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은 양지쪽에서 피어나는 동백꽃으로 부터 왔다. 겨우내 꽃멍울을 머금고 있다가 봄이 오기가 무섭게 숫처녀의 젖멍울처럼 부풀어 수줍은 듯 피어나는 꽃 ! 그냥 한 입에 꼬옥 깨물어 주고 싶도록 아름다운꽃이 동백꽃이다.
나는 동백꽃을 좋아한다. 고향의 추억과 고향의 꿈이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 사철 동백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모든 아름다운 꽃들이 시들면 추하게 보이기 마련이지만, 동백꽃은 시들기 전에 꽃이 떨어져 추태를 보이지 않는 꽃이다.
내 고향 해남에는 동백꽃이 많다. 대밭에도 울타리에 연하여 동백꽃이 피어나고, 소나무가 많은 '꿩베미 산'에도 동백꽃은 있다. 고향의 어디를 가도 동백꽃은 흔하게 볼 수가 있다.
내가 개구장이 어리 시절에 시뉘대로 빨대를 만들어 동백나무 위에 올라가 꽃꿀을 빨아 먹던 일은 잊을 수가 없는 추억이다.
동백잎이 기형으로 자라 여러가지 모양의 열매처럼 변한 동백떡을 따 먹던 일, 동백나무가 많은 동산 '동백정'에서 친구들과 편을 갈라 자치기를 하고, 주먹으로 공을 때려하는 야구놀이를 하던 일은 빨갛게 피어나는 동백꽃과 함께 잊을 수가 없다.
사시 사철 푸르던 동백잎이 온통 빨갛게 보이도록 동백꽃이 피어나고,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송이들이 한 송이 두 송이 떨어져 내리는 날이면 나는 불현듯 내가 어릴 때 좋아하던 한 소녀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처럼 그녀와 나는 한 마을에 살았었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다.이른 봄이면 그녀와 나는 스기나무가 많은 '스기산'으로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고, 남보라빛 딱자꽃이 피어날 때면 '민재굴'로 딱자와 더덕을 캐러 다녔다.
시오 리가 족히 되는 중학교에 걸어서 다닐 때도 그녀는 동백꽃 처럼 빨간 가방을 들고 다녔고, 나는 그 빨간 빛깔이 좋아 먼 발치로 그녀의 뒤를 쫓기도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할할 무렵에는 내게도 사춘기라는 것이 찾아와 그녀를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같이 다니기도 서먹서먹해서 항상 멀리 떨어져 바라보아야 했고,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녀와 단둘이 있고 싶은 충동은 더 했다.
그녀와 단 둘이 호젓한 숲길을 걷고 싶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그녀와 밀어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마음을 크게 먹고 그녀와 만나기를 결심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용기를 내어 우물가를 지나던 그녀를 불렀다.
"오늘 저녁 마을 옆 동백나무 밑으로 나와!" 무뚝뚝하게 내뱉듯 하는 내 말에 그녀는 예상외로 그러나 수줍음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그 날, 나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급히 마을 옆에 있는 동백나무 밑에 가서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쯤 되었을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는 나와 주지를 않았다. 기다리는 그녀는 오지를 않고, 굵은 빗방울이 하나씩 둘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장대같은 빗줄기가 천둥 번개와 함께 퍼부었다.
나는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산을 받쳐 들고라도 그녀가 달려와 줄 것만 같아서였다. 천둥 번개와 함께 퍼 붓는 빗줄기에 이따금씩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던 동백꽃 송이 송이들 ....,
나는 그녀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뒷날에야 나는 그녀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끝내 그녀는 숨지고 말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그랬었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녀를 미워하고....,
"오월아 ! 미안하다."
나는 그밖에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의 장례는 어두운 밤에 치루어 졌다. 어둠 속에 호롱불을 밝혀 들고 묵묵히 걸어가던 장례의 행렬....
나는 서씨들이 만들었다는 '서다리' 위에 우뚞 서서 깜박거리는 호롱불 빛이 '쏘바탕' 들판을 가로질러 '다만돔' 산골짜기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 보고 서 있었다.
그렇게 철썩같이 약속을 해놓고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가버린 그녀 ! 시들기 전에 떨어지는 동백꽃 송이처럼 그녀는 떠나 가버린 것일까?
그렇다 ! 나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것을 약속해 두고 어느 땐가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가야만 하리라 !
아 ! 내일을 모르고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인생살이여 !
지금도 고향의 동백꽃은 피고 또 지련마는 외로운 그녀의 넋은 어느 하늘 아래 뜬구름처럼 정처없이 흘러만 가는가?
어쩌면 영원한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내 첫사랑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그 사건도 아마 이때쯤 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보리가 배동할 무렵이었으니까요. 머피님 사랑은 쟁취죠 요즘 누가 그렇게 수줍게 합니까? 그때만 해도 옛날이죠. 진주님. 봄이면 동백꽃 생각나고, 또 그녀도 떠올려지게 됩니다. 소리님 아직 붙을려면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아파도 참고 살아야지요. 견디면 좋은일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모두들 건승하세요. 사랑도 행복도 다 .
첫댓글 슬프디 슬픈 지난 일이군요..위로를 드립니다.. 혹지 지금도 그러시진 않겠지요..마음에 꼭드신분 생기걸랑.남들 처다보기전에 팍 대쉬를하시길 부탁드립니다..사랑은 쟁취라..요즘은 동백꽃이 사계절 피우는것을봐서 꼭 동백이라고만은 할수가 없드군요..춘백고있고 추백도있고 동백도있으매 하백만 없는것으로 압니다..
동백꽃이 필 때면 다시 생각 나는...동백나무 아래 서서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려도 먼 이야기가 되었군요...그래서 붉게 더 빛이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꿩베미.동백정.써바탕.다만돔... 지명 또한 그립군요. 팔이 완쾌되신모양이시군요 다행입니다...
동백정은 당산위로 올라가면 있는 몇가구 안되는곳이 동백정인디요, 소리님 동창 임현배가 살던곳이요, 나또한 그곳에서 어린날을 보냈구요
어쩌면 영원한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내 첫사랑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그 사건도 아마 이때쯤 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보리가 배동할 무렵이었으니까요. 머피님 사랑은 쟁취죠 요즘 누가 그렇게 수줍게 합니까? 그때만 해도 옛날이죠. 진주님. 봄이면 동백꽃 생각나고, 또 그녀도 떠올려지게 됩니다. 소리님 아직 붙을려면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아파도 참고 살아야지요. 견디면 좋은일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모두들 건승하세요. 사랑도 행복도 다 .
아닙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동서굴 가는 길목에 동백정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도 오랜 기억이라 가물가물합니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비나리님 .
동백꽃속에 대나무대롱 꽂아서 꿀빨아먹던 추억릉 가진사람이 몇명이나 댈까라 울동네 동백은 첯나무부터 끝날때까지 땅바닥에 발안딛고 나무위로만 댕겻는디
지앙스런것 여기서도 표가 납니다 ㅎㅎ
비극의 여주인공이 누구인지 짐작해 봅니다 조씨 성을 가진 여인이 아니었는지요?
차도팍님 꽃꿀빨아먹던 추억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김영숙님 그냥 그렇게 상상으로 맡기고 갑시다. 꼭 누구라고 하면 너무나 서글퍼지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