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끝부분이다. 현우의 딸은 아무런 걱정없이 그냥 살고 있다. 아마 우리는 우리의 아들 딸들
이 이렇게 아무걱정 없이 살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데모때문에 당국의 수배를 받은 현우가 윤희와 함께 숨어 있는 어떤 시골의 한가한 풍경.
그러나 현우는 검거되어 16년 8개월간이나 수감생활을 한다. 그 기간중에 윤희는 은결을 낳고
병으로 죽는다. 이 목가적인 풍경은 그런 사연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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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래된 정원을 보고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영화로 만들 때 원본과는 좀 다르게 해석했다는 평을 들었는데 관심이 갔었다. 70년대의 반독재, 반유신투쟁 그리고 80년대의 5.18규명투쟁운동의 와중에서 별로 한 일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외면적으로는 이런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70, 80년도를 살면서 늘 투쟁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다른 의도가 없는 것인지 그 주체는 누구인지.. 암튼 나는 그들을 지지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몰라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뭔가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다가왔다. 왜 운동권을 좀 더 강열하게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처음 현우가 출감을 할 때 교도소 직원이 배웅을 하면서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선생 같은 분들의 덕분인 부분도 있다고 하는데 그때 제법 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중요한 부분에서 운동권 찌꺼기 같은 사람들, 다시 말해서 한때는 운동권이었으나 이제는 망가져 싸움질이나 하는 사람들을 보여줌으로 이들에 대한 평가를 낮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권이 공허한 이론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투쟁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한국이 있었을까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16년 8개월을 교도소에서 글자 그대로 썩다 나온 사람과 술 취해 쓸데없는 말다툼 끝에 육탄전까지 벌이는 사람들을 한 장면에 보여준다는 것은 너무 한 것 같았다. 당시 비겁하게 산 사람들은 해석할 기회를 하나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 당시 목숨을 걸고 (목숨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영작은 조직으로부터 새로운 시위대 선봉에 서라는 권유를 받는다.-정확하게는 명령인지 권유인지 공갈인지도 모르겠다. 그 조직을 움직이는 거만하게 생긴 사람들, 왜 그렇게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중 한명은 007 문레이커에서 나오는 악당 같이 프로급 솜씨로 피아노를 치면서 여유를 부리는 악당을 흉내 내고 있었다.- 아무튼 영작은 시위대 선봉에 서려는 지시대로 움직이려고 하고 그것을 말리는 윤희에게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사람도 있는데..” 라면서 별거 아니라고 말한다. 그 표정을 보면 목숨까지는 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청춘을 내던져 투쟁을 했던 사람들을,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윤희의 말대로 조직인지 지랄인지 그런거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은 것 같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그 긴 역사에서 한 토막이라도 좀 제대로 해보자는 투쟁 아니었을까?
어떤 영화해설가는 그 시절 한자리 했던 사람이나 투쟁을 했던 사람이나 다 같이 보자는 취지에서 그렇게 해석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 화해를 하자는 취지로.(그러니까 좋은게좋은거니까? 너무 웃긴다. 그럴까?)
아무튼 또 현우가 딸에게 전화를 하면서 “그때 혼자만 행복하면 비겁한 사람 같았거든..” 하고 말하는 장면도 불만이었다. 말투로 전달되는 것은 혼자만 행복하면 비겁한 사람 같았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들린다. 그때는.... 지금은 아니라는 의미인가? 그래 그 생각! 그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나는 그 부분에서 조금 더 고민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말할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 다시 말해서 혼자만 행복하면 비겁한 사람 같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좋은 사회라고 믿으니까 뭔가 다르게 표현할 수 없었을까? 역사는 결국 그런 사람들 때문에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끝부분에서 현우의 딸 은결이 거리를 누비는 장면이 나온다. 현우가 살던 치열한 상황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짧고 당당한 옷차림 그리고 목에 걸린 엠피쓰리가 그들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원래 사는 게 이런 것 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윤희의 희망대로 딸은 고통 없이 고민 없이 그냥 살고 있었다. 90학번들의 야타족, 오렌지족들 처럼... 그래 그건가? 그냥 사는 거... 한쪽에서 천년만년 해 처먹던 말 던 그냥 사는 거...현우 어머니처럼 자식이 그토록 바라던 어떤 이상향은 아랑곳없고 그냥 투기나 해서 돈이나 벌고 자기 자식에게 350만원 짜리 코트 사 주는 거..그건가? 그런데 난 아직도 그렇게 사는 것이 비겁하다고 느껴지는데 어쩌지? (현우가 감옥에 있는 동안 현우의 어머니는 강남에서 부동산 투기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350만원짜리 코트를 사준다. 그렇게 편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런 고민없이.. 우리는 통일이나 민주나 정의를 생각하지 않고 살 수도 있다. 남들이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조금만 비겁해지면 잘 살수도 있다. 그런데 왜 80년도에 광주에서는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을까? 전두환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던 말던 그냥 양심 같은 것은 구겨 어디에 넣어두고 열심히 잘사는데 만 신경 쓰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통령도 부자 만들어 준다니까 뽑아주었지 않은가?)
화해가 무조건 좋은 것인가? 비겁한 출세주의자도 용서하고 친일파도 용서하자고? 2차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에서는 나치를 찬양한 언론인들을 엄격하게 처벌했다는 것인데도? 친일청산을 못해서 우리가 이 모양 이라는 학자들의 견해도 무시하고? 그냥 모두 용서하고 다독거리면서 살라고? 그래 박종철을 고문하여 죽인 자들도 모두 용서하고 같이 가자고?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자들은 누군가? 친일파들을 용서하자는 발언자 말이야..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자가 말한 것인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같은 사람들의 행동도 모두 용서하자고?
오늘 아침 신문에 1979년도 유신말기에 안동교구 카톨릭농민회 사건으로 고문을 당해 반신불구가 된 오원춘씨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오씨는 “우리사회가 눈앞의 이익만 쫒느라 질서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없어진 상태다, 선비정신이 없이 정치권에 들어간 민주화 운동원들에 대하여도 실망이 크다”고 말한다. 당시 간첩으로 몰리면서 당한 고문, 약물주사 등 모든 것에 대한 가해들을 용서했다고 한다. 용서와 화해가 왜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뭔가 모르게 찜찜하다. 왜냐하면 가해자들이 반성하지 않으니까... 29만원 밖에 없다는 전직 대통령의 망언과 같은 뻔뻔함도 용서해야 하나?..
아 뭐 이렇게 복잡하냐.. 사는게 뭐 별건가? 그냥 살면 되지..
2007. 1. 9
첫댓글 우리는 그냥 홍에에다 걸쭉한 막걸리나 한잔 하면서 살면 되지............그래도 왜 이렇게 찜찜하지.........
어? 주님을 멀리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어찌된 일입니까? 작심3일?
불러만 주세요 언제라도 달려 갈테니까요.
얼마전..충남 도지사에 당선된 안희정씨가 살아온 얘기를 읽은적이 있는데..
읽으면서 엄청 감동을 먹었고 그양반의 고집스러움이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그집 부모는 무지 애간장 태웠겠구나 싶더라구요.ㅎㅎ
민주화 운동에 열성인분들이 계셔서 지금 우리가 민주화가 많이 앞당겨졌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만약 내 아이가 운동권에 합류를 한다면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