 어디론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낯설다. 현대인을 닮았지만 그림 밖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건 생경한 일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속 최첨단 사회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 어떤 불행도 고통도 없는 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모두가 똑같아지며, 외부 세계가 제공하는 감각에 의존해 쾌락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가 정해놓은 책임과 규칙 속에서 진열대 위에 나란히 놓인 병처럼 전시되고 부품처럼 살다가 스러진다.
사진: untitled_65.1x90.9cm_mixed media on canvas_2023
퇴화되어 획일화된 개인과 달리 사회는 여러 모습으로 변주한다. 토끼 현대인 뒤편에 있는 배경은 붉은 벽돌 벽, 동물원의 울타리, 컨테이너 박스 등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서 있다. 그 너머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 관람객은 알 수 없으며 토끼 인물조차 다른 세계에는 무심해 보인다.
벽으로 단절된 현재의 ‘멋진 신세계’ 안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단 하나의 일탈이 있다면 벽에 그려진 갖가지 낙서이다. 사회 속에서 자신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라곤 사회 시스템에 낙서 같은 행위를 하는 것뿐이다.
사진: untitled_45.5x53cm_oil on canvas_2024
작가는 이 모든 현상을 그저 관찰한다. 그 자신도 현대인이지만 사회와 개인의 양상을 관조할 뿐 이에 대한 그 어떤 가치 판단도 하지 않는다. 이미 현대로 오면서 더 촘촘해진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탈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울타리든 벽이든 그 어떤 모습이든 현대인은 그 속에서 안락함과 편리함을 누린다.
사진: untitled_72.7x90.9cm_acrylic and oil on canvas_2024
때로는 자유를 억압받고 자신을 잃는다고 느껴도 사회적 생명체로서 공동체적 유대감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사실상 사회를 벗어나는 순간 사회적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기에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속하고, 속하고자 하면서도 벗어나고자 한다.
관람객 또한 작가와 마찬가지로 관조하는 사람으로 기능한다. 작가가 그려낸 사회 속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한편, 체험 형태로 마련한 섹션에서는 직접 벽에 낙서를 하고 색을 칠함으로써 참여하는 사람으로의 변모를 꾀한다.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어딘가 편하면서도 불편한 이 멋진 신세계를 몸소 느껴본다. -조서연
사진: 빨간색연필_90.9x72.7cm_oil on canvas_2025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어딘가 편하면서도 불편한 이 멋진 신세계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어딘가 편하면서도 불편한 이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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