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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 의문은 이제부터다.
공씨는 강씨의 행동개시 직전인 25일 저녁, 국회 근무 선배들이 불러서 술자리를 했다. ‘뜬금없이’…. 그런데 그 술자리엔 검찰 수사관 출신의 사업가도 의사도 변호사도 있었다. 또 그냥 술자리가 아니라 강남의 룸싸롱이었다. 월 급여 150만 원대의 국회의원 9급 비서가 가기에는 너무도 힘든 룸싸롱에… 성공한 고향 선배들이 술을 사주는 자리에 동석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 이 의문의 핵심을 두고 있다. 구속된 공씨는 ‘바지’였다고.
또 ‘바지’ 공씨를 이 술자리로 부른 김씨는 ‘바람잡이’다. 그리고 술자리에 동석했던 동석자들은 ‘병풍’들이다. 간단히 말해 이 사건을 기획하고 실행시킨 ‘보이지 않는 손’은 이미 공씨를 ‘바지’로 내정하고 이 일을 진행했다는 것. 그렇게 설정하면 이 영화는 줄거리가 보인다.
‘바지’ 공씨와 ‘행동책’ 강씨의 사건 전날 밤 잦은 통화, 그것은 공씨가 강씨에게 해킹을 지시했다는 증거로 너무나 훌륭하다. 이런 밑그림도 없다면 국회의원의 9급 수행 비서가 국가기관인 선관위와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해킹을 지시했다고 믿을 국민은 없다.
이 밑그림에다 국민들에게 수사결과를 색칠하려면 그럴싸한 물감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술자리 공개.
경찰발표에 의하면, 박희태 비서 김씨는 자신이 만든 지인들과 술자리에 ‘일면식도 없는’ 공씨를 부르면서 동석자들에게 “친한 후배인데 자리에 동참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참석자들이 동의하여 공씨는 그 술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거기엔 진주출신 ‘비서들’말고 검찰수사관 출신 사업가와 변호사 의사 등이 동석해 있었다. 고작 스물일곱 살의 경력 1년 6개월짜리 ‘국회의원 운전기사이자 수행비서’인 청년으로선 ‘뜬금없이’ 출세한 동향 선배들에게 무더기로 인사하면서 안면을 트게 되었다.
그러나……
시골출신들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같은 고향 선배들이라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동석한 자리는 처음 만났지만 성공한 선배들인데다 나이 차이도 많으면 매우 어려운 자리다. 그런 술자리에 불려나온 막내가 술자리를 하며 30여 통의 전화 통화를 한다? 술잔 받기도 부담스럽고 말을 섞기도 어려운 자리인데…. 그것도 개인적인 통화를 계속한다? 그런데도 그를 부른 김씨는 “그가 잦은 통화를 했으나 개인적인 일이라서 물어보지 않아 모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국민들을 호구로 아나?
정말 괜찮은 후배라서 성공한 선배들에게 인사를 시키려 했다면 그 후배가 그토록 잦은 통화로 술자리를 들락거릴 때 “야, 선배들하고 처음 만난 술자리에서 너 그거 뭐 하는 짓이냐? 아무리 중요하고 바빠도 나중에 따로 해라” 정도로 중단시켰을 것이다. 아니라면 최소한 “무슨 내용인데 그래? 중요한 거 아니면 너 혼자 있을 때 해”라는 등, 내용을 파악하든지 하면서 술자리에서 내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그러지 않았다. “개인적인 통화라서 물어보지 않았으며” 다음 날 아침에 이뤄진 더 많은 통화는 “전날 술을 많이 먹어서 출근했는지 확인하느라” 그랬다고?
내 의심은 이렇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미 이 사건을 기획하고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공씨를 바지로 선택했다. 공씨가 ‘바지’로 선택된 것은 이 사건 행동대장 강씨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음이다. 이런 그를 자연스럽게 행동대장 강씨와 잦은 통화를 하는 ‘증거’를 만들려면 다른 ‘판’도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 이용된 것이 또 국회의장 비서 김씨.
국회의장 비서 김씨는 공씨를 최구식 비서로 천거한 인물이다. 최구식 말대로라면 그는 진주에서 힘깨나 쓰던 인물이었다. 당연히 여기저기 진주에서 출향하여 출세한 선후배들을 많이 알고 그들과 술자리 교류쯤은 가질 수 있다. 이런 배경이 ‘보이지 않는 손’에겐 안성맞춤이었다. 따라서 김씨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보이지 않는 손’은 행동개시 마지막 날 공씨를 술자리로 불러 판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술자리에선 자연스럽게 병원투자 건을 화제로 삼았다.
그 자리에서 김씨는 공씨에게 ‘돈 많은 후배’를 천거하라고 했다. 그리고 은근히 ‘도박 사업자’ 강씨를 거론했다. 이런 강권에 공씨가 전화를 했으나 강씨가 받지 않았다. 그리고 술자리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강씨가 부재중 응답을 하여 전화통화가 되었다.
이후 공씨는 강씨와 30여차례 통화를 했다. 아마도 진짜로 투자 얘기만 했을 수 있다. 그랬기에 공씨는 어려운 선배들과 처음 술자리지만 잦은, 또 긴 시간 전화통화가 가능했다. 만약 아니라면 그 자리에 모인 전원이 이 해킹 사건을 다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야 공씨의 잦은 통화가 설명이 된다.
하지만 내 생각은….
강씨와 그의 지시를 받은 일당은 공씨와의 전화내용과 상관없이 이미 선관위 공격을 진행 중이었을 것이라는데 방점을 찍는다. 발각되면 공씨가 책임자가 되어야 할 알리바이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오랜 시간 통화하고 선배들이지만 자연스럽게 투자 얘기로….
이런 의심은 순전히 나 혼자만의 의심일까? 나는 컴맹 수준이다. 하지만 여러 보도들을 보면 박원순 홈피는 디도스 공격이 맞지만 선관위 홈피는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는 주장에 더 설득력이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 사건을 의심의 눈으로 보는 측은 강씨들의 디도스 공격은 실제로 있었을지라도 투표소 찾기 사이트만 따로 먹통이 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10·26 재보선 당시 투표소가 바뀐 지역 TOP 3 ⓒPD수첩 |
MBC PD수첩은 지난 화요일 방송에서 이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를 살짝 열었다.
서울시내 투표소가 10·26 재보선 당시 무려 27%가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선관위의 해명은 평일이라 학교가 휴무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앞서 평일에 진행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도 투표소가 달랐다는 질문에는 해명이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그 투표소 검색 프로그램만 그것도 젊은 층이 투표소를 많이 찾을 시간인 오전 7~9시 사이에 먹통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또 이렇게 홈피 먹통이 되고 투표소가 바뀐 지역의 그 시간대 투표율도 보여줬다. 그리고 이들 지역은 서대문 동대문 금천 강북 등 박원순 지지성향이 강한 지역이었다.
그래서다. 경찰과 또 검찰이 이 시간 수사에서 내가 의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그림자도 밟지 못하고 ‘9급 비서 강씨’와 그 윗선으로 ‘8급 비서 김씨’ 또는 ‘7급 비서 박씨’까지 엮는 꼼수로 마무리한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은 국정조사와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특별검사는 변협 추천으로 민변에서 맡아야 한다.
화씨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