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2000년이 넘은 감람산<올리브나무>
올리브 나무 / 이 숨
올리브 나무 몸속에는 수천 년 묵은 시간이 산다 죽은 나무인 듯 살아있는 나무가 겹겹이 쌓인 옹이를 껴안았다 울음주머니에 담긴 사막의 표정들 건조한 바람 사이로 따가운 햇살의 흔적 속에서 잘려나간 수많은 팔들 나무는 그 피의 울음을 먹고 몸을 부풀렸다 견디는 것이 일상인 가지들 울퉁불퉁한 몸으로 2천 년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과거와 그 전의 과거로 덧대어진 몸의 기억에 숨구멍은 사라졌다 아름드리 나무는 돌을 껴안는 듯 냉기가 흐른다 올리브 잎은 여전히 바람에 흔들린다
나무의 냉기에 온풍을 달아준 뿌리의 표정을 상상한다 나는 나무 밑동에서 멀리까지 가려 하고 너는 가까이 있으려 한다 나는 심근성일까? 천근성일까? 척박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직을 포기한 올리브 나무 키는 중요하지 않아 고집이라는 말은 올리브 나무의 신념일지도 모르지 2천여 년을 견디게 한 뿌리의 욕구가 근육이 되어 밖으로 튀어나왔다 식탁에 둘러앉은 자식들이 가득하다
- 「모던포엠」 2022년 7월호
* 이숨 시인(본명 이영숙)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상담학박사,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문창과 재학 중
2018년 「착각의 시학」 등단
시집 『구름 아나키스트』
제7회 등대문학상(2018), 제1회 남명문학 우수상 수상(2020)
시치료전문가
국립생태원 300년 된 올리브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