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24일.
목요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어제밤 뉴스시간에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것을 들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경기지역의 미세먼지는 <나쁨>
강원도 아니면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보통> 수준이었습니다.
새벽에 서울을 탈출(?) 하여 도착한 곳은 밀양.
역시 미세먼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이 먼곳에 있는 산의 모습이 그대로 보입니다.
오늘 올라가야할 산과 능선이 그대로 보입니다.
재약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필히 통과해야 하는 표충사.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을 내면서 모두 궁시렁 궁시렁.......
절에 가는것도 아니고 문화재를 관람하러 가는것도 아닌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지 ???
나는 <무료입장> 의 해택을 입었습니다.
무료입장 안내판에 쓰여져 있는 항목중 맨 아래 항목을 <70세 이하> 로 바꾸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면 혼날려나 ???
오늘 산행은 표충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홍류폭포. 층층폭포. 사자평을 거쳐 재약산을 오른다음
천황재를 지나 천황산을 오를것인지 상황을 보아 가면서 결정할 예정입니다.
표충사의 돌담을 끼고 재약산을 향해 올라 갑니다.
앞쪽에 높이 보이는 산이 재약산.......
개울을 건너가야 하는 등산로.
표충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표충사까지도 1km 가 넘으니 지금까지 걸어 온것이 2km 정도.
이곳에서 재약산 정상까지 4.4km 가 남았으니 오늘도 꽤 걸어야 할것 같습니다.
날씨는 산행하기에는 약간 덥다고 느낄 정도여서 산객들은 옷을 하나씩 벗어 베낭에 메달기 시작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함백산을 오를때에 비하면 이곳 재약산은 완전히 적막강산 입니다.
계곡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 왔는데 눈앞에 폭포가 나타 났습니다.
홍류폭포.....
자그마한 출렁다리를 건너고.....
눈앞에 계단이 나타납니다.
과연 이 계단의 수는 몇개나 될까 ???
발밑만 보고 올라가면서 세어보니 87개....
오랫만에 세어보는 계단의 숫자였습니다.
층층폭포에 도착하였습니다.
재약산까지는 아직 2km 가 남아 있습니다.
층층폭포.....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는 아련하게 무지개를 만듭니다.
폭포의 아래쪽에는 아직 녹지 않는 눈이 쌓여 있고......
거의 습관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기전에 고도계를 보고 오늘의 산행이 어느정도 힘들지 아니면 쉬울지
가늠을 해 봅니다.
그런데 오늘 출발지의 고도가 약 120m 였고 재약산 정상의 높이는 1108m 이니 거의 1000m 를 올라
가야 합니다.
결국 쉽지 않은 산행이 될것이라고 짐작하였습니다.
돌계단을 올라서면 만나는 임도.
임도를 따라 한참 올라 가다가 사자교를 건너고 다시 산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생태를 복원하고 있는 지역의 임도를 만나고......
이정표에는 재약산 정상이 아직도 1.3km 가 남아 있다고 알려 주고 있습니다.
층층폭포에서 본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2km 남아 있는것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층층폭포에서 꽤 멀리
올라온것 같은데........
임도를 벗어나 다시 산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 1.3km
다시한번 심호흡을 하고.......
임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마주친 계단......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코너를 돌아 고개를 들어 보니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헉헉거리며 계단을 올라가니 눈앞에 펼쳐지는 넓은 분지......
사자평의 시작입니다.
멀리 보이는 신불산....
잠시 건너편에 보이는 영남 알프스를 구경하고 다시 오르기를 계속합니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또다른 색깔의 계단은 나를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계단도 이미 천개가 넘었을 터인데 앞으로 올라 가야하는 계단도 수를 셀수
없을만큼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방금 올라온 계단은 시작에 불과 하였습니다.
오르다 오르다 지쳐서 뒤를 돌아다 보니 이런 계단을 올라 왔습니다.
계단을 센다는것이 무의미 할 정도.......
계단을 오르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들었습니다.
나를 무아지경에 빠지게 만든 계단의 끝부분에 재약산의 정상이 있습니다.
정상의 바위뒤에 숨어 있는 정상석......
재약산의 정상 수미봉 입니다
해발 1108m
정상 바로 아랫쪽에 있는 쉼터 너머로 넓다란 사자평이 보입니다.
억새로 유명한곳 사자평.....
신불산 억새와 견줄만한 사자평 억새......
넓이로만 본다면 오히려 사자평이 훨씬 넓을것 같습니다.
재약산 정상에서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이 천황산 입니다.
능선을 타고 가면 되는데......
우선 천황재까지 가면서 천황산을 올라 갈것인지 아니면 표충사쪽으로 하산할것인지 결정하여야
할것 같습니다.
천황재로 가는길은 칠척거려서 걷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철 지난 억새가 아직도 사자평을 지키고 있습니다.
질척거리는 산길을 걷다가 계단을 만나니 반갑기 까지 합니다.
정상에 오르기전의 계단은 너무 미웠었었는데 여기에서 만난 계단은 너무 반가웠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게 바뀔줄은........
천황재에 도착하였습니다
2시가 넘을때까지 점심을 먹지 않고 걸어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생각해 봅니다.
이곳에서 천황산까지는 1km
표충사 까지는 3.4km
간단히 생각해봐도 천황산을 올라 갔다가 하산한다면 최소한 5km 이상을 더 걸어야 합니다.
산행은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할수 있는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표충사쪽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하산길........
올 한해의 산행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것 같습니다.
내일은 큰아이 생일.
모레는 모임.
줄줄이 약속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표충사에 내려 왔습니다.
한적한 절 마당을 천천히 걸어 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올 한해도 잘 살아 온것 같습니다.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절의 마당을 보면서.........
누가 올지 아니면 아무도 안올지도 모르는 마당을 깨끗하게 청소하였을 스님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아마 스님의 마음은........
<마당이 있으니 보이는 빗자루로 쓸었을뿐
누가 오던 오지 않던 그것은 마당을 청소하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나도 이런 마음으로 남아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첫댓글 젊었을 때 갔었던 영남 알프스가 눈 너머 있네요!!
고사리 분교가 아직도 그곳에 있나요?
널디 넓은 사자평!! 끝없는 억새밭!!
간헐재를 넘어 신불산! 취서산!!
환상의 영남 알프스가 너울 거리네요!!
또 가보고 픈 영남 알프스!!
그립습니다!!
덕택에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셔서 2016년에도 산 풍경!! 계속 부탁드립니다!!^^*
고사리분교의 자리만 있습니다.
재약산을 오르면서 건너편으로 아스라이 보이는 신불산과 간월재.....
간월재에서 느긋하게 그려져 있는 임도의 자락......
산을 좋아 하시는분 이라면 당연히 영남 알프스를 그리워 하실것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과 행복이 온 가족과 함께 하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