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빔밥을 세계로, 세계로! 가족회관
전주 하면 비빔밥. 자연히 비빔밥집이 지천에 널렸지만 한복진 교수는 ‘가족회관’을 제일 먼저 손에 꼽았다. 국내 항공사 기내식 중 내외국인들로부터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비빔밥도 가족회관 솜씨라고 하니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비빔밥이 다 그렇고 그렇지, 전주라고 뭐가 크게 다를까 했던 의구심은 유기에 색색이 화려하게 담겨 나온 비빔밥을 먹는 동안 꼬리를 내렸다. 적당한 온도의 밥과 도라지·고사리·당근·밤·시금치·무·다시마·버섯·호박·청포묵 등 스무 가지도 넘는 재료들. 그리고 봉긋한 달걀노른자 한 개와 육회(숙회로도 나온다). 이 모든 것들이 차진 고추장과 만나 ‘섞임의 미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꽉 찬 맛이 된다.
그러나 재료 가짓수가 많아서 맛있는 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전주는 ‘십미(十味)’로 꼽히는 것들이 있는데 그중 청포묵과 애호박, 무, 미나리 등이 모두 비빔밥에 들어가니 전주비빔밥이 맛있는 이유 한 가지를 찾은 셈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밥맛. 뼈다귀를 곤 국물에 밥을 지어 밥맛이 고소하다. 밥이 갖고 있는 수분 증발을 막아 윤기가 흐르고 밥맛도 오래 유지된다고. 요즘은 이렇게 밥을 짓는 곳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가족회관 주방을 지휘하는 김년임 사장의 고집은 남다르다.
‘현대인의 기호에 맞춰 음식 맛을 맞춘다는 것이 용납이 안 된다’는 김년임 사장은 발효 음식 연구가이기도 하다. 반찬을 보니 “그 집 각종 절임과 장아찌 중에 물건이 많다”는 한복진 교수의 귀띔이 떠오른다. 일반 비빔밥 정식을 시키면 물김치와 더덕장아찌, 아롱사태 김 장아찌, 멸치강정, 깻잎 장아찌 등 김년일 사장의 특제 반찬 10여 가지가 나오고, 특미 정식을 시키면 구이, 찜, 편육 등이 추가된다. 반찬이 아까워 소식하는 일본인들도 밥을 추가해 먹는다고 한다. 곡성에서 참게를 가져다 10번 이상 달여 만든 게장도 가능하면 꼭 먹어볼 것.
메뉴 비빔밥 정식 8천원, 특미 비빔밥 정식 1만원, 가족회관 정식 1만5천원, 백반 정식 1상(4인 기준) 8만원 / 위치 전라북도청 뒤편 전주우체국 맞은편 / 문의 063-284-2884
<가족회관>
<가족회관 정식>
<가족회관 비빔밥>
달걀 수프와 얼큰한 국물, 쫄깃한 콩나물 전주 왱이콩나물국밥
전주에 아침 일찍 도착하니, 한복진 교수가 ‘왱이집’부터 가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고 여행을 시작하라고 일러준다. 메뉴는 국밥 한 가지. 뚝배기에 펄펄 끓는 국물과 밥과 콩나물, 송송 썬 신 김치가 담겨 나오고, 반찬으로 양푼에 담은 겉절이와 깍두기, 새우젓, 달걀 반숙이 나온다. 반숙 달걀을 앞에 두고 어떻게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옆 테이블을 흘끔 훔쳐보았다. 반숙 달걀이 담긴 ‘스뎅’ 공기에 국물 몇 숟가락 떠 넣고 김을 부셔 넣은 다음 저어서 훌훌 마신다. 얼큰한 국물 먹기 전에 ‘달걀 수프’로 속부터 달래라는 의미라고 한다. 국물은 속이 풀릴 정도로 얼큰하면서 구수하다. 콩나물 삶은 물에 멸치, 미역, 다시마, 무, 보리새우, 마른 명태 등 갖은 재료 넣고 끓인 육수가 왱이집 스타일이기 때문. 막걸리에 대추·계피·흑설탕 등을 넣고 달인 모주 한 잔과 잘 삶은 콩나물 한 대접까지 서비스로 나오니 아침 식사가 기분 좋게 해결되는 곳이다.
메뉴 콩나물국밥 4천원 / 위치 동문 사거리 근처 골목 안 / 문의 063-287-6979
<전주 왱이콩나물국밥>
실속 있고 단정한 한정식 축제
전주 사람들은 외지 손님이 오면 아침에는 콩나물국밥, 점심에는 비빔밥, 저녁에는 한정식을 대접한다는 말이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는 한정식을 맛볼 차례. 전라회관, 백번집, 백만회관 등 이름난 곳이 많이 있지만 한복진 교수는 가격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한정식집으로 전주 박물관 근처의 ‘축제’를 추천했다. 한상 차림에 5만원으로 찌개 두 가지와 낙지, 전, 장어구이, 버섯 들깨무침, 갈비찜, 생선찜, 무쌈 등이 상에 가득 차려진다. 찌개로 나온 민물새우를 넣고 끓인 새뱅이탕이 시원하다. 한복진 교수가 축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버릴 반찬이 없다는 것. 10만원을 호가하는 한정식도 군더더기 반찬이 많아서 손이 안 가는 경우가 많은데 축제는 겉치레 없이 음식이 단정해서 맘에 든단다. 전주의 이름난 서예가 여태명 선생의 장모가 운영하는 곳으로 축제에 들르면 홀에 걸린 선생의 글씨도 감상하자. 한상 차림과 백반 두 가지 메뉴뿐이다.
메뉴 한상 차림(4인 기준) 5만원, 백반 5천원 / 위치 전주 박물관 근처, 효자동에서 박물관 가는 길 왼쪽 / 문의 063-227-8040
<축제>
<축제 한상차림>
전주에서 제일 유명한 칼국수집 베테랑
얼마 전 종영한 일요일 아침 드라마 <단팥빵>에 종종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일으켰던 분식집이 바로 이곳이다. 전주에서 베테랑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전주를 주름잡고 있다. 30여 년 전 성심여고 골목길에서 호떡과 칼국수, 쫄면, 만두를 파는 작은 분식집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용 주차장까지 갖춘 대형 음식점이 되었다. ‘맛이 끝내줬다’는 호떡이 지금은 메뉴에서 빠져 중년층 손님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베테랑 칼국수는 고명이 재미있다. 고춧가루와 들깨가루, 김으로 덮다시피 해서 내오는데, 달걀 맛이 강한 국물에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가 토속적인 맛이 난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면과 만두피를 예나 지금이나 직접 밀어 쓰는 것이 특징. 면발은 자장면 면처럼 약간 도톰하고, 만두피는 얇으면서 차진 맛이 좋다. 여름에는 콩국수와 소바, 팥빙수도 한다.
메뉴 칼국수·만두·쫄면 3천원, 콩국수 4천원, 소바 3천5백원 / 위치 한옥마을 내 성심여고 앞 골목 / 문의 063-285-9898
<베테랑 칼국수>
<베테랑 칼국수>
구수한 도토리 요리가 가지가지 아중 도토리묵촌
전주 시내에 보기 드물게 100% 국산 도토리로 여러 가지 요리를 시도하는 음식점이 있다는 귀띔에 ‘아중리 도토리묵촌’을 찾았다. 전주 아중저수지 근처 방죽묵이라는 동네에서 만든 도토리묵이 전주에서 곧잘 팔렸었다는데 무허가 묵 제품이라는 이유로 단속을 당해 대부분 자취를 감췄고,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은 도토리 방앗간 정도다. 이 방앗간집이 낸 음식점이 바로 ‘아중 도토리묵촌’이다. 도토리묵무침과 도토리전, 묵사발 외에 떡국, 냉채, 도토리 닭도가니탕 등 독특한 도토리 요리들도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독에 담아낸다고 해서 ‘도가니탕’이라고 불리는 닭 요리가 이 집의 대표 메뉴. 토종닭에 찹쌀과 한약재, 녹두 등을 넣고 우린 다음 도토리가루로 만든 가래떡을 넣어 끓여 먹는데, 국물 맛이 구수하다. 도토리가루로 부친 도토리전도 쫀득하면서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 이 집에서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메뉴 도토리 닭 도가니 3만원, 도토리 묵무침·전·냉채 5천원 / 위치 평화광장 근처 / 문의 063-227-0700
<아중도토리묵촌>
<아중 도토리묵촌 도토리 닭도가니>
나무 냄새 시원한 옻닭 국물 아중家
이준호 관장에게 전주 토박이들만 아는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서 얻어낸 리스트가 바로 옻닭집 ‘아중家’다. 옻닭집이야 어디를 가도 있지만 국물 맛 잘 뽑고, 토종닭 쓰고, 곁들임 반찬까지 훌륭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20여 년 동안 옻닭, 닭매운탕, 닭도리탕 등 닭 요리만 해온 주인 아주머니는 토종닭을 직접 잡아서 쓴다. 옻닭을 시키니 녹두밥으로 속을 채운 닭 한 마리와 옻나무 껍질로 수북한 큰 냄비가 나온다. 국물에 옻나무를 진하게 우리는 동안 닭을 먼저 먹는데, 아주머니의 코치를 따라 ‘퍽살’은 잘 익은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어야 맛있다. 닭을 다 먹고 나면 나무 냄새가 시원한 국물에 녹두밥으로 죽을 쒀 먹는다. 젓갈, 큰 무김치, 묵은김치, 갓김치, 장아찌 등 전라도 특유의 간이 센 반찬들이 입맛을 더 당기게 한다. 닭이 금방 떨어지는 날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메뉴 옻닭·닭도리탕·닭매운탕·한방백숙 3만원 / 위치 아중리 버스 종점 옆 / 문의 063-242-7708
<옻닭 아중가>
<아중가 옻닭>
아주머니 입담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잔 한울집
전주에 살고 있는 시인 안도현의 전주 막걸리 예찬으로 막걸리집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개중에 삼천동 막걸리 골목이 가장 유명하고 ‘용진집’이 입소문을 많이 탔다. 전주 막걸리는 맛도 맛이지만 1만원짜리 주전자를 시키면 안주가 무한대로 나오는 인심 때문에 더 인기다. 첫 번째 주전자에는 풋마늘대, 도라지, 시원한 탕, 굴비구이, 달걀찜 등 기본 안주가 나오고, 주전자가 하나 둘 추가될수록 굴볶음, 고기볶음 같은 거한 안주거리가 나온다.
한복진 교수, 이준호 관장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러 간 곳은 남부시장 근처에 있는 ‘한울집’. 영어 잘하는 아주머니가 명물이라며 그곳으로 이끌었다. 손님이 금방 나갔는지 상을 치우던 60대 아주머니가 ‘상 클리닝해야 하니까 웨이팅’하란다. 아주머니가 속사포같이 쏟아내는 콩글리시에 모두들 웃느라 야단이다. 오후 10시까지 들어오는 손님만 받고, 그날그날 재료를 사다 쓰는 진짜배기 안주는 금방 동이 날 때도 있다.
메뉴 막걸리 한 주전자 1만원 / 위치 남부시장 근처 / 문의 063-287-2787
<한울집>
<한울집 막걸리>
3년 묵은 김치 얹어내는 콩나물국밥 장뻘 식당
간밤에 막걸리를 마셨으니 아침 식사는 당연히 콩나물국밥이다. 이번에는 이준호 교수가 추천한 ‘장뻘 식당’을 찾았다. 주인 아주머니 말씀에 따르면 시내에서는 ‘삼백집’ 다음으로 오래되었다고 한다. 테이블이 네 개 남짓한 작은 식당이라 아주머니가 국밥 마는 모습을 구경하며 밥을 기다린다. 국물 푸는 조롱박 바가지는 얼마나 오래 쓴 것인지 밑이 다 타버렸다. 우선 뚝배기에 찬밥을 담고 국물을 부었다 쏟기를 두세 차례 반복하며 밥을 데운다. 그리고 ‘스뎅’ 공기에 달걀 한 개 깨트려 솥단지에 넣어 반숙으로 익히는 동안, 밥 위에 콩나물, 김치, 장조림, 새우젓, 다진 마늘, 고추, 파를 차례대로 담는다. 더운밥으로 하면 밥이 퍼져 맛이 없기 때문에 밥은 꼭 하루 전에 미리 해둔다고. 이 집 콩나물국밥은 멸치 맛이 진하고 3년 묵은 김치를 쓰기 때문에 국물에서 약간 군내가 난다. 깊은 맛이 난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식당 뒤 응달진 골목에는 식당 김치 1천 포기가 묵어가고 있다. 반찬은 깻잎장아찌와 고추장아찌, 김치, 김이 전부다.
메뉴 콩나물국밥 3천5백원 / 위치 중앙동 / 문의 063-231-2895
<장뻘 식당>
<장뻘 콩나물국밥>
출처 :쿠켄네트
첫댓글 전주에 성지 없나요??? 함 가요~~ ㅋㅋ
아 옛날이여 무지 생각난다 욍이해장국 한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