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양평의 옛 이름은 양근(楊根)이다.
양근이란 버드나무 뿌리를 뜻한다.
예로부터 이 땅은 강물이 넘치는 물난리가 빈번했던 곳으로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강변에 버드나무를 심었다.
버드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속성수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폭우로 인한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양주 양평 양구 등은 모두 강이나 천변에 위치한 도시이고
버드나무 군락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다.
양평대교가 지나는 양근나루는 서울 마포나루에서 출발한 새우젓 배가
짐을 풀어 육로를 통해 강원도 홍천이나 횡성까지 운반되었다.
한강의 뱃길이 육로교통으로 이어지던 물화가 넘치던 교통의 요충지였다.
남한강을 따라 걷는 물소리 길은 이러한 양평의 옛 사연을 품고 만들어졌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에서부터
산세가 웅장하고 깊은 용문산 골짜기에 이르기까지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이 어우러져 산수가 수려한 길이다.
물소리 길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버드나무숲에 물이 오르고
제방길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 터널에 꽃눈이 날리는 봄날이다.
양평교에서 갈산리 둑방을 따라 개군면 구리미까지 30리 벚꽃길은
이 땅에서 가장 깊고 그윽한 봄날의 서정이 흐른다.
갈산공원에서 물소리의 버드나무나루께 길을 걷다 보면
겨울을 이기고 몸을 풀어내는 푸른 강물 위에
연두빛으로 돋아난 버드나무가 수줍게 인사를 전하는듯하다.
강변의 푸른 버들은 사랑하는 남녀가 이별할 때 나누는 정표였다.
새잎이 돋으면 나를 생각해 달라는 의미와 새싹처럼 돌아오라는 당부였다.
그래서 김소월은 실버들을 천 만사 늘어놓고 가는 봄을 잡지 못한다고 노래했다
4월 봄눈처럼 쏟아지는 벚꽃길을 따라 강물을 거슬러 걷는 길은
사랑과 이별이 교차하듯 온몸을 휘감고 도는 춘정을 느끼게 한다.
분홍빛 벚나무가 흐드러진 추읍산 아래 흑천길을 지나면
그리운 이가 마중 나올 듯 반가운 강변집이 있다.
마당에는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나무가 있고
텃밭에는 부추와 상추와 머위가 자라고
그 집 가마솥이 걸린 정자 그늘로 가면 술이 익어간다.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린 봄날,
이곳은 무심재가 꿈꾸는 봄의 정원이니
강물과 신록의 버들과 흩날리는 벚꽃이
서러운 마음을 어루만지고도 남을 만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