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8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7,7-10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7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9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10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나는 주인이 아니라 종이다.'
수도자들의 삶은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 하인들과 같은 삶이다. 하인들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 매일 먹고 사는 것에 만족하며 주인이 시키는대로 무조건 열심히 일하며 산다. 그러나 월급도 내 소유도 하나도 없다. 오직 매일의 기쁘고 아름다운 삶, 존재 그 자체에 감사를 드리며 열심히 산다. 나는 주인이 아니라 종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적 사고방식, 이성과 논리, 윤리적으로는 살 수 없는 삶이다. '수도원에서는 지팡이를 땅에 심고 싹이 날 때까지 물을 주라면 물을 준다. 그리고 지팡이에 싹이 난다.' 매일 신새벽부터 배고픈 우리 밥집 식구들을 위해 열심히 밥을 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봉사자들이다. 소액의 후원금만으로 우리 밥집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인건비가 하나도 필요하지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무 댓가없지만 기쁘기 때문에 그냥 한다. 이 일을 통해 얻는 기쁨은 값으로 매길 수가 없다(invaluable). 만약에 이 연봉을 준다고 이 일을 하라고 한다면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적 사고방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법 때문이다. 원수를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법 때문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당신의 몸을 내어주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때문이다. '겸손되이 섬겨라'는 예수님의 '분부'이기 때문이다. 땅끝까지 복음을 선포하라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내리신 '분부', 사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인이 아니라 종이다. 주인이신 '주님'께서 '분부'하신대로 하는 종이다. 종이 주인인 양 행세하면 안된다. 종은 항상 겸손하게 섬겨야 한다. 그때, 주인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값을 치르고 종을 해방시켜,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 참된 행복과 기쁨, 평화와 자유의 삶에로 이끌어 주신다. 목자는 양들을 푸른 초원에로 이끌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