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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무상사 선방에는 ‘나는 무엇인가’를 화두로 든 외국인 수행자들의 정진열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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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딱! 딱!’
봄을 재촉하는 빗소리를 가르며 청아한 죽비 소리가 세 번 울리자 미국, 체코, 헝가리, 러시아, 폴란드, 독일, 뉴질랜드, 이스라엘, 스페인, 남아프리카 등 16개 나라에서 온 30여 명의 외국인 수행자들이 자리잡은 선방에 고요한 정적이 감돌았다. 창 밖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물 소리뿐, 어느 누구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2월 25일 계룡산 무상사(無上寺). ‘나는 무엇인가(What Am I)’ 화두를 든 채 지난 3개월 동안 선방을 지켜온 눈 푸른 납자들의 뜨거운 구도 열기는 여느 선방 못지 않았다.
무상사(주지 대진)는 “모든 사람들이 ‘나’라는 허상에 집착하기 때문에 모두 미쳐 있으므로, 참선수행을 통해 헛된 나를 버리고 진실한 ‘참나’를 찾으라”고 가르쳤던 숭산 스님이 지난 2000년 외국인 제자들을 위해 세운 국제선원이다. 때문에 한국 선방과 다른 모습도 적지 않다.
무상사가 창건 10주년을 맞아 해제를 사흘이나 앞둔 안거 기간 중에 공개한 선방의 모습이 그랬다. 선방의 구도 열기는 다를 바 없었으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달라 생경하기까지 했다.
스승 숭산 스님이 “마음에서도 밖에서도 벽을 만들지 말라”고 했던 가르침을 받들어 조실 대봉 스님을 비롯해 주지 대진 스님과 비구·비구니·행자·재가불자들이 선방 한 곳에서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공양 역시 조실·주지·선객 차별 없이 한 곳에서 했다.
출·재가는 물론 비구·비구니의 구분이 엄격해 선원 자체를 달리 두는 한국 선방과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지만, 이곳 사부대중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언뜻 자유분방해 보이기까지 했다.
출·재가불자 한 선방에서 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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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사 동안거에 참여한 외국인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안거 막바지 정진에 한창이다. |
하지만 정진에 있어서 만큼은 그 어느 곳보다 엄격하다. 입방 대중 모두가 묵언 정진해야 하고 휴대전화·컴퓨터 등 통신수단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남녀 수행자가 함께 산책하는 것도 금지사항이며, 독서는 휴식시간 다실에서만 가능하다. 이처럼 지켜야 할 청규만 27개에 달한다. 엄격한 청규와 관련 주지 대진 스님은 “언행을 제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대중이 화합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무상사 결제대중은 새벽 3시 도량석에 이은 108배를 시작으로 하루 9시간의 좌선과 운력 등의 수행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성도재일 주간에는 8일간 새벽 3시에서 밤 12시까지 21시간 수행에 매진하는 가행정진으로 수행력 증진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매주 일요일에는 조실 스님의 법문이 있고, 화요일·금요일에는 수행과정을 점검하는 선문답이 있다.
수행일정이 이처럼 가볍지 않음에도 안거 때마다 전세계 102개국에서 외국인 수행자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올 동안거에도 결제 당시 8개국 스님 11명과 19개국 재가불자 66명 등 80여 명이 방부를 들였을 정도다.
뉴질랜드에서 온 스티븐 데븐포트(40) 씨는 “3개월 수행을 하고 나니 마치 깊은 잠에서 깬 듯 상쾌하고, 새로운 에너지도 샘솟는 것 같다”며 안거 결과에 만족해했다.뉴질랜드에서 교사로 일하다 7년 전 한국에 와서 학원 강사 등을 했던 그는 이번이 네 번째 안거다.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여러 차례 안거에 참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체코에서 선원을 운영하기도 했던 화가 베라 흐류쇼바(48) 씨 역시 “유럽에서도 같은 일정으로 정진을 할 수 있으나 여기는 분위기와 기운이 좋을 뿐만 아니라 한국 수행자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며 이국 멀리 무상사 선원에까지 와서 수행하고 있다.
무상사는 10년 전 겨우 종무소 하나를 세워 법당과 요사를 겸해 사용하고 뒷산을 화장실로 이용하는가 하면 공양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농로를 따라 앞마을까지 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대웅전, 선원, 요사, 공양간에 종무소까지 갖췄다. 그리고 최근 한국불자들의 정서를 감안해 산신각까지 세우며 창건 당시 계획했던 도량정비를 마쳤다.
전세계 19개국서 80여 명 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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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허허벌판에 종무소 하나뿐이던 무상사는 10년만에 사격을 완벽하게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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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실 대봉 스님은 “사찰 규모가 크게 확대됐지만 수행은 예나 지금이나 ‘나는 무엇인가’를 깨쳐서 중생교화에 나서는 것”이라며 외형은 변했어도 내면은 한결같음을 강조했다. 무상사는 창건 10년만에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외국인 수행자들이 자기본성, 즉 ‘참나’를 찾아 정진하는 수행도량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갖추고 있었다.
계룡산 무상사=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038호 [2010년 03월 02일 11:42]
첫댓글 한국인 출가자와 외국인 출가자들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 때는 많이 해 보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80년대 초 불교의 요직에 계시던 분들 중에는 불교정화 시대에 출가 인연을 맺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세속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불고있는 초기불교 열풍과 더불어 외국인에게 불교있는 간화선 열풍(?)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무상사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중생구제와 간화선을 물음으로 던져봅니다. 숭산스님의 중생구제 원력을 그대로 따르고 계시는 대봉스님의 말씀이 새삼 다가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숭산스님의 향훈이 남아 있을 것 같은 무상사의 구도 열기를 함께 느껴보고 싶습니다. 재가 불자로서 3개월간의 동안거라...참 부러운 말씀입니다. 마지막 대봉 스님의 말씀...'나는 무엇인가'를 '깨쳐서' 중생교화에 나서는 것? ...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법혜님
중생구제를 위한 참나를 찾는 일! 3개월의 기간동안 닦은 몸과 마음들을 중생과 함께 널리 회향하기를...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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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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