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먹고 십년 넘게 잠수 탄건 아니고요 ^^
오래전 친구 한테 늘 미안햇던거 이제서야 털어 내엇습니다
90년대 중반 이엇을거에요
친구랑 전국 투어를 간 적이 있었어요
맛집 탐방이라던가 유적 답사라던가 하는 어떤 테마가 있는 여행은 아니엇고
그저 떠나는게 좋아 즉흥적으로 일단 떠나고 본 여행이 길어진 거엿지요
두넘이서 한반도 해안서 따라 한바퀴 돌고 온거죠..^^
둘다 학생이고 그저 짬짬이 알바해서 용돈이나 벌던 벌건 불범 같은 두넘이 당시 가진 재주라곤 먹어도 먹어도 항상 여유있는
위장 용량과 공짜로 노는 거라면 밥 안먹고 숨안쉬고 놀아도 24시간 풀로 가동되던 미스테리한 체력의 몸뚱이뿐 이엇지요
한참 뜨겁던 이맘때의 어느날 친구넘이 삐삐(당신 핸펀도 없었슴다) 때리더군요
친구야 함 뜨자..
뭔소리?? ..여차 여차 해서 마이카가 생겻다 이거 길도 들일겸 함 뜨자..
득달 같이 달려 가 봣습니다...지금은 단종된 모델 아시아란 회사서 나온..바우돌스타란 이름의 짚차..
돌이켜 보면 승차감이야 거의 경운기고 옵션도 영 잼병인..그야 말로 굴러다니는 쇳덩인데
무쟈게 부러웠습니다
남들은 원 터치로 창문 스르륵 내릴때 우린 튼튼한 두팔로 열라게 빙빙 돌려서 유리를 내려야 했지만 이게 어디냐 했엇지요
오케이 일단 떠나자
그간 알바로 모아 두엇던 구랭이 알같은 현금 탈탈 털어 모아도 턱없이 모자라는 경비 였지만
일단 출발 부터 하고 봣지요 정 여의치 않음 중간에 어디 노가다 현장이라도 들러서 일당이라도 뛴다는 생각으로 출발 햇지요
조~~오앗슴다 ^^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우릴 위한 배려고 비가 내리다가도 사진 찍는 순간만은 잠깐 그치던 하늘의 변화는
온전히 이 여행을 보우하는 자연의 축복이라 여기며 둘다 신이 나서 입이 헤..벌어져 다녓지요
전국에 있는 친구 지인들 찾아 다니며 민폐만 끼쳣지요
특히 부산에 근무햇던 막내 누님은 당시 연애 중이라 그 앤(지금의 자형)이 신경을 많이 써 주시더군요
달리고 또 달려 인천 쪽에 들어갓을 때에요
최대한 없는 경비는 아껴야 하기에 우린 또 인천의 지인을 탐색 했었지요
아 맞다 인천에 있다..부랄 친구 있다..우리야 아직 서러운 학생이지만 이넘은 벌써 졸업(임관)하고 진급까지 한 장교닷
오케이 바로 찾아 갔습니다
무쟈게 반겨 주더군요 저도 객지 군생활 나름 외로웠나 봅니다
그때 첨으로 룸이란델 가 봤습니다
장교넘 저야 옷 잘 갖춰 입고 왓지요..허나 전국투어 울 두넘은 그야말로 비 맞은 개 꼴 이었슴다
쓰레빠에 땀에 쩔은 면티..야구 모자 벗음 그야말로 중공군 병사처럼 개기름이 질질 흘렀습니다
옆에 앉은 아가씨도 개털인거 눈치 꼽앗는지 별루 앵기지도 않습디다. 그래도 뭐 별루 개의치 않았지요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상태고 이 바닥 어케 노느지도 잘 모르고 그저 우리 만큼 션하게 차려 입은 아가씨들 눈 요기만으로도 즐거웟지요
수학 여행온 학생때 처럼
한방서 밤을 지새며 떠들고 자고
아침에 우린 다시 남은 여정으로 이친군 근무로 돌아 가야 할때
이친구가 양주를 하나 내 밉니다..이거 돌아가면 울 아부지 좀 갖다 드려 아무래도 이번 여름은 집에 못 갈거 같아
훈련이 잡혀서....
그러더니 다시 쫓아 들어가더니..술을 한병 더 가져 옵니다
중간에 술 생각 나면 이거 마시고 한병은 집에 꼭 갖다 드려야 해...제 생각에도 고양이 한테 생선 맡기는거 같앗는지
미리 몫을 나눠 줍니다
ㅇㅇ
알따 친구야..요건 내가 꼭 갖다 드리마.
결론 부터 말씀 드리면 그 약속 못 지켯습니다..ㅡㅡ;;
중간에 깨 먹어 버렷슴다 (아..나쁜넘)
인천서 서해안 따라 내려오며 변산 반도..격포..둘러보고
여전이 빠듯한 경비탓에 차에서 생라면으로 내리 이틀 떼우고 목포서 중대한 결정을 햇지요
이러다간 지치것다 딱 한끼만이라도 제대로 먹자
그래서 찾아간 집이 나름 제대로 된 한식집이엇는데 희얀햇던게 그집은 메뉴가 음식 이름으로 안 나와 있었어요
무슨상..무슨상..이렇게 표시 되어 있었어요
고민 끝에 젤 저렴해 보이는 뭔 상을 하나 주문햇는데
엄마야..아줌마 두분이 상을 들고 오는데 뭔 잔칫상임다
울집 제삿날이나 되야 꺼내는 이따만한 상에다 빡빡히 차려 올려 나오는데 우이 얼마나 많던지 그 속에서 내 밥그릇이 어느건지
그거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계산하면서 울뻔 했습니다
음식에 비함 그리 비싼 식대는 아닌건 분명한데 울 처지가 그런 호사를 할 처지가 못되는데 생각 이상의 출혈로
가뜩이나 아쉬운 경비 폭삭 줄었습니다
친구야 지금 부터 허리띠 팍 졸라 매라...우린 앞으로 화장실도 가지 말자
오늘 먹은 이거 단물 다 빼낼때까지..절대로 배설 하면 안된다...억울해서 단물 다 빼야 된다..암
울먹이며 다짐을 하며
지리산으로 향합니다
전 지금도 낚지 연포탕 보면 그때 기억이 아련히 납니다 그때 같이 들어간 그넘 단물은 다 빠졋을까...람서
지리산은 한밤중에 들어갓어요
입구 매표소 직원도 퇴근해서 없을때 였지요 때문에 돈 굳엇다 재수~!! 했엇지요
그날 오후 해남 땅끝 마을 보고 들어간다고 늦엇던 거지요
그 땅끝 마을 토말비..그리고 해안가에 발도장 함 찍기도 참 힘듭디다
뭔 계단이 글케 긴지...걍 위에서 신발만 벗어 던져 도장 찍고 말려다 그 신발 다시 주으러 가야 할 생각에 비척 비척 내려갓지요
날씨도 습하고 사람 지치기 쉬운 조건이라
지금도 그 토말비 앞에서 찍은 사진 보면 이건 관광객이 아니라 토말비 지고 가서 시공한 노무자의 모습 같슴다 ㅡㅡ;;
지리산...
오밤중에 들어간 지리산은 그야 말로 점입 가경 이더군요
입구 초입이랑 들어가서랑 천지 차 엿어요
낮에 내린 비 탓인지 별도 달도 없고 칠흑 같다는 표현이 어떤건지 피부로 와 닿앗습니다
상향등을 켜도 전면 말고는 보이지가 않앗어요
신기해서 내려 봣어요
앞으로 나란히 하니깐 내 손끝이 안 보이더군요
우와 이러다 이거 앞에서 누가 하얀옷 입고 손 흔들면 차를 세워야 하나 걍 지나가야 하나 고민 햇엇지요
넘 늦게 들어와 길 찾기도 힘들고 야영지 혹은 어디 공터도 못 찾아 한참 헤메일때
마침 앞에서 차량 불빛이 보입니다
너무 반가워 상향등을 깜빡이며 수신호를 보내니 고맙게 그 급한 경사 오르막에서 차를 세워 주는 택시기사...^^
아저씨 여기 초행인데 근처 숙박할 만한곳이 어느쪽이에요 ??^^;;
너무 친절히 상세히 알려 주신 길로 찾아가 만난 동네는 그야말로 엘리시움의 돌침상 만큼이나 달게 느껴졋습니다
웅....근데 민박집이다..ㅡㅡ;;
우린 이제 그야말로 그지꼴인데...어디 나무라도 하는 놉이라도 해서 자야 하나..ㅡㅡ;;
젊다는건 뻔뻔할수 있다는 용기인거 같습니다
주인 아저씨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근처 어디 공터나 마당 한켠에..자리 있는곳이나 얻을까 햇는데
사람 좋은 웃음으로 웃으시더니..그냥 자라고 여긴 추우니깐 그냥 자라고 방을 하나 내어 주십니다
그러실 필요는 없다고 영업하는 방 어떻게 빈손으로 차지 하냐고 마당에 평상위에 텐트 치것슴다 그거라도 고맙습니다
오케이 잠 자린 마련 되엇다
텐트 치고 누으려니 이 주인 아저씨 담요를 하나 갖다 주십니다
학생들 모르는 모양인데 여긴 새벽에 많이 추워..아니 괜찮슴다 저희 수건 덮고 자면되요..그걸루 안되 일단 받어.
나이드신분들은 이사람아 새벽에 군불 넣어 달란 사람도 있어..
희얀 했슴다...아니 여기가 무슨 히말라야도 아니고 얼매나 기온이 내려 간다고..
우이..추워습니다
첨에 나타나는 현상이 텐트 천정이 추욱 처지더군요 아 분명 둘이 팽팽하게 당겨 친 텐튼데 왜 이래 햇더니만
기온이 내려가니..기압이 내려감서 천정이 늘어지는 거더군요
응급 처치로 텐트안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켜서 안쪽 공기를 데웠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주신 담요는 비닐백도 안 뜯은
새거라 차마 뜯어 쓰질 못햇습니다
수건으로 잠바로 버티다 에라 술이나 한잔 먹자 싶어 인천 친구가 준 술을 꺼냇지요
군납 로고가 선명한 ..꼬냑까지는 아니고 그저 위스키나 면한 브랜디 종류엿던거 같아요 그래도 소주에 길들인 혓바닥은
그런 호사가 어딧엇을까요
아 소름이 살짝 도는 날씨에 목포식당서 꼬불처온 땅콩이랑 북어 대가리 말린 과일등..요 마른 안주로 마시는 양주맛이 쏠쏠 합디다
여기서 부랄 친구넘 한테 죄를 짓게 된겁니다
그 좁은 텐트 안에서 순간 둘이 눈에 뭐가 쓰엿는지
술병을 각자 하나씩 따 버린거에요 이런..실수가 ㅡㅡ;; 한병만 땃어야는데 마실거 갖다 드릴거 따로 보관하다가 서로 헷갈려
두병다 따 버린거에요
워쩝니까 ...이왕 따 버린 병 비워야죠
그거 처음 발견 햇을땐 친구 생각에 무쟈게 미안하더니만...왠걸 한잔 두잔 들어가니깐..호기가 생기더군요
친구야 미안하다 내 실수로 이거 땃뿟다..돌아가면 내 미친척 알바해서 똑 같은거 구해서 아버지 갖다 드리꾸마..
....
....
그 맹세를 십년 넘게 못 지키다
이제서야 갚았습니다
돌아와선 그간 밀린 고만 고만한 행사들..취업준비..정신없던 초급시절..뭐 그리 정신이 없엇는지..
훗날 술자리서 이친구가 그해 여름 일주일 간격으로 집에 전화 넣어도 너 울집에 왓단 말씀 없으시더라..ㅋㅋ
그러다 잊고 말앗던 내 젊은날의 잔상들...
이제서야 갚앗지만 맘이 푸근합니다
마침 선물로 들어온 참한 술이 하나 있엇어요
뭔 금가루가 든 술이라는데 이상하게 이젠 술 욕심이 안나요 보는 순간 이건 오래전 내 빚을 청산하기 위해 생긴거다 싶엇지요
한병 두병 제처 두다 보니..제법 수북히 쌓이네요
냉장고에 맥주캔..장식장에 양주병들. 다 제처 두고 오직 소주만 찾게 되더군요
작심하고 친구넘 집을 찾아 갔습니다
이 친구 이젠 영관급이지만 객지 생활은 여전합니다
고향집은 그간 재건축이니 리모델링 함서 외관은 많이 바뀌엇지만 위치야 예전 그자리 그대로더군요
많이 늙으셧지만 그래도 아직은 정정하시기에 고마운 어른이 너털 웃어 주십니다
아버님 막내 아들래미 한테 죄지은 그 친구넘이
이제서야 그 빚을 갚으러 왓습니다
앞으로 이자 더 처 드려야 하니깐..오래 오래 사십시오..
고맙다 친구야..그리고 미안했다 무스마야 ㅋㅋ
카페 게시글
┣──카페수다방──┫
오래전의 추억 그리고 13년만에 갚은 빚...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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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7
08.08.03 05:33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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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읽었습니다....젊었을때나 그런 호기부리지 지금하라고 하면 못하시겠죠???
지치고 심장 떨려서 어디 기획이나 할수 있을라나 몰것네요 ^^
잘 읽고 갑니다....... 내젊은 날의 추억이, 엇 비슷 추억이 마~악 스쳐지나 감다. 추억에 젖어서.....^*
우리네 사는 모습이 그리 많이 다르진 않은가 봐요^^
참 ~ 싱그럽습니다! 앞으로 나란히 해서 님의 손끝이 안보일 정도의 짙은 어둠 속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앞으로 그보다 더한 삶의 어둠(?)도 능히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
도회지의 어둠이랑은 격이 다른 그런 어둠을 접한건 경이로움 그 자체엿어요 분명 눈을 뜨고 있것만 커다란 손으로 누가 내 눈을 가린듯한 그런..
인생이 이런저런 추억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하는건가봐요... 이하님의 추억담.. 참 아련한마음을 갖게 하네요^^*
휴일 낮의 감상 치곤 그닥 나쁘진 않죠 ??^^
저와 년배가 비슷한것 같네요^^*아련히 저도 그때 그시절이 세록새록 여자들도 이런추억 있답니다^^* 밑에지방은 많이 덥다는데...건강조심하고요 주말 행복하세요
여자분들은 친한 친구끼리 손도 잡고 추울땐 껴 안고 자기도 하죠?? 남자들은 때려죽여도 그거 못합니다 차라리 얼어 죽고 말지 차마 껴안지 못한답니다..아무리 친해도 그 징그런넘을 워째 껴안을까나.한답니다..ㅋㅋ
이하님 야그 듣다가.. 불현듯.. 울랑이랑 계룡산으로 캠핑 갔다가 텐트 속에서 맞은 새벽이 떠오르고.. 8월 여름이지만 정말로 얼마나 춥던 지..이가 다닥다닥.. 보다 못해 울랑이 자기 배위에 날 올려놓았던 추억이..ㅎ
새파란것들의 일탈이 눈에 서~언 합니다! 참 아름답고도 순수하기만 한 그 시절이 엊그제 같으니...그립네요! 아흑! 소주땡끼!!ㅋㅋ
늦었지만 약속을 지켜냈으니 감사하겟지요..그리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친구가 있다는것..참 좋은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