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보면 그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길이 열린다"
의사의 눈으로 명화를 바라보면 어떤 해석이 나올까?
명화는 분명 미술가의 손과 머리로 그려낸 작품이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문화적 배경을 화폭에 담아낸 미술가의 창작품이다. 미술가의 철학이 녹여져 있고 마음 상태를 엿볼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발견해 낼 수 있다. 미술가는 이렇게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자신의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 그런데 만약 의사가 명화 하나하나를 분해하듯이 설명한다고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저자는 미술을 사랑하는 의사이다. 의사의 눈으로 명화 속에 나타난 인물들의 병세를 파악하고 진료 방안을 말한다. 신선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환자를 진료하는 일이 의사의 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미술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까지 진료한다고 한다면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독특한 방법으로 미술품을 평가하는 책이라 참신하다. 저자가 의사이기 때문에 명화를 좀 더 재미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방법이라 두꺼운 책이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을 보다보면 의료 차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중세에는 돌팔이 의사들도 횡행했다고 한다. 무면허 의사에게 진료받는 미술품 속 인물들이 측은히 여겨진다. 화가 중에는 질병으로 힘들게 살아갔던 이들만 화폭에 담아낸 이들도 있다. 왜소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화폭의 주인공으로 삼았던 화가들은 남다른 사명감으로 살았음으 본다.
출판사 '어바웃어북'에서는 <미술간에 간 의학자>처럼 <미술관에 간 수학자>,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와 같이 특별한 관점으로 바라본 미술 서적들을 출간했다.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책들이다.
아래는 저자가 의학의 눈으로 해석한 설명이다.
1918년 조선 사람 742만여명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고, 이 중 1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염병으로 흉흉해진 민심이 이듬해인 1919년 3.1운동을 발발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45)
과학의 영역에서 동성애자는 피부색처럼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유전적인 차이, 곧 운명이라고 인식한다. 타고난 운명을 책임질 수 없으니 이들에 대한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66)
동성애자는 치료나 교정이 필요한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며, 동성애는 부정하거나 반대할 수 없는 하나의 선천적 특징이다.(73)
고흐의 그림에 등장하는 가셰 박사는 지금으로 따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라고 하면 정확하다. 대체의학 또는 보완의학이라고 불리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방법, 즉 식물을 약으로 이용해 환자를 치료했다.(142)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의 명작을 남긴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항상 도박으로 인한 빚에 쪼들렸다.(165)
왕위에 오른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클레오파트라를 로마 통치자를 홀린 악녀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뛰어난 지도력과 정치력을 감추기 위해서 미모가 두드러지고 과장되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왕실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었을 만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지식과 천부적인 언어 구사력이 있었다.(219)
모유 수유 중 금기되는 약물은 항암제아 방사성 동위원소 두 가지 정도다. 다른 약은 아기에게 가는 실제 비율은 1~2% 정도다. (260)